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와 뜨는 해 사이에서 생긴 일

(Monday, September 08, 2014)

한상재의 정치단상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아직도 혼돈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대선 과정에서의 혼란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서 극심한 혼란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먼저 출구조사 결과를 놓고 두 편으로 갈라섰습니다. 그 후 선관위 공식 개표결과를 놓고 두 편으로 갈리더니 곧장 헌재로 혼란은 옮겨 갔습니다. 헌재가 재판 결과를 발표하자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습니다.

도무지 헌재의 판결까지 번복할 수 없었던 대선 낙선후보 진영은 행정재판과 대법 제소까지 거론하더니 이젠 국회 특별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문제제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낙선 후보 진영에 모였던 정당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중지난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거대 정당인 골카르(Golkar)당이 다시 두 쪽으로 분열되고 있습니다. 물론 PAN과 PPP 당도 내부 분열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교적 당 지도체제가 건실했던 민주당도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나자루딘(Nazarudin)이라고 하는 전 민주당 자금담당 의원이 KPK에 의해 구속되면서 안디(Andi) 전 체육부 장관과 아나스(Anas) 전 민주당 당 대표가 구속되었습니다. 이어 수탄(Soetan)과 하르타티(Hartati) 여사 등 이른바 민주당 자금줄과 거물들이 KPK 거미줄에 줄줄이 엮였습니다. 그리고 종교성 장관과 농업부 장관이 부정 축재로 구속되더니 이젠 ESDM 제로(Jero) 장관까지 석유개발권 뇌물사건에 걸려들었습니다.

오는 10월20일이면 유도요노 대통령 정부는 막을 내리고 조코위도도 정부에 인도네시아 무대를 내줘야 합니다. 가능하면 유도요노 대통령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10년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레임덕 현상은 여기 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유도요노 대통령 최 측근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유도요노 대통령 정부는 제로 ESDM 장관의 KPK 구속 사건이 현 정부 잔여 임기 중 마지막 사건이 되었으면 하고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유도요노 대통령은 발리까지 찾아와 부탁한 조코위도도 차기 대통령의 기름값 인상 부탁을 거절한 바 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조코위도도 대통령 당선자는 아무 성과없이 빈손으로 자카르타로 돌아 와야만 했습니다. 이를 지켜 본 JK(유숩깔라) 부통령 당선자는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기름값 인상 거부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로 성토한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라고 하는 국가의 재정위기를 보지 않고 개인적 감정과 요구사항 때문에 기름값 인상을 거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이지만 KPK는 덮어 두었던 나자루딘과 아나스 함발랑 선수촌 비리 연루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도요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하는 중이지만 유도요노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실세인 제로와찍 장관을 전격적으로 구속 수사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미 제로 장관은 이미 오래 전 석유개발 허가권을 내주고 뇌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 거금을 ESDM 장관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다 적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KPK는 대선결과를 의식한 듯 제로 장관 조사를 계속 미뤄오기만 했습니다.

KPK는 이제 유도요노 현 정부에 기댈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사실상 투쟁민주당도 이리갈까 저리갈까를 반복하는 민주당에 실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석유값 인상도 거부한 마당에 민주당이나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적백군단(Merah Putih-프라보워 후보 진영)에 발을 담근 것도 아닙니다. 물론 국회에서 보자는 적백군단의 제안에 혹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믿고 조코위도도와 완전히 등을 돌린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매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적백군단 최고 대표주자인 골카르당이 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골카르당은 내부 중진부터 분열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시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아궁 락소노 현 복지부 장관을 따르는 온건파들이 아브리잘 바크리를 따르는 당내 강경파를 뒤로하고 조코위도도 진영으로 갈 것 같습니다. 마침 조코위 측엔 골카르당 원로인 JK와 이미 대선 때 골카르당을 떠나 JK 를 돕던 다수의 골카르당 원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PKB 당 총재의 경선이 있었습니다. 신임 총재는 당총재 수락 연설에서 적백군단을 향해 조코위 군단에 빨리 합류하라는 권유를 한 바 있습니다. 특히 PPP 당은 말할 것도 없고 PAN 당까지 거론했습니다. 결국 적백군단에서 하따라자사 부통령 후보를 낸 바 있는 PAN 당은 조코위 측을 만나 협의를 한바 있습니다.

아직 그 결과가 겉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곧 PAN 당과 PPP 당이 조코위 측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적백군단이 남는 당은 그린드라당과 골카르당 일부, 그리고 PKS 당 뿐입니다.

민주당은 아마 백기를 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느 쪽으로 가야 대통령 임기 후 안전한지에 대해 너무 약게 저울질하다 조코위 측 합류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사실 유도요노 대통령은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는 아들의 미래가 보장되는 길을 택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KPK는 대통령 아들과 깊은 관계가 있는 나자루딘과 아나스를 자꾸 조여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도요노 대통령은 조코위 측에 민주당을 던지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 당원들은 레임덕에 든 유도요노 대통령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반발하지 않지만 속내는 어서 빨리 조코위 측으로 가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메가와티는 투쟁민주당을 선명야당으로 유지하느나 갖은 고생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 쉽게 유도요노 대통을 놔 줄것 같지 않습니다. 10년전 메가와티를 배신(?)하고 나간 유도요노 대통령이 너무 야속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이것이 지는 해와 뜨는 해의 차이지만 해가 지고 뜨면서 벌인 인간의 감정싸움은 서운함을 넘어 보복으로 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린두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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