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1일)
장세라의
아동심리치료 이야기 (35);
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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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시 궁금했던 점을 질문해주시면 신문을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사람마다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대상, 장소 그리고 상황이 제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낯선 상황을 접하게 될 때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특정 사물에 대한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위험신호를 보내줌으로써 미리 상황에 대비하고 경계하게끔 도와준다는 점에서 불안한 감정은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일상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정도의 불안을 느끼는 경우 우리는 이를 불안장애라고 진단한다.
오늘날 연예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흔히 발생하고 있는 공황장애, 증상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강박증,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심각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아이들 중에도 불안을 잘 조절하지 못하여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문제는 이를 접한 어른들이 ‘별 것 아닌 것’,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는 것’ ‘그 때는 모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을 아무렇지 않은 무엇으로 여겨버리는 데 있다.
아이들의 불안은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작은 불안의 감정으로 시작되었다가, 부모들의 이러한 대처로 인해 점점 심해져 공황장애, 강박증, 문제행동 등으로 나타나기도 할 뿐 아니라, 조절 불가능한 불안 상태에 놓이게 되는 아이들은 학습에도 집중하거나 관심을 보이기가 어려워 학교생활에도 충실하기가 어려워 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아이가 있다. 계획은 언제든지 수정 가능 한 것이지만 이 아이는 계획한 대로 모두 이행해야지만 안도와 뿌듯함을 느낀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날에는 짜증이나 화가 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하루 및 환경을 자신이 예측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세팅 해둠으로써 안도감을 느끼고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아이일 수 있다. 적당하게 스스로의 하루와 상황을 꼼꼼하게 계획하는 아이로서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괜찮지만, 만약 빈틈없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하고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면 이는 강박증으로 분류하여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를 통해 자녀가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에 할애하고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불안으로 인한 강박증은 약물과 인지행동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치료를 통해 강박증을 완화시키지 않는다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엄청난 자책감과 패배감을 맛보게 되며 나아가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상황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 모두 통제할 수 없다는 데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에 고통스러워 할 수 있다. 불안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공황발작을 일으키게 되어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공황장애 역시 극심한 불안을 순간 느끼게 되어 호흡곤란이 오고 죽을 것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를 스스로 극복해보려 노력하나 불안을 스스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이어서 공황발작에 대한 또 다른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불안이 가중되거나 불안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우울감이 심해져 우울증을 동반하게 될 수 있다.
만약 자녀들이 어떤 불안한 상태를 나타내는 행동을 보이거나 혹은 말로 불안을 표현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부한 반응보다 자녀들이 실제로 어떤 불안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자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불안은 점점 커져서 성인이 되어 어느 날 갑자기 불안장애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은 낯선 곳에서 다른 언어로 생활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있을 수 있고, 더불어 해외에서 잠시 살다가 한국으로 가서 다시 적응해야 하는 즉 삶의 터전을 자주 바꾸게 되는 상황 또한 아이들의 불안을 높일 수 있으므로 자녀와의 대화 채널을 항상 열어둘 필요가 있다.
불안이 심한 이들은 완벽하게 상황을 통제하여 불안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완벽하게 통제 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 우리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녀들이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 자녀가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 받는 존재임을 자꾸 표현해주자. 낯간지럽다며 거부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조차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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