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이동통신사의 미사용 인터넷 데이터 소멸은 위헌”… 소비자의 경제적 권리 전격 인정

헌법재판소 청사 Gedung Mahkamah Konstitusi

– “이미 대금 지불된 데이터는 이용자 소유… 국가는 보호 의무 다해야”
– 이월(Rollover), 환불, 유효기간 연장 등 합리적 보호 체계 마련 권고
– 선·후불제 모두 적용… 통신 업계, 투명성 강화 및 요금제 개편 불가피

[자카르타 = 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MK)가 소비자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한 뒤 사용하지 못한 잔여 인터넷 데이터(kuota)를 이동통신사가 일방적으로 소멸시키는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는 소비자의 사적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임을 명시하며, 국가가 텔레콤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현지 시간으로 2026년 7월 23일 목요일, 자카르타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열린 사건번호 제273/PUU-XXIII/2025호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텔레콤에 관한 1999년 법률 제36호’의 개정 조항을 포함하는 ‘일자리 창출에 관한 2023년 법률 제6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청구인들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완전히 소비되지 않은 남은 인터넷 데이터가 단순한 판촉용 혜택이 아닌, 이미 비용이 지불된 텔레콤 서비스의 일부로서 이용자의 ‘경제적 권리’이자 ‘사적 소유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데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 낭독을 통해 “실질적으로 완전히 사용되지 않았거나 누리지 못한 데이터는 유효기간 연장을 핑계로 하거나 어떠한 이유로든 추가 요금이나 타리프(tarif)를 부담시키지 않고, 해당 데이터가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텔레콤 서비스 이용자의 소유권으로서 계속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판결 취지를 밝혔다.

이는 1945년 인도네시아 공화국 헌법 제28H조 제(4)항에 보장된 국민의 사적 소유권 보장 원칙에 기반한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통신 사업자의 일방적인 상업적 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이 상실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 접속이 단순한 오락 수단을 넘어 업무, 학습, 사업 운영, 공공서비스 이용 등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 및 생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텔레콤 규제와 관련 정책은 단순히 통신 사업자들의 상업적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되며, 소비자에게 법적 안정성과 균형 잡힌 권익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모든 이동통신 요금제의 유효기간을 무조건 무제한으로 일률 개편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사는 소비자가 이미 지불한 남은 데이터를 보호하는 다양한 서비스 옵션을 제공하는 전제하에, 기존의 유연한 요금제 선택권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 체계를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대표적인 잔여 데이터 보호 방안은 다음과 같다. ▲ 다음 회기로의 데이터 이월(rollover) 또는 누적 ▲ 자동 연장 또는 간편한 절차를 통한 유효기간 연장 ▲ 서비스 혜택의 제3자 양도 ▲ 고객에 대한 적절한 보상 ▲ 미사용분에 대한 환불(refund) ▲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기타 보호 체계
이러한 규정은 특정 요금제에 국한되지 않고 선불제(Prabayar) 및 후불제(Pascabayar)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적용된다.

남은 데이터에 대한 보호 조치 외에도 헌법재판소는 정부를 향해 기술 발전, 급변하는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국민의 경제적 능력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텔레콤 요금 산정 공식을 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산업계의 이익과 소비자의 권리 사이에 공정한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요금 정책 수립 과정에 소비자보호기관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부연도 덧붙였다.

아울러 이동통신사들은 향후 요금제 가격, 데이터 제공량, 유효기간, 공정 사용 정책(Fair Usage Policy), 그리고 남은 데이터 처리 메커니즘에 이르는 모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이와 함께 실시간 데이터 사용량 모니터링 채널 구축과 일반 국민이 언제든지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원 처리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권고받았다.

이번 역사적인 판결은 인도네시아 국민 3인(디디 수판디, 와휴 트리아나 사리, 레가 펠릭스)이 기존 텔레콤법의 조항들이 남은 인터넷 데이터에 대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소송에서 비롯됐다. 청구인들은 정당하게 대금을 지불한 데이터는 소비자의 자산이므로, 데이터를 모두 소모할 때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소송 심리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소비자원재단(YLKI)과 국가소비자보호원(BPKN) 등 주요 소비자 권익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그간 통신사들의 일방적인 데이터 소멸 관행이 다수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혀왔다고 지적하며, 국가가 나서서 텔레콤 서비스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통신 시장은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한 인터넷 데이터는 단순히 요금제 유효기간 만료라는 기업의 편의적 잣대에 의해 자동 소멸하는 일회성 혜택이 아니라, 국가가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해야 하는 명백한 경제적 권리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비즈니스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