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진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아세안의 새해 희망은 무엇인가. 주요 아세안 언론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이 지역 언론들은 해가 바뀌면 새해 희망에 관해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특징이 있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 극복이다. 사실 아세안 6개국의 코로나 방역대처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확진건수는 몇 십에서 몇 천 명 수준으로 나라마다 다르나 사망은 모두 100명 이하다. 싱가포르 경우 15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서 집단감염이 발생, 확진 자는 6만 명에 가깝지만 사망은 3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확진자수는 각각 76만, 48만 명 이상이다. 미얀마 말레이시아도 10만 명을 넘었다. 안일한 정부인식, 허술한 방역체제, 국내정치 상황 때문에 방역에 실패했다. 이들 정부도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강력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백신 개발 소식에 크게 고무되어 코로나 극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희망이 퍼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작년 말 백신을 투약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은 금년 연말 또는 내년 집단면역(herd immunity) 형성을 목표로 세우고, 중국 러시아 인도 및 서구의 백신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그중 인도네시아에서 세 차례 임상실험을 마친 중국 제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세안, 올해 5% 이상 경제성장 기대
금년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 기대 속에 아세안 경제는 올해 평균 5% 이상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작년 12월 ADB발표)
지난해(2020년)에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세안 선두주자들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6~8%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베트남 라오스 브루나이 세 나라만 플러스였다.
아세안은 양적성장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회의, 전자상거래, 물류사업이 활성화되고 IT, 5G 통신, 로봇개발, 스마트 사업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작년 11월 국경통관절차 및 화물운송 협력에 합의, 아세안 경제통합 계획을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다. 장래를 위한 성장 동력 개발사업들이다.
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행정부는 아세안을 경시했고 중국의 공세적인 ‘전랑(戰狼)외교’를 방치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인도·태평양지역 중시와 다자협력 중시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공약대로 실행된다면 인도양과 태평양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한 아세안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아세안은 작년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마무리작업을 주도해 성립시켰다.
최근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아세안에 접근해오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EU-아세안 연계 사업에 열을 올린다. 인구 6억5000만명, 세계 5위 경제권(GDP)인 아세안이 중국 영향권에 들어가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전략적 행보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 밀레니엄세대의 움직임이다. 태국에서는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도와 군부 집권에 대한 개혁을 요구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지배층의 권력독점, 부패 및 사회 불만에 집단행동을 보인다. 이들 세대는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깨어있고 이웃 나라와 지역연계도 조직한다.
아세안에 대한 코로나 지원 아끼지 말길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1000만명의 한국인이 아세안을 방문했고,
2019년 현재 아세안 사람 64만 명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의 두 번째 큰 교역상대로 우리는 매년 3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 나아가 아세안은 미래에도 중요한 파트너로 남을 것이다. 한국이 미중경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아세안과 다자지역협력과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켜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세안과의 인적왕래 규모를 고려하거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에서도 우리는 아세안의 코로나 극복에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9최소한 한국에 체류하는 아세안 사람들을 백신투여 대상에 포함시키고, 한국과 아세안이 공동으로 코로나 백신 및 신약개발 사업에 착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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