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에 외국인환자 60만명 사상 최대…’피부·성형’ 몰려

서울 중구 명동길에서 외국인 모델들이 서울기프트세트(서울과자)를 들고 있다. 약과와 강정으로 구성된 서울기프트세트는 서울관광재단과 편의점 CU가 공동 개발한 과자 선물 세트. 2023.11.6

‘일본·중국·미국·태국’ 순…수도권 피부·성형외과 ‘다국어 통역’ 일상화
‘건강검진’ 수요도 많아 외국기관과 제휴해 환자 유치
한의학 관심 커지면서 한의원 환자도 690% 급증

#1.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미국 SL 크리스천 재단과 로스앤젤레스(LA)에 한국형 건강검진센터 설립을 위한 자문 계약을 했다.

검진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4번째로 많이 찾는 의료 서비스 분야다. 병원 측은 건강검진센터의 설립 지원에서 더 나아가 현지 환자들이 한국에서 치료와 정밀검진을 원할 경우 서울대병원그룹과 연계하는 진료협력 체계 구축도 검토한다.

병원 관계자는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현재 국제진료센터에서는 간호사 자격을 갖춘 통역 가능한 코디네이터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2.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는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외에 영어·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태국어를 서비스한다.

이 병원은 해당 지역 구청으로부터 의료관광 협력기관으로 위촉된 곳이다. 병원 홈페이지에서 일본어를 선택해 언어를 바꿔 보면 ‘K-연예인 동안의 비결’이라는 소개 문구와 함께 각종 시술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강남권 성형외과도 법무부로부터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증서를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내걸고, 영어·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 등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한 수도권 유명 피부·성형외과 병원에서는 통역 코디네이터를 운영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코로나19 고비를 넘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가 60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9일 한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에 우리나라는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총 60만5천768명(복수 진료 제외)이었다.

복지부가 집계하는 외국인 환자는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상태에서 진료받은 환자를 뜻한다.

2009-2023년도 연도별 외국인환자 및 방한 관광객 수
2009-2023년도 연도별 외국인환자 및 방한 관광객 수

[보건복지부 제공]

복지부는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작년 방한 외국인 환자는 한 해 전(24만8천명)보다 144.2% 급증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는 코로나19 이전에 방문이 가장 많았던 2019년(49만7천명)보다도 21.8% 늘어난 것으로, 의료기관들의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2009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연간 70만명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목표로 전자비자 신청 권한이 있는 ‘법무부 지정 우수 유치기관’을 지난해에 두 배로 확대하는 등 지원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해 총 198개국의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이 가운데 일본·중국·미국·태국·몽골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일본이 18만7천711명(31.0%)에 달했고, 이어 중국(11만2천135명·18.5%), 미국(7만6천925명·12.7%), 태국(3만844명·5.1%), 몽골(2만2천80명·5.1%) 순이었다.

작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절반 이상이 피부과(35.2%)와 성형외과(16.8%)에서 진료받았다.

이들 과목 다음으로는 일반내과와 감염내과, 소화기내과 등을 모두 합친 내과통합(13.4%)과 검진(7.4%) 분야에서 환자가 많았다.

지난해 진료과별 외국인환자 비중
지난해 진료과별 외국인환자 비중

1명의 환자가 복수의 진료과를 방문한 경우, 방문한 진료과별로 1명으로 산정 [보건복지부 제공]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의 66.5%는 의원에서 진료받았고, 이어 종합병원(13.5%)·상급종합병원(10.6%) 순으로 많이 이용했다.

의료기관 종별 환자 증가율은 한의원(689.9%)에서 가장 높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원에서는 수술은 하지 않고 침을 맞거나 약을 먹는 진료를 많이 하는데 그런 식의 재생에 관한 외국인 환자의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가운데 홍보를 많이 한 영향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78.1%)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가장 많았다.

2019년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서울의 비중은 2021년에 49.8%로 줄었으나 이듬해부터 다시 50% 이상을 차지했다. 수도권 비중은 2022년 78.2%에서 2023년 88.9%로 커졌다.

이는 수도권에 성형·피부과가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아시아 의료관광의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늘리고, 불합리한 규제나 제도는 개선하겠다”며 “외국인 환자 유치에 따른 우리 국민의 의료공급 부족도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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