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작은 손길이 모여 인도네시아 등불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PT. Yongan Indomaju 예운해 사장

<인터뷰>
PT. Yongan Indomaju 예운해 사장

지난 12월 10일, WISMA KORINDO 14층에서 코린도 사회공헌재단에 5천 달러의 장학금을 기부한 교민이 있어 화제다.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비롯한 긴축경영에 들어가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 장학기금을 쾌척한 훈훈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PT. Yongan Indomaju의 예운해 사장이다. 정작 본인은 대단한 일도 아니고, 드러낼 만한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 쳤지만,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귀감이 되는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코린도 사회공헌재단 이순형 사무총장의 주선으로 예운해 사장과 만날 수 있었다.

자카르타에서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땅그랑 찌꾸빠에 위치한 PT.YONGAN INDO MAJU 제 1공장을 찾아갔다. 1996년 4월에 설립된 PT.YONGAN INDO MAJU는 특수 고무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주로 전자제품과 자동차 주요 부품을 생산해 내수와 수출의 비율이 균형 잡힌 견실한 기업이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예운해 사장은 1989년 10월 처음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의 제화 전문 회사의 개발부장으로 재직하다 인도네시아의 첫 번째 제화 공장인 코린도 제화사업부에 스카웃 되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처음 인도네시아에 도착했을 때, 무척 긴장 했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제가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따뜻한 미소와 정감 어린 태도를 가진 인도네시아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그 덕에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이렇게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어느 덧 인도네시아 생활 30년. 예운해 사장은 월급쟁이에서 사업가로 새로운 꿈을 일깨워준 인도네시아에 대한 고마움을 여전히 잊을 수 없다. 인도네시아에서 터를 잡은 지 오래된 교민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예사장도 인도네시아가 이젠 고향 같은 곳이다.

인도네시아가 더 발전하기를 누구보다 원하고, 또 한국 교민사회가 그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 평소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아서 였을까, 그는 틈만 나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조용히 도왔다. 특히 땅그랑 지역의 불우한 한인들의 문제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았다.

“저 혼자만 이웃들을 도운 것도 아니고, 또 누군가를 돕는 일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 보질 않았습니다. 그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을 다른 여러분들과 함께 나눈 것뿐입니다. 그러는 한편, 언젠가 여력이 되면 이 나라 사람들에게 좋은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죠”

그러나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우연히 그 통로를 발견했다. 그의 인도네시아 첫 직장이었던 코린도 제화사업부 출신 동료들이 모여 오랜만에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한참 담소를 나누다, 제화사업부의 총무를 맡았던 코린도 사회공헌재단의 이순형 사무총장이 앞으로 코린도 제화사업부 출신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기부하는 좋은 문화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의견이 모아졌다. 말이 나온 김에 당장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21명의 원로들은 3천만 루피아를 약정했고, 얼마 후 코린도 사회공헌재단에 정식으로 기부했다.

그때의 기억이 가슴 벅찼다는 예운해 사장은, 다시 기부를 결심했던 것이다.
“사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나누는 삶을 생각하다가도 마땅한 기부처를 찾지 못하고, 또 어디까지 도움을 줘야하는지 잘 모르지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복잡해지는 것 같아 생각만 하다 마는 경우도 많아요. 또 어떤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적어서 안 하느니만 못할 거란 생각에 주저하기도 하지요. 지난 해 우리 옛 동료들과 함께 기부해보니, 그 기부금이 어떻게 제대로 쓰이는지도 알게 되고, 작은 힘이 모여 크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주 보람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별 고민없이 기부했습니다.”

예운해 사장의 곁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코린도 사회공헌재단 이순형 사무총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통 기업의 사회공헌재단이라고 하면, 무조건 기업에서 자금을 무한정 지원받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재단 기금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예산 안에서 움직이다 보면 정말 간절하게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우리 재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외부에서 기부를 받으면, 재단은 무척 바빠집니다.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정확한 사용처를 기부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번에 예운해 사장님이 쾌척한 기금은 2021년도에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학생 중에서 2명을 선발해 한국의 연세대학교 어학당에 어학연수를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입니다.”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에게 한국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1년은 짧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학연수를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학생들 중에는 더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 또 1년간 닦은 기초 실력을 갈고 닦아 한국계 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면 인도네시아의 지한파는 물론, 친한파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다.
한도 끝도 없어 보이는 마른 우물에서 맑고 풍부한 샘을 얻으려면 마중물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한치 앞을 바라보기 힘든 암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이때, 예운해 사장의 기부는 마중물과 같다. 이 훈훈한 이야기가 우리 교민사회에 희망과 자부심을 주고, 또 인도네시아와 아름답게 동행하는 마중물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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