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 우려에 루피아 약세 속 금리 6.25% 유지
최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BI는 20일 통화 정책회의 후 기준 금리로 활용되는 7일물 역환매채권(RRP) 금리를 6.2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BI는 지난 4월 환율 방어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6.0%에서 6.25%로 0.25%포인트 올린 뒤 2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번 통화 정책회의를 앞두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BI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달러 대비 루피아 가치가 크게 하락해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최근 미국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1달러에 1만6천500루피아에 육박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2020년 4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지금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루피아는 여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며, 정책 대응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루피아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루피아 하락의 원인이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에 새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점도표를 통해 연내 3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1차례 인하로 수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에서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인이 무상 급식 공약 등을 이행하기 위해 현재 30%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임기 중 5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루피아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프라보워 당선인은 대선에서 자신의 임기 중 아동 8천290만명에게 무상 급식과 우유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프라보워 측은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GDP의 약 2%인 연 450조루피아(약 38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를 비롯해 국제 신용평가사나 금융기관들은 인도네시아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탄은 루피아 약세가 “금리차나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잠재적인 재정 정책 변화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의 비마 유도스티라 사무국장도 “정부 재정 정책의 신뢰성이 약해지면 루피아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8월에는 루피아가 1달러당 1만7천500루피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제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