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축구] ‘종이호랑이 아니다!’…한국 64년 만의 정상 도전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무관’…역대 최고 멤버로 세 번째 우승 노려

클린스만호, 조별리그 E조에서 바레인·요르단·말레이시아와 격돌

‘더는 종이호랑이에 머물 수 없다!’

‘아시아 맹주’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한국 축구가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13일부터 2월 11일까지 도하(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앗수마마 스타디움·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루사일(루사일 스타디움), 알코르(알바이트 스타디움), 알라이얀(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알와크라(알자눕 스타디움) 등 카타르 5개 도시 9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023 AFC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개막전은 한국시간 13일 오전 1시 개최국 카타르와 레바논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이다.

18회째를 맞는 아시안컵은 1956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4년마다 열리는 AFC 가맹국 최고의 축구 잔치다.

1∼3회 대회는 4개국만 출전하는 작은 규모였지만 2004년 레바논 대회 때부터 참가국이 16개로 늘어났고,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부터 24개국 경쟁 체제로 바뀌었다.

총상금은 1천480만 달러(약 195억원)로 우승팀에 500만 달러(약 66억원), 준우승팀에 300만 달러(약 40억원), 4강 진출팀에 100만 달러(약 13억2천만원)가 돌아간다. 24개 본선 진출국은 모두 2만 달러(2억6천400만원)를 받는다.

2019년 대회부터 처음 도입됐던 비디오 판독(VAR)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AFC는 이번 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적용됐던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을 도입한다.

경기장에 설치된 12개의 특수 카메라가 공과 선수의 팔다리 등 신체 위치를 파악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하고, 오프사이드일 경우 곧바로 VAR 심판실에 알리게 된다.

◇ ‘아시아의 맹주’에 험난하기만 했던 아시안컵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역대 최다인 6회 우승 등 국제 무대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아시안컵만 따지면 ‘종이호랑이’ 신세였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것은 역대 두 차례(1956·1960년)로 참가팀이 4개국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이후 4차례 준우승(1972·1980·1988·2015년)과 4차례 3위(1964·2000·2007·2011년)의 성적을 거뒀다.

아시아 무대 최대 라이벌인 일본이 4차례 우승(1992·2000·2004·2011년)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2015년 대회 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호주에 우승 트로피를 내준 한국은 2019년 대회에서는 8강에서 탈락하며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역대 최고 전력’…64년 만의 정상 도전

올해 아시안컵에 나서는 태극전사의 면모를 따지면 ‘역대 최고’라고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해 2월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취임 일성으로 밝히며 출발했지만 시작은 좋지 못했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이후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에 빠지며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고, 국내 거주를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에 더 오래 머무르며 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에서 출범 첫 승리를 따낸 이후 지난 6일 이라크와의 평가전까지 6연승에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고, 팬들의 시선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 나서는 태극전사 26명 중 아시아와 중동 무대를 포함한 해외파 선수가 14명이다. 특히 유럽파 선수만 11명에 이르는 호화 멤버다.

2023-2024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공동 3위(12골)인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EPL 득점 6위(10골) 황희찬(울버햄프턴)을 필두로 ‘한국 축구의 미래’로 손꼽히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독일 분데스리가의 ‘철기둥’으로 변신한 김민재(뮌헨) 등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여기에 유럽 무대에서 좋은 골 감각을 보여주는 스트라이커 오현규(셀틱)와 조규성(미트윌란)을 비롯해 ‘중원의 조율사’ 황인범(즈베즈다)과 2선 공격수 이재성(마인츠)까지 포진했다.

이 때문에 해외 언론을 비롯한 베팅업체들은 일본과 함께 한국을 이번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 경기 일정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 경기 일정

이란과 5회 연속 8강 대결 ‘악연’…이번에도 8강서 만날 듯
결승 오르면 한일전 가능성…’전설의 1군 맞대결’

‘이란을 넘고, 일본을 격파하라!’

한국 축구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숙원을 이루려면 ‘난적’ 이란과 ‘숙적’ 일본을 모두 물리쳐야 할 전망이다.

한국은 1956년 제1회 대회와 1960년 제2회 대회를 연거푸 휩쓸면서 아시아의 맹주로 우뚝 섰지만 이후 15차례 대회에서 준우승(1972·1980·1988·2015년) 4차례, 3위(1964·2000·2007·2011년) 4차례만 차지했을 뿐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한국이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일본(4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상 3회·이상 통산 우승 횟수)이 아시아 무대의 강자로 떠올랐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지 못해 탈락한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이란을 상대로는 특히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 10승 10무 13패를 기록 중인데, 아시안컵 본선 전적에서도 3승 1무 3패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8강전에서는 이란에 무려 2-6의 점수로 참패하기도 했다. 한국의 아시안컵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 기록이다. 이란 팬들은 아직도 한국과 A매치가 펼쳐지면 ‘식스 투!’를 소리높여 외친다.

한국은 이란과 8강전에서 대결한 적이 많다. 특히 1996년 대회부터 2011년 카타르 대회까지는 5회 연속으로 8강에서 격돌하는 진기록이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과 이란은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요르단, 바레인과 E조, 이란은 UAE, 홍콩, 팔레스타인과 C조로 묶였는데, 전력상 두 팀 모두 각 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두 팀 모두 16강에서 승리하면 8강에서 맞붙는 대진이 만들어진다.

한국은 최근 A매치에서 이란을 상대로 4경기 무패(1승 3무)를 기록하는 등 조금씩 우세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가장 최근인 2022년 3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경기에서는 손흥민(토트넘)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최근 2경기에서 이란을 상대로 2경기 연속골을 폭발한 손흥민이 또 한 번 ‘페르시아 표범’ 사냥에 앞장설지 주목된다.

한국의 ‘영원한 라이벌’ 일본은 인도네시아, 이라크, 베트남과 D조로 편성됐다.

일본이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른다면 호주나 사우디를 상대할 가능성이 큰 준결승전에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계속 살아남아 쭉쭉 대진표를 타고 올라간다면 결승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안컵 결승에서 맞붙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준결승 맞대결은 한 차례, 2011년 대회에서 이뤄졌는데 한국은 당시 120분 동안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0-3으로 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은 일본과 통산 상대 전적에서 46승 23무 16패로 크게 앞서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일본이 대등한 승부를 펼쳐왔다.

최근에는 한국이 2021년 3월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치른 평가전과 2022년 7월 나고야에서 가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경기에서 잇따라 0-3으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두 팀이 유럽파 핵심 자원까지 모두 포함한 ‘최정예’로 맞붙은 것은 지난 2011년 한국이 0-3으로 패한 ‘삿포로 참사’가 마지막이다.

동아시아 축구의 ‘양대 산맥’인 두 나라는 이후 완전한 전열로 서로를 상대한 적이 없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맞붙는다면, 13년 만에 ‘전설의 한일 1군 맞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손흥민(토트넘)은 31살에야 생애 첫 A매치 한일전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한일전에 출격한 적이 없다. 2011년 삿포로 참사 때는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고, 2021년 요코하마 평가전 때는 햄스트링 부상 중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서는 손흥민과 ‘괴물’ 김민재(뮌헨), 공수에 포진한 두 월드클래스 선수가 단연 돋보인다.

일본은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 등 견고한 미드필더진이 자랑거리다.

미토마와 구보가 각각 발목, 허벅지 부상 중인 점은 일본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베팅 업체 베트365는 아시안컵 우승국을 맞추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일본에 가장 낮은, 한국에 그다음으로 낮은 배당률을 책정했다. 일본의 우승 확률이 더 높다고 본 것이다. (생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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