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 아직 코로나19 확진자 없는 이유는

거리 멀고 직항 드물어…신종플루 등 겪으며 방역체계 강화 전문가들 "바이러스에 안전한 나라 없어"

중남미국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집트에서 최근 아프리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제 전 세계 6개 대륙 중엔 남미만이 유일하게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남게 됐다.

16일(현지시간) 현재 중남미와 카리브해 각국에는 아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1명도 없다.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 각국에서 의심환자가 계속 나왔지만 아직은 모두 음성이었다.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아르헨티나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이 지역 국적자 중 유일한 확진자다.

중남미와 가까운 북미 미국과 캐나다에도 확진자가 나오고, 아프리카 역시 바이러스에 뚫린 상황에서 중남미에만 아직 코로나19가 침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명백한 이유는 거리다. 중국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는 중국과의 거리가 가장 멀고 교류도 상대적으로 적다. 중국과의 직항도 극히 드물다.

아에로멕시코가 지난해 중국 상하이-멕시코시티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후 하이난항공의 베이징-멕시코 티후아나 노선이 베이징과 중남미를 잇던 유일한 노선이었다. 그러나 이 노선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달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기술적인 이유였다. 직항이 없으니 중국발 여행객도 적고, 경유지에서 먼저 의심환자가 걸러지게 된다.

여기에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적 신속하게 검역 강화 등 대비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와 파라과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적 일찍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등 발 빠르게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중남미 국가들의 대처엔 과거 감염병의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는 2009년 신종플루(H1N1) 대유행의 진원지였다. 당시 큰 아픔을 겪은 멕시코는 유사한 호흡기질환인 코로나19의 확산 초기부터 긴장 상태로 철저히 대비했다.

지금까지 10여 명의 의심환자가 나온 멕시코는 우한이 아닌 다른 중국 지역에서 온 자국 유학생들도 격리 조치했고, 최근 멕시코를 경유하던 한국 여행객이 고열 등의 증세를 보이자 격리 상태로 검사하기도 했다.

범미보건기구(PAHO)의 실뱅 알디지에리 박사는 최근 BBC 스페인어판에 “중남미 국가들은 조기에 바이러스 탐지와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검역을 강화했다”며 “이 지역엔 2009년 H1N1 대유행 이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체계가 보강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 국가들은 지금이 여름철이어서 바이러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다는 점도 코로나19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물론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남미에도 당국에 확인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먼 거리와 철저한 검역만으로 중남미가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PAHO의 자르바스 바르보자 박사는 AP통신 스페인어판에 “지금 확진자가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며 “어떤 나라도 기후나 다른 이유로 안전하진 않다.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이 어느 나라로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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