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메이드 바이 차이나’로… 공장과 기술을 통째로 수출하는 중국
할림~반둥 고속철부터 슬라웨시 니켈 제련소까지, 인니 산업 전반에 스며든 차이나 자본
서방 관세장벽 피한 ‘추하이(出海)’ 가속화… 글로벌 경제 활력 기대와 산업 종속 우려 교차
가전제품부터 자동차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이제는 공장과 기술 자체를 통째로 수출하는 모양새다. 과거 중국 내 단순 제조를 의미하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시대가 저물고, 중국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전 세계 현지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ina)’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변화의 최전선이자 핵심 교두보로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가 떠오르고 있다.
■ 인도네시아 전역을 덮친 ‘Made by China’ 열풍과 경제 잠식 우려
최근 인도네시아의 경제 지도를 살펴보면 중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수도 자카르타의 할림(Halim) 역에서 서부자와주 반둥(Bandung)을 잇는 동남아 최초의 고속열차 ‘우쉬(Whoosh)’는 중국의 자본과 기술로 시공되어 현재 절찬리에 운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협력을 넘어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산업 생태계 전반의 종속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서부자와주 수방(Subang)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EV) 기업 BYD가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를 다지고 있다. 중부자와의 그랜드 바탕(Grand Batang) 공단 역시 중국 기업들의 입주가 줄을 이으며 거대한 ‘차이나 타운’ 산업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부 칼리만탄의 대규모 화학단지 조성과 슬라웨시섬 일대에서 가동 중인 수많은 니켈 제련공장 역시 중국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슬라웨시의 니켈 제련소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의 채굴부터 제련, 배터리 생산, 나아가 서부자와의 전기차 완성차 조립까지 이어지는 ‘중국 주도의 완벽한 수직 계열화’를 인도네시아 영토 내에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인도네시아 경제가 중국 자본에 의해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다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서방의 관세 장벽과 내수 부진이 부른 ‘추하이(出海)’ 현상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적극 이전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전 세계가 소비하는 제품의 상당수를 생산해온 중국 제조업체들은 최근 몇 년 새 극심한 내수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높아지는 관세 장벽까지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국내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대신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대외직접투자는 2024년 대비 7.1% 증가했다. 반면 중국 내 투자는 같은 기간 3.8% 줄어들어 연간 기준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해외 진출을 뜻하는 ‘추하이(出海)’ 현상은 이미 보편화되었으며, 중국 내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이 추하이가 해외 현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중국의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미중 정상회담과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기술력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중 투자위원회’ 설치가 합의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미중 투자위원회는 미국 내 중국의 투자 계획을 양국 정부가 검토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여, 중국 공장들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게 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생산 거점 확대는 전기차, 배터리,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헝가리, 스페인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직접 공장을 짓는 대신 포드(Ford)에 배터리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우회 진출했다. 포드는 CATL이 설계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미시간주에 30억 달러(약 4조 5천억 원) 규모의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행보도 거침없다. 지프(Jeep) 제조사 스텔란티스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중국 기업들과 전기차를 공동 생산할 계획이며, 포드와 지리자동차 역시 스페인에서 유사한 거래를 논의 중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업체 중 하나인 체리(치루이)는 경영난에 빠진 일본 닛산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을 인수해 살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가전업체 마이디어는 브라질과 태국에 이어 최근 일렉트로룩스와 함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멕시코에서 공동 제조 파트너십을 맺었다.
■ 경제 활성화 기대 이면의 부작용… 노동·환경·산업 보호 논란
일각에서는 중국의 투자가 현지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0~9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결과적으로 미국 업체들의 체질을 개선한 것처럼, 중국의 진출이 멕시코에서 최근 3년간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 등이 긍정적 효과로 꼽힌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 역시 중국 기업에 공장 일부를 내줌으로써 높은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메이드 바이 차이나’의 무분별한 확장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 및 인권 침해 우려다. BYD는 해외 진출 시 “노동법 위반에 무관용 원칙을 지키고 현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브라질의 BYD 공장에서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주 7일 근무에 시달리고 매트리스조차 없는 침대에서 생활했으며, 기숙사에서는 31명의 노동자가 단 1개의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점프스타트 아시아 컨설팅의 설립자 켈리 라오는 “중국 기업들은 노동 문제에 있어 해외 관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식(방식)을 현지에서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치적 견제도 심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BYD의 헝가리 공장이 EU 경제의 7%와 1천300만 개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역내 자동차 산업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경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역시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세계 시장 지배를 노리는 전략적 경쟁자에게 미국 자동차 산업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내 생산은 물론 멕시코·캐나다산 중국 자동차의 유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메이드 바이 차이나’의 파도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자본 유치를 넘어 자국 산업 생태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노동·환경 등 글로벌 표준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가 경제 전체가 붉은 자본에 종속되는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경제부/ Fajar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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