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던 ‘모리야스 저팬’이 결국 이란에 패하며 5번째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일찍 멈췄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1-2로 역전패했다.
아시안컵 최다 우승(4회) 기록을 보유한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스포츠 매체는 물론이고 베팅업체들까지 일본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약 1년 전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 중 경기 내용 면에서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과 독일을 잇따라 2-1로 물리치며 모두를 놀라게 한 끝에 16강의 성적을 냈다.
월드컵 뒤에도 모리야스호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9월에는 독일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이제 아시아 안에서는 일본의 적수가 없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그런데 막상 카타르 아시안컵이 시작되자 모리야스호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져갔다.
모리야스 감독이 야심 차게 주전으로 내세운 혼혈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이 매우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했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서 뛰는 스즈키는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던 유망주다.
그러나 막상 아시안컵 무대에 서자 실수만 연발했다.
일본은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매 경기 실점했는데 그중 다수가 스즈키의 실책성 플레이 탓에 나왔다.
일본이 D조 1위가 아닌 2위로 밀리며 16강에 오른 것도 결국 스즈키 탓이 크다.
조 2위로 16강에 올랐기에 일본은 ‘난적’ 이란을 비교적 이른 8강전에서 상대하게 됐고, 결국 조기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일본이 힘들게 16강에 오른 뒤에는 주축 공격수 이토 준야가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해 파문이 일었다.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토는 여성 2명과 술을 마신 뒤 상대 동의 없이 성관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축구협회(JFA)의 오락가락 행정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JFA는 해당 보도가 나오고 하루만인 1일 이토를 대표팀에서 소집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 결정을 번복했다. 일본 대표팀 내에서 이토의 잔류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소집 해제를 보류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다음 날 오전 이토를 팀에서 제외하기로 확정했다. 이란과의 경기 바로 전날이었다.
모리야스 감독이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본인(이토) 심신의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거나 “(아시아 축구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이토) 없이 보게 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등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를 호소한 여성의 입장에서는 ‘2차 가해’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또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말라”는 말을 해 기자들로부터도 빈축을 샀다.
내부에서부터 흔들린 모리야스호는 결국 8강에서 일찍 짐을 쌌다.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 책임감도 느낀다”면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란이 (4강에) 올라갈 자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컵이 끝났다. 이제는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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