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대북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2016년 중반부터 터져 나온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THAAD)배치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급작스럽게 악화됨에 따라 한국의 소위 ‘북방외교’는 거의 중단 악화된 상태이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경에서 개최된 항일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였을 때 한중 정치 밀월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한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하자마자 중국이 이를 격렬히 비난하면서 그동안 구축되어온 한중 양국의 정치적 협력관계 확대 맹세는 자취를 감추었다. 실로 한중 관계가 1992년 외교관계 수립이후 최악의 상태에 급격히 돌입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기업에 대해 경제제재를 지속하면 할수록 한국이 사드배치를 철회할 것으로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관련 문제해결을 위해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여 시진핑 주석과 면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금년 5월 31일까지도 경제제재와 사드배치 중단과 취소를 촉구하는 외교적 압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이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의 사드배치마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있어 궁극적으로 중국의 협력은 무엇일까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5년간 한국은 중국을 북한위협 억제, 한국의 경제력 확대 및 향후 통일실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나라로 보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구축에 동의하여 지금까지 온 것이다.
한국이 중국의 역할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본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애초 중국은 우리가 바라는 나라가 아니었는가? 분명한 것은 작금의 한중 관계는 양국 모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우선 한국은 향후 전략적으로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또 어떻게 접근하여야만 위의 3가지 중요한 사안에 있어 협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위의 3대 사안에 대해 한국은 중국을 너무 장밋빛으로 바라봐서는 안되며 중국을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wishful thinking)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하면 중국과의 이견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서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을 유도해 나갈 수 있을까. 기본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은 중국에 대해 신뢰구축과 함께 이익 공유체계를 서서히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중 신뢰구축 방식이나 중국의 대한국 신뢰구축 방식은 너무나 제로섬(zero-sum game) 방식으로 추진됨으로써 서로에 대해 신뢰를 점진적이고도 전략적으로도 구축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데에는 현재 존재하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오는 전략상의 이견(異見)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고립화되어 북한정세가 불안정한 점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로 대한국 군사위협을 지속 감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북한의 대한국 군사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을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을 전략적으로 믿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우선 중국과 함께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주민 생활향상을 위한 공동협력과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단독적인 개성공단 확대 보다는 더욱 현실성이 있으며 한국의 대북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정부는 중국에 대해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성급한 결론부터 내리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성급하면 할수록 중국은 더욱 느긋하게 나올 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더욱 편중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를 상기해보자.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중국은 동북공정 계획아래 고구려사 왜곡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으며 김대중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가져올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등장 이후 한국이 동북아균형론에 입각하여 미중 관계에서 균형을 취하여야 한다면서 중국에 대해 더욱 친밀한 관계 발전을 표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한국에 대해 무슨 제안을 하였는가? 중국은 한국에 대해 ‘한중 전면적 포괄적 협력관계’ 구축을 제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에 있었던 중국의 소수민족의 정권이라는 고구려사를 노골적으로 왜곡하기 시작하였다. 노무현 정부 등장이후 고구려사 왜곡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임기 말까지 소원한 상태를 지속하였다. 그야말로 한·중 양국이 합의한 ‘한·중 포괄적 전면적 협력 관계’가 구축되지 못한 기간이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한국 내에서 일반적으로 미국보다는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표출되어 한국인의 대중 호감도가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이전에 중국을 “기회와 동반 발전의 대상”으로 보던 중국을 이제는 “의혹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점이 특징이었다.
셋째, 무엇보다 한국은 한·미 동맹관계에서 발생하는 이견(異見)을 중국이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가까운 이웃나라이긴 하지만 체질, 체격, 국가의 DNA, 국격 등이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실상은 원교근공(遠交近攻)전략이 타당하다.
넷째, 중국은 한·미 동맹 약화를 지속적으로 꾀하고 있어 북핵위협에 노출된 한국의 안전을 가장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시절 중국은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며 “시대가 많이 변하고 동북아 각국의 상황도 크게 변한 만큼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전 세계 또는 각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곤 하였다.
즉 중국은 북한의 군사위협을 견제하는 한·미동맹의 존재이유를 완전히 무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불안요인이 북한의 대한국 무력도발이기 보다는 한·미 군사훈련임을 지적하였다. 시진핑 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이후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북핵 동결과 교환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향후 한국정부는 상기 4가지 점을 감안하여 원칙이 있으면서도 전략적으로 유연한 대중 접근 외교를 지속해 나가길 기대한다.
*필자 소개: (사)평화통일연구원 원장, 중국푸단대학 겸직연구원, 전 상해외국어대학 교수,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한국평화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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