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유통되는 모든 식품은 앞으로 할랄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절차도 바뀐다.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5년 유예기간을 뒀다. 기업들의 혼선과 차질을 막고 기관 간 업무 권한을 명확히 조정하기 위한 조치다. 할랄을 총괄하는 종교부 산하 할랄인증청(BPJPH) 수코소 청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 어떻게 바뀌나.
“민간기구인 이슬람단체 울라마협의회(MUI)가 전담하던 할랄 업무를 정부기관인 BPJPH가 맡는다. ‘신청→검사→심의→발급’ 모든 과정을 처리했던 MUI는 검사와 심의만 담당하는 여러 기관 중 하나가 된다. BPJPH는 MUI 외에도 여러 이슬람단체와 대학, 연구기관 70여곳에 검사 및 심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민간 대신 정부가 할랄 인증 전반의 책임을 명확히 지겠다는 뜻이다.”
– 현지인들조차 MUI가 여전히 할랄을 전담하는 것으로 안다.
“BPJPH가 작년 10월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해 그럴 수 있다. MUI가 30년 틀어쥔 할랄 독점권을 유지하려고 3번이나 소송을 걸었지만 모두 우리가 이겼다. 현지 업체는 이미 우리가 7,000여건 신청을 받아 400건 이상 인증을 했다. MUI에서 해외 업체를 상대로 인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엄연히 불법이고 앞으로 정리될 것이다.”
– 기존에 MUI 인증은 무효가 되는가.
“아니다. MUI 인증 만료 후 BPJPH를 통해 갱신하면 된다. 인증 유효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 기업에 유리하다.”
– 유예기간 뒤엔 모든 제품이 반드시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하는가.
“식음료는 2024년 10월 17일부터 의무화된다. 기존과 달리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건강보조식품 등은 7~10년, 위험도가 높은 의료기기 등은 최장 15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예컨대 건강보조식품은 2026년에 의무화가 시행된다.”
– 의무화 이후엔 할랄이 아닌 제품은 들여올 수 없나.
“아니다. 돼지고기 알코올 등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하람(금지ㆍ불법이라는 뜻) 표시를 하면 가능하다. 다만 의무화 이후엔 각 상점 매장에 할랄과 하람 상품을 구별해 진열할 예정이다.”
– 한국에서 받은 할랄 인증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한국에서 발급하는 인증서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유효하지 않다. 다만 양국 한 쪽에서 할랄 인증을 받으면 똑같이 인정해주는 교차 인증을 KMF가 추진하고 있어서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 양국이 ‘정부 간 계약’을 맺길 희망한다. 이미 호주 등과 진행하고 있다.”
이준산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임무관(林務官)은 “우리 기업의 수출 활동에 혼란이나 지장이 없도록 양국 정부 간에 세부절차, 방법론 등의 협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