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트럼프 “숙청 혁명 수색 오해 확신… 선거승리 축하”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2025.8.26

회담 직전 돌연 ‘숙청·교회 압수수색’ 언급…회담서 돌발상황 없이 ‘일단 해소’
트럼프 일정 지연에 회담 30여분 늦게 시작…트럼프, 李대통령에 “선거승리 축하”
‘붉은 넥타이’ 두 정상, 칭찬·미소 주고받아…’로켓맨·피스메이커’ 언급에 웃음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시작도 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만남과 동시에 미소와 악수가 오가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흘러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까지 한국 측을 긴장케 만드는 ‘돌출 발언’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2시간 30분가량 앞둔 시점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 우린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후 정상회담 직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지난 며칠간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우리 군 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대의 내정 상황을 거론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이 대통령과 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특유의 거친 ‘압박 전술’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은 대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러한 파격적, 즉흥적 돌발 언사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였다.

악수하는 한미 정상
악수하는 한미 정상

  • (워싱턴=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5.8.26 

백악관 현관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상당히 친화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올린 SNS 글과 관련된 질문에 “교회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며 이 대통령의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가 하는 일은 팩트 체크로,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생각한다”며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회담 시작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소재로 상대에 대한 칭찬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날 오벌 오피스 벽난로를 배경으로 나란히 앉은 두 정상은 회담 시작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소재로 상대에 대한 칭찬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정책이 더 낫고 중국 같이 가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에 힘써 달라고 부탁하며 “김정은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나도 (가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관의 영어 통역을 듣던 중 ‘골프’ 얘기가 나오자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이어 자신이 김 위원장과 통화한 결과 북한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한국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었다는 점을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됐으면 북한 핵무기 등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과거 한국의 지도자들의 대북 정책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이 대통령의 정책이 더 낫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중국 방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질문받자 이 대통령을 쳐다보면서 “아마도 우리가 같이 갈 수 있다. 같이 가고 싶나. 비행기를 같이 타면 된다”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오존층도 조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존층(보호)에 대해 말하더니, (보잉) 747기를 타고 하와이로 골프하러 간 것이 기억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팔을 툭 치더니 “농담이지만 원한다면 같이 갈 수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하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이런 모습에 좌중은 웃음을 터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가고 싶다면 특별 허가를 받겠다. 당신은 분명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회담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와 관련한 대화를 직접 주고받았다.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워싱턴=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이 예정보다 오래 진행되면서 예정 시간보다 늦게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애초 정오에 백악관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12시 32분께 백악관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한 이후부터 양 정상 간 기류는 점차 부드러워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단 검은색 차량이 들어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밖으로 나와 하차하는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나란히 붉은색 넥타이를 맨 양 정상은 서로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백악관 내부로 안내했고, 이 대통령은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한 뒤 입장했다.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한국의 자국 조선업 재건 기여, 군사장비 구매 등에 대한 기대를 밝힌 뒤 “이 대통령을 백악관에 모시게 돼 영광이다. 선거에 이긴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발언을 이어받은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꾸민 오벌오피스에 대해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정말 보기 좋다. 품격이 있어 보이고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평가로 시작했다.

이어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상승세,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등의 ‘칭찬’을 이어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보라며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치게 해 달라”고 말한 대목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 (워싱턴=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붙였던 별명인 ‘로켓맨’을 언급하며 “대화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하자, 오벌오피스에 또 한 번 웃음이 번졌다.

두 정상은 회담 도중 여러 차례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을 쓰는 데 사용한 만년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정치부/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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