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6년 빨라…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3시간 30분’
“가족 모두 ‘이웃·손·발·시선’ 기억하고, 추석에 ‘고지방·고염식·과음’ 금물”
긴 연휴에는 뇌졸중 의심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명절에 고지방, 고염식, 과음 등의 좋지 않은 식습관에 빠지면서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탓이다.
자녀가 뇌졸중이 의심되는 부모를 모시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를 만났는데 전에 없던 이상 증상이 보인다는 게 주요 이유다.
증상으로는 ‘한쪽 다리를 끌고 걷는다’, ‘말을 하는 데 전보다 좀 어둔한 것 같다’, ‘이전과 다르게 얼굴이 비대칭이다’ 등이 많은 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는 “뇌졸중은 55세 이후부터 10세 증가할 때마다 발생 위험이 2배씩 증가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지만, 평소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조절한다면 90% 정도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가 2010∼2022년에 발생한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15만3천324건을 분석해 내놓은 ‘뇌졸중 팩트시트 2024’를 보면 국내 뇌졸중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발병 위험도가 높았다.
성별 뇌졸중 비율은 남성(60%)이 여성(40%)보다 20% 포인트 높았으며, 발병 시점도 남성이 66.3세로 여성의 72.5세보다 6년가량 빨랐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뇌졸중 위험에 적극 대비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목되는 건 고령화 추세로 노인 뇌졸중도 급증한다는 점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2022년 기준 85세 이상의 뇌졸중 환자 비율이 2012~2014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뇌졸중 환자의 주요 위험 요인 유병률은 고혈압 67.9%, 당뇨병 34.3%, 이상지질혈증 42.5%, 흡연 21.9%, 심장세동 20% 등으로 분석됐다.
학회는 평소에 이런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면 약물과 식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적극 조절해야만 뇌졸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했다.
뇌졸중은 발생을 예방하는 것만큼이나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막힌 혈관을 재개통하는 치료(정맥 내 혈전용해술, 동맥 내 혈전제거술)를 받는 데 필요한 골든타임(3.5시간)을 놓칠 경우 사망 또는 중증 장애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뇌경색 환자 중 3.5시간 내 병원을 방문한 경우는 26.2%로, 10년째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초기 증상에 주목해야 한다.
뇌졸중 의심 증상은 한쪽 얼굴의 떨림과 마비, 팔다리의 저림 증상, 언어장애, 어지럼증, 심한 두통, 시선 쏠림 등이다. 또 뇌졸중은 팔다리에 마비가 오거나 피부감각이 둔해질 경우 증상이 오른쪽 팔다리나 왼쪽 팔다리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며칠 또는 몇 주간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악화한다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학회에서는 평상시 가족 모두가 뇌졸중 의심 증상을 ‘이웃(이~하고 웃을 수 있나요)·손(두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나요)·발(발음이 명확한가요)·시선(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나요)’으로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뇌졸중 의심 환자의 손을 따고 팔다리를 주무르거나, 비상약을 복용하며 가정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금물이다.
김태정 교수는 “만일 뇌졸중 증상이 발생했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 뇌졸중 센터에서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뇌졸중 증상을 이웃·손·발·시선으로 기억해두면 대응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뇌졸중 예방에 중요한 3가지로 ‘만성질환 관리·운동·금연’을 꼽는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결코 느닷없이 생기는 병이 아닌 만큼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뇌혈관에 문제가 쌓이고 쌓여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때 비로소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증상이 발생한다”며 “명절이어도 짜고 기름진 음식과 과음을 피하면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틈틈이 가벼운 운동을 곁들여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생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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