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 3저, ‘경기 둔화/증시 급락/ 위안화 평가 절하’ 세계 경제 도미노 되나

– 중국의 경기 둔화, 증시 급락에 이어 위안화 평가 절하 단행
– 세계 경제위기 ‘7년 주기’ 발생…. 이번엔 신흥국?

중국 증시 폭락과 경기 둔화, 위안화 평가 절하 등 중국발 쇼크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의 여파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워싱턴 발 AP통신이 8월 25일자로 전했다.
중국 당국도 증시 추락에 제동을 걸 묘책을 갖고 있지 않아 전세계 투자자들의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 증시 폭락에 더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경제 둔화가 칠레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에서부터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같은 경제 대국들의 경제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1일 중국 당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 이는 중국 위안화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중국 수출업자들을 구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중국 경기 둔화에 이어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악영향이 세계 경제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위안화를 10% 평가절하하면 2016년 한국은 1.16%, 인도네시아는 0.32% 경제 하락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둔화는 건설 및 산업 활동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칠레산 구리, 호주산 석탄, 그리고 브라질산 철광석의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의 부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 전체 수출량의 4분의 1을 수출하는 일본도 타격을 입게 된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은 지난 10년 간 중국의 경제성장 덕에 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판매를 늘릴 수 있었다. 중국 경제둔화로 인한 유가 하락은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스 경제는 유로존 경제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그리스 경제 위기는 유로존 전체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6.8%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1990년 이후 중국의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7%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저조한 성장률은 중국 경기 둔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회의론까지 일고 있어 실질 성장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국제 전략 담당자는 “주식시장의 폭락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다”라며 중국 자동차 판매율, 에너지 소비, 그리고 건설 경기가 모두 “매우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장비 건설회사인 캐터필러와 미국의 대표적인 정유사인 쉐브론과 같은 기업들은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미칠 부정적 파장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는 또한 기술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폰 등의 인기로 중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애플사 또한 지난 5주 동안 판매율이 약 20% 하락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경제학자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연1% 하락하면, 미국 경제는 0.2% 하락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연 1% 하락은 유로존 19개국 경제의 0.1~0.15% 하락을 초래한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중국발 경기 둔화에 세계 경제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수치상으로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각국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난 20년 간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중국 당국이 이제는 중국 경기 둔화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국 국영 은행을 통해 기업 대출금을 늘렸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대출의 확대는 중국 경제 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또한 중국 당국은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들이 주식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실제 가치보다 주가를 부풀렸고 이 거품이 현재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됐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자금 세탁과 불법 자금 이동을 막고자 3개월 동안 지하은행에 대한 단속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지난 8월 25일 보도했다. 증시 폭락 사태가 이어지는 속에서 자금이 대량 유출하는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조치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현 위기에 대해 얼마나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중국 관련법은 개인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한도액을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근년 들어 불법송금하는 통로로서 지하은행이 급증하는 추세다.
멍칭펑(孟慶豊) 공안부 부부장은 성명을 통해 “일부 ‘회색자금’이 지하은행을 통해 국외로 빠져나간다. 이들은 외환 관리에는 대단히 큰 리스크가 될 뿐만 아니라 금융과 자본 시장의 질서를 문란하고 금융 안전성을 위협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 해 11월 지하은행을 상대로 단속을 펼쳐 22조원 규모, 지난 4월에도 66곳을 적발했다. 공안부 통계로는 지금까지 중국의 불법 해외송금액은 4300억 위안(약 78조6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처럼 중국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1970년대 이래 세계 경제위기는 ‘7년 주기’로 일어났으며 이번 위기 진원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 경제 전문가와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2008년 세계 동시 불황에서 7년이 지난 올해가 주기적으로 보면 다시 혹독한 경제위기를 맞을 시기라고 지적했다. 최대 동인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관측으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로 봐도 지난 1주일에만 신흥시장 채권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25억 달러(약 2조9760억원)에 이른다. 주 단위로는 2014년 1월 이래 최대 규모였다.
또 신흥국 통화 약세가 장기화 되는 중에 위안화 평가절하로 신흥국 경제의 불안정 상태는 한층 심화되었다. 특히 자원 수출국의 통화 폭락의 지속과 무역수지 악화, 성장 둔화가 그것이다. 그래서 2015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일어난다면 ‘신흥국 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중국 매체와 회견에서 최근 중국 주가 폭락에 관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2007년 급락 장세 때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한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실러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 ‘7년 주기’의 경제위기가 금년에라도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2008년 같은 세계 동시 불황이라는 심각한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실러 교수는 관측했다. 실러 교수는 2008년 이후 각국의 금융 관련법이 대폭 정비되어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러 교수는 현재 세계 동시 주가 약세가 진행되고, 신흥국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로 점쳐지던 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의 경제위기를 ‘7년 주기’설에 맞춰 배열하면 1973년 오일 쇼크, 1980년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사태, 1987년 전 세계 주가 대폭락(블랙먼데이), 1994년 미국 채권 폭락(멜트다운), 2001년 9-11 동시테러 후 세계 주가 폭락, 2008년 세계 동시 불황 발생 등이다.
그리스가 유럽 전체에 위기를 초래했듯,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의 위기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의 심각성은 관용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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