‘사우디아라비아만 넘으면 꽃길일 줄 알았는데….’
클린스만호 앞에 산 넘어 산이 펼쳐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다.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지휘 아래 조별리그에서 단 한 골만 내주는 짠물 축구로 F조 1위(2승 1무)로 16강에 오른 사우디와 경기는 클린스만호에 첫 고비였다.
사우디만 넘으면 비교적 수월한 길이 펼쳐질 것처럼 보였다.
8강에 선착한 호주는 조별리그에서 시원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 최약체 인도를 상대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고, 시리아, 우즈베키스탄에는 확연하게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한국은 호주를 넘으면 타지키스탄-요르단 경기 승자와 준결승에서 만난다.
타지키스탄은 처음으로 아시안컵에 진출해 돌풍을 일으키는 팀이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우승 후보 1순위’ 일본에 깜짝 승리를 거둔 이라크를 16강에서 3-2 명승부 끝에 돌려세우고 8강에 올랐다.
반대편에는 일본, 개최국 카타르, 그리고 조별리그에서 가장 완벽한 경기력을 펼쳐 보인 이란이 포진해 있다.
클린스만호가 조 2위를 한 게 외려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만약 1위를 했다면, 일본, 카타르, 이란 등을 결승 전에 상대해야 했다.
그런데 클린스만호가 사우디를 상대로 90분 안에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대진 상의 ‘상대적 이점’은 많이 희석된 것처럼 보인다.
8강전을 앞두고 한국은 호주보다 이틀이나 적은 휴식 시간이 주어져 승부차기까지 치르느라 체력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호주는 현지 시간으로 28일 오후 2시 30분 인도네시아와 16강전(4-0 호주 승)을 치렀다.
한국과 8강전은 현지 시간으로 내달 2일 오후 6시 30분에 치른다.
인도네시아와 경기가 오후 4시 30분에 끝났다고 치면 호주는 8강전까지 122시간의 여유가 있다.
반면에 120분이 넘는 혈투 끝에 현지 시간으로 30일 오후 10시에 16강전을 마친 한국에는 68시간 30분의 시간만 주어진다.
특히 호주는 체격과 스피드가 강점인 팀이어서 체력 문제가 클린스만호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클린스만호 선수들이 남은 시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느냐가 4강 진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 1위를 해서 이런 일정을 피하고 싶었다. 조 1위를 못 했으니 이제 감당해야 한다”면서도 “남은 시간이 적지는 않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긴 시간이다. 오늘 승리가 팀 분위기에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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