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현장 일할 사람 없어” vs “노동시장 생태계 파괴”
계속되는 인력난에 외국인력 도입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조건을 ‘개악’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내년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오게 될 외국인력 쿼터를 16만5천명으로 결정했다.
2021년(5만2천명)과 비교하면 3.2배에 달한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비전문 취업비자(E-9)와 방문동포 비자(H-2)를 발급한다.
농축산업·어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에 제한되던 E-9 발급 범위도 내년부터는 음식점업·광업·임업까지 확대된다.
앞서 정부는 E-9 체류 기간을 4년 10개월에서 ’10년+α’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늘리는 이유는 산업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빈 일자리는 감소세를 그리고 있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 여전히 21만5천269명에 달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빈 일자리가 5만7천569명으로 가장 많다.
숙박음식점업이 3만932명, 운수창고업이 2만7천242명, 도소매업이 2만4천788명으로 뒤를 이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전망이라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2000년 들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올해 18.4%에 달하지만,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지금처럼 노동 공급이 감소하고 산업구조가 느리게 변하면 서비스업, 뿌리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내국인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노동부는 외국인력 도입으로 내국인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사업장이 문을 닫아서는 안 되겠지만, 내국인 일자리가 잠식되거나 내국인을 외국인으로 대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외국인력 도입 확대에 대해 “노동시장 파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내국인 부족 일자리에 이주노동자를 밀어 넣고자 혈안이 된 사용자 측 ‘소원수리’를 정부가 손쉽게 허락한 것”이라며 “내국인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대신 노동시장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로 빈 일자리를 채워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돼 누구나 꺼리는 일자리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도입이 확대되는 만큼 권리 보장이 이뤄져야 하는데, 체류 지원 강화 방안은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인력난을 겪는) 업종에서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무조건 이주노동자를 쓰면 된다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가 겪을 인권침해는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 같은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 양산 정책’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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