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이 호주가 가지고 있는 티모르해의 애시모어(Ashmore·인도네시아명 팔라우 파시르) 암초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조상들이 이 암초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그들의 무덤과 유물도 여전히 이 암초에 존재한다는 게 소송을 건 이유다.
하지만 국제 외교가에선 원주민들이 소송에서 승리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백여 년 전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지배했던 서방 간의 합의가 원주민들의 주장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애시모어 암초에는 조상들의 무덤과 유물이 있다”
8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도네시아 현지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티모르해의 로테·알로르·사우·티모르 등 4개 섬 원주민들은 최근 호주 연방법원에 호주 정부를 상대로 영유권 인정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 정부에 영유권 관련 주장을 계속해 왔으나 답이 없자 소송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겠다는 취지다.
원주민들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그들의 조상이 1642년부터 섬 주변에서 낚시를 해 왔고, 암초에서 조상들의 무덤과 유물이 발견된 이상 암초와 인근 해역은 자신들의 영토·영해라는 논리다.
애시모어 암초가 호주가 아닌 인도네시아 영토와 더 가깝다는 것도 핵심 근거다. 실제로 암초는 인도네시아 로테 섬과 144㎞, 호주 북서부와는 320㎞ 떨어진 거리에 있다.
식민 지배국 영국·네덜란드 합의, 원주민 주장보다 우선
원주민들의 주장만 들어보면 애시모어 암초는 당연히 인도네시아 땅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원주민들의 주장보다 과거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식민 지배했던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의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1931년 애시모어 암초 관할권을 호주 노던테리토리주(州)로 이전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후 이들로부터 독립한 인도네시아와 호주는 1974년 암초의 영유권을 호주가 가지되, 인도네시아 어부들의 어로 활동을 인정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러나 외부인들이 애시모어 암초에 상륙해 호주에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호주는 2003년 MOU를 일방 파기하고 암초 인근 활동과 체류를 전면 금지했다.
말레이시아 우타라 아시아문제외교연구소의 포잔 연구원은 “애시모어 암초가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에 가까운 게 사실이고 원주민들의 역사학적 주장도 근거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제해양법은 과거 식민지배국의 협약과 이를 용인한 양국 정부의 외교적 합의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어 원주민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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