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중수본, 외국인 근로자·소규모 사업장 안전대책 발표
비상구 개선과 위험물질 격벽 설치에 최대 1억원
건설업 산업안전관리비 10년 만에 인상…위험성 평가 인정사업 개편
외국인 노동자 18명을 포함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재발을 막고자 외국인 근로자 기초 안전교육이 의무화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입국 전후로 산업안전교육을 받지만 재외동포는 그렇지 않은데, 향후엔 비자와 무관하게 교육받게 된다.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업장 격벽 설치나 비상구 개선 등에 최대 1억원을 지원하고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10년 만에 인상한다. 위험성평가 인정사업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3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의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 의무화…’안전보건 통역사’ 도입
지난 6월 24일 발생한 아리셀 사고 후속대책 격인 이번 대책엔 당시 희생자 다수를 차지한 외국인 노동자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집중되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기준 92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취업 시 한 번 이상 전문교육기관에서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게 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산재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외국인 근로자 산재사고 사망 만인율은 0.53으로, 전체 근로자 0.39보다 높다.
- 아리셀 화재 현장 합동 감식
전체 외국인 취업자 중 36%를 차지하는 고용허가제(E-9·H-2 비자) 외국인 근로자들은 입국 전후 산업안전교육을 받지만 재외동포(F-4) 비자 등 다른 비자 소지자는 입국 전후 별다른 안전교육 없이 취업하게 된다.
정부는 비자 종류와 무관하게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반드시 산업안전교육을 받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법 개정에 앞서서는 각종 외국인 근로자 지원프로그램에 산업안전교육을 추가하고,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입국 전후 교육시간을 늘릴 방침이다.
취업자가 가장 많은 ‘F계열 비자’ 노동자에 대해선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에 안전보건교육 과정을 신설하고 ‘국내 동포 정착 지원 안내서’에도 관련 내용을 담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림이나 가상현실(VR)로 만들어진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11월부터는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보급한다.
외국어 안전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오래 일한 외국인 근로자를 ‘안전리더’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격벽·비상구 등에 최대 1억원 지원…산업안전관리비 인상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업장 화재·폭발 사고를 막기 위한 인프라도 강화한다.
정부는 사업장이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격벽을 설치하거나 위험물질 별도 보관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또 비상구와 대피로를 쉽게 알아보고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구 형광 표시 등 시각적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
이런 비용 지원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실시된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또 전체 산재 사고 사망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건설업의 안전 강화를 위해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을 10년 만에 평균 19% 인상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산재 예방을 위해 발주자가 공사금액에 계상해 시공사에 지급하는 금액으로, 안전보건관리자 임금이나 안전시설 설치비 등에 쓰인다.
내년부터 인상된 요율이 적용되면 건설 현장 안전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정부는 또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스마트 안전장비를 구입하거나 임대할 때 자비 부담률을 현행 60%에서 내년 30%, 2026년엔 0%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 위험성평가 인정 후 중대재해 발생 시 산재보험료 감면액 환수
이번 대책엔 위험성평가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들도 담겼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이 스스로 유해·위험 요인을 찾고 개선하는 과정으로, 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를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아리셀의 경우 2021년부터 3년간 위험성평가 인정 심사를 통과해 580만원의 산재 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위험성평가 자체나 인정 절차의 효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위험성평가 심사 항목을 강화하고 인정 기준도 상향하는 한편 인정 기간 이후 3년 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재 보험료 감면액을 환수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소규모 사업장이 보다 쉽게 온라인으로 위험성평가를 할 수 있게 위험성평가지원시스템(KRAS)도 개선한다.
올해 초 실시한 산업안전 대진단에서 취약 사업장으로 나타난 사업장은 3개월 내 전문기관 컨설팅을 제공하고 6개월 이내에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컨설팅 시엔 사업주·경영책임자 면담도 의무화한다.
다만, 정부는 위험성평가 의무를 보다 강력하게 부여하기 위해 과태료 등 벌칙을 신설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하지 않았다.
과태료를 부과하면 문서작업 부담 증가 등으로 제도가 ‘형식화’될 가능성이 커서 일단은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노동부는 최근 3년간 점검·감독을 받지 않은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 200곳에 대해 비상구 적정 설치와 안전보건교육 여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대책이 아리셀 공장 화재 후속대책 격임에도 배터리 제조업체에 맞춤 대응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달 말 행정안전부에서 (리튬배터리와 관련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아리셀에서 희생된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와 관련된 방안이 대책에 담기지 않은 데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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