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북부 자카르타 제72국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의 여파가 확산되는 가운데,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폭력적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접근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 학생이 평소 즐기던 온라인 게임에서 범행 동기를 얻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게임의 폭력성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7일(금) 북자카르타 끌라파가딩 지역에 있는 제72국립고등학교 교내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학교 재학생 한 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 중이다.
초기 조사 결과, 이 학생은 오랫동안 학교폭력(불링)에 시달려 왔으며, 평소 즐겨 하던 전투 게임의 폭력적 장면에서 범행 수법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9일(일) 남부 자카르타의 자택에서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 경찰청장, 프라세티오 하디 국무장관 등과 비공개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후 프라세티오 하디 국무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미래 세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해결책 모색과 제한 조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일부 온라인 게임에 포함된 부정적 요소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과 제도적 제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폭력성이 짙은 게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의 공격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 교육문화연구기술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연령별 게임 접근 제한 강화 ▲게임 콘텐츠 심사·감독 시스템 구축 ▲특정 게임의 전면 금지 등 다각적인 규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게임 문제뿐 아니라 고질적인 학교폭력 해결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프라세티오 장관은 “대통령께서 교사와 교육 관계자들이 학교 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소한 징후라도 놓치지 말고 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청년 단체 및 스카우트 활동을 재활성화해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사회적 관심과 유대를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당국은 폭발 사건에 대응해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PUBG)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라세티요 하디 인도네시아 국무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배틀그라운드를 언급하면서 “이 게임들에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있고 배우기도 쉽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디 장관이 유일하게 꼽은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2017년 출시한 온라인 슈팅게임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은 게임으로, 인도네시아 인터넷서비스제공자협회가 2025년 8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접속한 온라인 게임 3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강경한 규제 검토 방침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과 학부모 단체는 청소년을 유해한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게임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방적인 금지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심리학 전문가 라트나 사리 박사는 “게임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가정환경과 또래 관계 등 사회적 요인이 아이의 행동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강압적 규제보다는 디지털 시대에 자녀를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폭발 사건이 발생한 제72국립고등학교는 현재 정상 수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학생과 교직원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상담 및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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