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임금·수당 동결…32년 근속 기본급이 490만 루피아”
인도네시아 판사들이 열악한 처우에 항의하며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단체 휴가에 나섰다.
8일 자카르타 포스트와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판사연대(SHI) 소속 판사들은 전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일제히 휴가를 내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파우잔 아라시드 SHI 대변인은 전국 판사 7천700여명 중 1천600여명이 단체 휴가에 합류하기로 했으며 실제 참가자는 그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단체 휴가의 여파로 전날 자바섬 서부 반텐주 세랑 지방법원의 경우 판사 부족으로 인해 형사재판을 연기해야 했다.
또 수도 자카르타 동쪽 브카시 시의 법원에서도 평소보다 줄어든 하루 4건의 공판만 열렸다.
정상 근무하는 일부 판사들도 단체 휴가에 나선 판사들을 지지하는 뜻에서 법복 왼쪽 소매에 흰 띠를 두르기도 했다.
휴가를 낸 판사들은 자카르타에 모여 시위하고 관계 기관과 이 사안에 관심이 있는 주요 인사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SH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판사들의 임금과 수당을 2012년 이후 12년간 동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입 판사의 월 기본급은 205만 루피아(약 18만원)이며 32년 근속해 직급이 가장 높은 판사도 기본급은 월 490만 루피아(약 43만원)에 불과하다.
기본급 외에도 법원에 따라 수당으로 월 850만∼1천400만 루피아(약 74만∼122만원)를 받지만, 이 역시 12년째 변함이 없다.
파우잔 대변인은 이 밖에 판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관사와 교통 시설도 부족하며 일할 때 신변 안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사들이 최소한 지난 5년 동안 복지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아무 조치가 없어서 이번 단체 휴가로 이어졌다면서 마음은 무겁지만 확신을 갖고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한 자카르타 중앙지방법원의 줄키플리 아초 대변인은 “우리는 진행 중인 이 운동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어떤 공판은 진행해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다”고 자카르타 글로브에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우리의 책임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