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는 상대적 명목가치만 보고 변화하는 실질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
지난 13일 20년만에 유로화 달러 패리티 (Euro Dollar Parity) 상황이 발생하며 유로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패리티(Parity)’란 쉽게 말해 1달러와 1유로의 가치가 같아진다는 의미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21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현 EU의 그간 유지해온 Zero금리를 포기하고 11년만에 0.5% 정책금리 인상카드를 꺼내게 된다.
전통적으로 유럽통화가 미국 달러화보다 항상 가치를 높게 유지해 왔던 이유는 사실 경제적 논리와는 다른 솔직하게는 유럽인들과 유럽경제의 마지막 자존심 지키기 이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실물경제의 주도권은 완벽히 미국이 가져갔지만 유로화의 통화가치만큼은 항상 우세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유로화의 달러대비 가치는 1.5배 수준이었고, 그리스 사태, 양적완화 등의 이슈로 1.1배 수준까지 하락을 지켜봤던 유로화는 결국 20년만에 ‘패리티’조차 깨질 운명이 된 것이다.
아시아 경제대국 국가 중 일본과 중국의 통화 완화정책도 슈퍼달러 선호 현상에 일조를 했다. 30년이 넘는 저성장 경제로 인해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일본에선 결국 지난 14일 1998년 9월 이후 24년만에 엔/달러 가치가 139.39엔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2분기 GDP 성장률이 0.4%에 그치는 역사상 최악의 기록을 깨면서 17개월만에 위안화/달러가 6.56위안까지 떨어졌다.
경제대국들이 슈퍼달러 강세에 자존심을 상하고 있는 사이에 경제력이 약한 신흥국 상황은 어떠할까?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에너지와 식량위기로 인한 공급망 인플레이션 상황에 미국 금리인상과 강달러화는 자금이탈, 통화가치 하락, 다시 또 인플레이션이 발생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코로나19로 관광사업을 잃은 스리랑카가 지난 5월 외환보유액 부족에 의한 디폴트 선언을 필두로 세계최대 밀 수입국 이집트가 차기 디폴트 선두주자다.
현재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밀가격 상승으로 재정난이 심각한 이집트는 5월 세계은행(WB)로부터 5억달러를 차관해야만 했다.
파키스탄도 디폴트 위기는 마찬가지로 에너지 가격급등으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와 물가상승률 21.3%로 지난 14일 IMF를 통한 11억 7천만 달러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FED의 금리인상 여파로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가치가 더욱 하락해 신흥국 국채금리 인상 시 신흥국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엄청나게 불어나는 건 더욱 심각하다.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43.7bp), 엘살바도르(33.9bp), 아르헨티나(25bp), 파키스탄(17.7bp) 등 최소 10개 신흥국의 10년만기 외화표시 국채금리가 년초대비 상승하며 달러화 빚의 폭탄을 막을 길이 없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분명 이러한 신흥국들과는 다른 상황이기에 안전한 상황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걱정이지만 결국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IB)도 아직까지는 3.5% 금리를 이번달 역시 동결했다. 2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FDI도 전년비 35.5%가 증가한 200억 달러규모로 걱정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경제는 상대적 명목가치만 보고 변화하는 실질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 인도네시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수출품인 석탄과 팜원유로 인한 상대적 비교우위는 분명하나 자원과 농산물 전쟁의 상황이 반전 시 대응할 만한 다른 산업이 없다면 결코 강달러 환율전쟁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경제지표 중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있다. 50 아래면 경기가 침체되고 50 이상이면 침체는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내막은 트랜드가 중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40.1까지 추락했지만 올해 년초 53.7까지 회복한 인도네시아는 5월 50.8, 6월 50.2로 지속 하락추세다.
당장은 비싼 자원과 농산물을 팔아서 경제는 돈을 벌고 있는 게 맞지만 공장을 돌리기 위한 원재료, 부재료 구매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 분명 정상적이라 할 수는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지만 경제는 다르다. 경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찾아야만 보인다. 명목가지와 실질가치의 차이변화를 모르면 작년엔 4만 루피아였던 스타벅스 커피가 올해는 왜 5만루피아나 올렸다고 매장직원에게 그저 화를 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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