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KPK), 페리 워지요 전 BI 총재 수환 가능성 시사

사임한 페리 워지요 전 인도네시아중앙은행 총재

– 페리 전 총재 사임 직후 KPK “직책 여부 무관, 수사 필요성에 따라 소환 결정”
– 2020~2023년 PSBI·PJK 기금 유용 혐의… 현직 국회의원 등 연루 이어 파장 확대
– 본사 압수수색서 확보한 문서 토대로 자금 흐름 집중 추적… 통화당국 전격 수사로 이어질지 촉각

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KPK)가 인도네시아은행(BI)과 금융감독청(OJK)의 기업 사회적 책임(CSR) 기금 집행 비리 혐의와 관련하여, 최근 사임한 페리 워지요 전 인도네시아중앙은행 총재를 증인으로 소환(Summon)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통화 당국의 수장이었던 페리 전 총재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 직후 제기된 입장이어서 현지 정치·경제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KPK “퇴직 여부와 무관… 오직 수사 필요성에 따른 결정”

부디 프라세티오 KPK 대변인은 지난 화요일(2026년 7월 28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증인 소환은 개인의 직위나 퇴직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전적으로 수사관들의 필요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디 대변인은 “증인 소환은 당연히 증인이 인지하고 있는 바를 진술로 확보하려는 수사관의 필요성에 따르는 것이며, 원칙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인물이 고위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곧바로 진술 청취를 위해 소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페리 전 총재에 대한 향후 소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여지를 남겨두었다.

앞서 페리 워지요의 BI 총재 사임 소식은 지난 2026년 7월 27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대변인이자 국가사무처 장관인 프라세티오 하디를 통해 공식 발표된 바 있다.

부디 대변인은 국민들을 향해 인도네시아은행과 금융감독청의 CSR 기금 집행 관련 부패 혐의 수사 과정을 차분히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KPK는 관련자들의 불법 행위를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며, “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완벽하게 규명하여 향후 예방적 접근 방식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지배구조 개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BI·OJK의 CSR 기금 유용 의혹

KPK가 수사 중인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집행된 인도네시아은행 사회 프로그램(PSBI) 및 금융서비스 자문 프로그램(PJK)의 기금, 즉 BI와 OJK의 CSR 기금이 부당하게 유용되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다수의 관련 주체들이 개입해 기금 집행 과정에서 광범위한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페리 전 총재의 이름이 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4년 12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PK는 자카르타 중구 탐린 지역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은행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관들은 여러 집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그중에는 페리 전 총재의 집무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KPK는 페리 전 총재에 대한 직접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채, 압수된 증거물을 바탕으로 관련 BI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규명(Clarify)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페리 전 총재는 압수수색 직후인 2024년 12월 1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BI는 본사에 대한 KPK의 방문을 수용했으며, 이는 적법한 수사 절차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인정하며, KPK 수사관들이 BI 빌딩 여러 공간을 방문해 CSR 기금 집행 관련 문서들을 확보해 갔다고 확인해 준 바 있다. BI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KPK는 2024년 12월 19일 금융감독청(OJK) 사무실에 대해서도 추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국회의원 연루 이어 통화 당국 수장으로 수사 확대 촉각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으로도 칼끝이 겨누어졌다. KPK는 지난 2025년 8월 7일, 2019-2024년 임기의 국회(DPR RI) 제11위원회 소속이었던 사토리(ST, 게린드라당) 의원과 헤리 구나완(HG, 나스뎀당) 의원을 부패 혐의 피의자로 공식 입건했다. 두 사람은 2024-2029년 임기의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KPK의 수사 결과, 이들은 PSBI 및 PJK 기금을 공익적 목적이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전용하고 부적절하게 집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KPK는 헤리 구나완 의원이 CSR 기금 등을 포함해 총 158억 6,000만 루피아(한화 약 13억 원 상당)에 달하는 자금을 수수한 증거를 확보했다. 세부 내역으로는 PSBI 활동을 통한 BI 자금 62억 6,000만 루피아, PJK 활동을 통한 OJK 자금 76억 4,000만 루피아, 기타 국회 제11위원회 협력 기관 자금 19억 4,000만 루피아 등이 포함됐다.

함께 입건된 사토리 의원 역시 총 125억 2,000만 루피아 규모의 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는 PSBI 활동을 통한 BI 자금 63억 루피아, PJK 활동을 통한 OJK 자금 51억 4,000만 루피아, 기타 협력 기관 자금 10억 4,000만 루피아 등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KPK는 통화 당국의 다수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나, BI나 OJK 소속 고위 관계자를 직접 피의자로 입건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페리 전 총재의 전격 사임과 맞물려 KPK가 그의 소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수사가 통화 당국 수뇌부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질지 인도네시아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비즈니스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