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 일정을 소화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현지시간) 세번째 방문국 동티모르에서 모든 종류의 아동 학대 방지를 촉구했다.
이날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출발해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도착한 교황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모든 종류의 학대를 막고 젊은이들에게 건강하고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도록 부름을 받았다”며 이같이 주문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와 관련된 특정 아동 성학대 사건을 언급하거나 교황청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AFP는 보도했다.
그의 이번 발언은 동티모르에서 최근 가톨릭 성직자와 관련된 일련의 아동 성학대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된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티모르에서 일어난 아동 성학대 사건에는 대표적으로 카를로스 벨로 주교와 관련된 사건이 포함된다.
벨로 주교는 1990년대 딜리에서 아동 성학대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교황청은 그에 대한 징계처분을 비밀리에 내렸다고 2022년 인정한 바 있다.
현재 다른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96년 동티모르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끈 공로로 호세 라모스-오르타 현 동티모르 대통령과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교황이 벨로 주교의 아동 성학대 스캔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표현했다.
인권단체들은 동티모르를 방문하는 교황이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황은 과거에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을 방문했을 때는 가톨릭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학대 피해자들을 만난 적이 있지만, 교황의 동티모르 방문 공식 일정에는 이런 회동이 예정되진 않았다고 AFP는 전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또 동티모르가 투쟁을 통해 이웃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20여년 동안 평화와 자유의 새 시대를 열었다며 반겼다.
동티모르가 2002년 독립 이후 교황을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89년에는 요한 바오로 2세 당시 교황이 인도네시아가 점령한 동티모르를 방문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딜리 국제공항에 도착해 라모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과 사나나 구스마오 총리 등의 영접을 받았다. 그가 공항에서 교황청 대사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신자가 환호했다.
사흘 일정으로 동티모르를 찾은 교황은 10일 장애 어린이 등을 만난 뒤 딜리에서 신자 약 70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다.
동티모르는 전체 인구 130만여명의 약 98%가 가톨릭 신자다.
약 1만5천㎢ 면적으로 강원도보다 약간 작은 동티모르는 복잡한 역사를 지닌 신생국이다.
450여년 동안 식민 지배를 한 포르투갈에서 1975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내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했다.
점령된 24년간 최대 20만명의 동티모르인이 학살되거나 실종됐다. 이후 유엔이 감독하는 국민투표를 거쳐 2002년 공식적으로 독립했다.
인구의 약 42%가 빈곤선 아래 생활을 하고 부패, 장애인 학대, 아동 노동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
교황은 이번 방문 기간 동티모르의 경제·사회적 현안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지난 3일 첫 방문국 인도네시아를 찾은 데 이어 6일부터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다. 동티모르 일정을 소화한 뒤에는 싱가포르로 이동해 12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정치부)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