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 변모하는 ‘디지털 외교’

코로나19 위기 속에 비대면·온라인 업무 방식이 확산 추세를 띠고 있다. 외교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영상통화와 영상회의가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면담 및 회의를 대체하고 있다.

‘줌 외교’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거센 변화의 바람 속에서 외교 스타일도 변모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서 대사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임했다. 귀임에 앞서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주재 국가의 정부와 각계 주요 인사들에게 마지막으로 이임 인사를 하는 게 전통 관례다. 그동안 업무 측면에서 각별하게 지낸 인사들과 아쉬움을 달래는 식사도 하고 이임 인사를 겸한 송별연도 거창하게 하곤 한다.

코로나19 위기 이전만 해도 이임 리셉션에 고위 인사가 얼마나 많이 참석하느냐가 대사의 임무 수행 성공과 인맥의 두터움을 판가름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전혀 다른 양상의 작별 모습이 연출됐다. 인도네시아도 연일 1500~2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직접 대면하는 면담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성대한 이임 리셉션을 개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본인도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부 장관과 영상회의를 통해 작별 인사를 주고받았다. 악수 한 번 못하고 헤어짐을 서로 아쉬워했다.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임원과도 영상으로 송별회를 치렀다.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지원하는 온라인 서포터스 ‘사하밧 코리아'(바하사 인도네시아로 ‘한국의 친구’를 의미)와도 석별의 정을 온라인 미팅과 페이스북 라이브로 나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도 6월 영상회의를 통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의장국인 베트남 정부는 아세안 정상회의를 베트남에서 개최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로 각국 정상의 참석을 열망했지만 확산 일로에 있는 코로나19 앞에선 영상회의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오는 12일 베트남이 주최하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도 영상회의로 열리게 된다. 남북한이 회원국으로 함께 참여해 남북한 외교장관 간 만남의 가능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 온 아세안 ARF도 모니터를 마주하는 회의로 진행, 안타깝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낸 새로운 환경에 맞춰 영상을 통한 소통과 협상을 강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종식 시기가 멀어질수록 ‘언택트’와 ‘온택트’ 외교 방식은 더욱 확산할 상황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고 효과 높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외교수행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외교 수행에 필요한 자원과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사이버 안보 강화도 동시에 다뤄 나가야 할 과제다. 이는 단지 외교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협력을 다루는 모든 부처와 기관에 해당하는 문제다.

재외공관의 경우 급증하는 영상회의와 웨비나(웹 세미나) 수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인터넷 인프라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소통과 홍보 수단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영상회의 대처 수준을 넘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외교 데이터 분석과 예측 등 디지털 외교 수요는 무한하다. 코로나19 위기는 디지털 외교로의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