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각국이 데이터센터(DC) 유치와 건설에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제조업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DC 유치만큼 호재는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관련 산업 성장률도 다른 선진시장에 비해 크게 높아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동남아 각국의 데이터 허브 경쟁이 치열하다”며 “홍콩의 규제강화를 틈타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탈출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유치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DC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베트남도 자국의 대기업인 FPT텔레콤이 호치민에 DC를 건설하기로 결정하는 등 데이터 허브를 노린 국가와 도시간 경쟁이 치열하다.
데이터 허브 경쟁은 동남아지역이 관련 산업의 발전 전망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부동산 서비스업체 쿠시만앤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이 지역 DC 시장의 성장률은 2024년까지 연평균 12.9%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가 △아시아•태평양지역 12.2% △유럽 11.1% △북미 6.4% 등을 크게 웃도는 규모이다. 같은 기간 도시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자카르타가 21.8%로 가장 높고 하노이(14.5%)와 마닐라(14.2%) 등이 뒤를 잇는다. 통신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성숙한 싱가포르는 5.1%에 그쳤다.
특히 동남아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인터넷과 SNS 이용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어 갈수록 데이터 소비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조사회사 위아소시알에 따르면, 필리핀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하루 약 11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이어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각각 9시간, 7시간에 이른다.
홍콩의 불안정성도 변수라는 평가다. 기존 아시아 데이터 허브의 역할을 했던 홍콩은 지난해 반체제 활동을 금지한 ‘홍콩국가안전유지법’이 시행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IT기업 등이 중국에서 사업확대를 재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 국가가 대체 수요를 발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민간조사회사 피치솔루션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키드슨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정치적인 안전성과 기술, 데이터에 관한 정책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DC 건설에 힘을 기울이는 데는 IT산업 자체의 발전도 있지만 기존 제조업의 고도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필리핀은 지난 5월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의 강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필리핀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하청받는 BPO방식의 생산이 많다.
이런 단순 하청기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다 많은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제기된다. 로페스 필리핀 무역산업부 장관은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데이터의 분석과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세계에 제공하는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도 IT와의 연계를 통해 보다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과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올해 9월 종합한 2020~2021년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각국은 제조업과 IT가 융합한 ‘인더스트리 4.0’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차세대형 공장에서 IoT 기술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기기를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다만 동남아 각국이 많은 전력을 소요하는 데이터센터의 운영에 어떻게 에너지를 공급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체로 이 지역 국가들이 전력생산에서 석탄화력에 대한 의존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탈탄소 정책 등 환경을 중시하는 선진국 IT기업의 유치를 위해 에너지 문제의 해결이 디지털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과 함께 최대의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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