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철강 산업, 노후 설비와 중국산 수입 급증으로 ‘경쟁력 적신호’

산업부 차관, 국회 보고서 “국내 철강 가동률 50% 수준… 수입 의존도 심각” 정부, 국가표준(SNI) 강화 및 산업 고도화(Hilirisasi Baja Nasional) 정책으로 위기 돌파 모색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철강 산업이 노후화된 생산 설비와 급증하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심각한 경쟁력 약화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 강화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파이솔 리자(Faisol Riza) 산업부 차관(Wamenperin)은 지난 10일 월요일, 국회(DPR RI) 제6위원회와의 업무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철강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상세히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리자 차관은 특히 중국산 철강 제품의 수입 급증(banjir impor)과 낡은 공장 설비(mesin pabrik yang sudah tua)가 국내 산업의 발목을 잡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리자 차관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 내 철강 수요와 국내 생산량 사이에는 심각한 격차(kesenjangan besar)가 존재한다.

그는 “국내 철강 수요의 약 55%를 수입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대다수는 중국산 제품”이라며 “이로 인해 우리 철강 산업의 평균 가동률(utilisasi)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 철강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52.70%로, 생산 능력의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가동을 멈춘(idle)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재고로 쌓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 구식 기술과 제한된 수요처, 경쟁력 저하의 주범

수입 문제와 더불어, 국내 철강업계의 낡은(usang) 기술력 또한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리자 차관은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기계와 기술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으며, 친환경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구식 기술이 제품의 품질 저하와 생산 비용 상승으로 직결되어, 인도네시아 철강 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철강 생산은 대부분 건설 및 인프라 부문에 편중되어 있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확장이 더딘 상황이다.

자동차, 조선, 중장비 등 잠재력이 큰 산업 분야에서 요구하는 합금강(alloy steel)이나 특수강(special steel)과 같은 고품질 철강 제품 개발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세계 철강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취약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리자 차관은 “전 세계적으로도 주요 수요처(off taker)인 부동산 부문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각국의 철강 생산자들이 규제가 약한 국가를 대상으로 자국 제품을 밀어내기 위한 수출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가 이러한 과잉 공급의 주요 타깃 시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다.

■ 정부, 국가표준(SNI) 강화 등 정책적 대응 착수

정부는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 수단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 국가표준(SNI) 적용을 의무화하고 수입 제한(lartas) 조치를 강화하여 저품질 수입 철강재의 유입을 차단하고 국내산 제품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철강 산업 고도화(Hilirisasi Baja Nasional)’ 정책을 통해 산업의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는 단순 건설 자재 생산에서 벗어나, 자국산 철강이 조선, 방위 산업, 그리고 고속도로·거대 방조제·300만 호 주택 프로그램 등 정부 주도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산업부(Kemenperin)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24년 인도네시아의 총 철강 생산량이 1,800만 톤을 기록하며 세계 1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대비 110% 증가한 수치로,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가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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