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서 한반도 핵 재배치론 부상…’워싱턴선언’으론 부족?

연합공중훈련에 참여한 美 B-52H 전략폭격기와 韓 F-35A 전투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군 제공.]

상원 군사·외교위 간사 주장…트럼프 2기 국방장관 후보도 “선택지”
북핵 고도화·북중러 공조 확대로 대북확장억제 강화 필요성 커져

미국 공화당에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려면 미국이 한국에 현재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로는 부족하며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550억달러(약 75조원) 증액하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그 일환으로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위커 의원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는 가운데 외교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핵 공유 협정과 전술핵 재배치 등 한반도에서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커 의원은 현재 의회에서 심의중인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국방수권법안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겠다고도 밝혔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짐 리시 의원도 지난 15일 ‘군비 통제와 억제력의 미래’ 청문회에서 “아시아에서 확장억제가 특히 약하다”고 평가하고서 확장억제를 강화할 방안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제안했다.

리시 의원은 “유럽과 달리 우리는 이(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무기를 전부 철수했다”면서 “동아시아 동맹들은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핵무기 수백개의 실전 배치를 진행 중인 북한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이 전구(戰區)에 재배치하기 위한 옵션들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 사안을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적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커와 리시 의원은 국방부와 국무부의 정책을 감독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군사위와 외교위의 공화당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이들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가 작지 않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차지할 경우 이들의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은 최근 SBS 인터뷰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건 항상 논의 테이블 위에 있지만 저는 한국인들을 정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상황이 정말 악화하면 그건 분명 선택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면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최근 공화당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한미가 작년 4월 채택한 워싱턴선언 등을 통해 확장억제를 강화하려고 함에도 북한의 핵 역량 또한 빠르게 커지고 있어 지금 수준의 확장억제로는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위커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2022 국방전략'(NDS)이 북한 등의 위협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역량을 갖추며 계속해서 예상을 앞지르고 있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새로운 침략자의 축”(New Axis of Aggressors)이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과 동맹의 이익을 침해하는 등 안보 환경이 훨씬 더 위험해진 것도 미국과 동맹의 군사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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