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에 엘니뇨까지…인도네시아 산불 위험지 급증에 비상

산불 위험지역 1만2천701곳…1주일 사이 2배로 늘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열대우림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 여름 건기가 절정에 가까워지면서 산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지역 일명 ‘핫스폿’의 수가 지난 23일 기준 1만2천701곳이라고 밝혔다.

이는 1주일 전(6천82곳)보다 6천619곳 늘어난 것으로 일주일 사이 산불 위험 지역이 두배 넘게 많아진 것이다. BNPB는 산불 위험 지역이 주로 칼리만탄섬과 자바섬, 파푸아 지역에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내달부터 9월 초까지 건기의 정점이 되는 데다 올해 엘니뇨 현상에 따른 폭염으로 산불 위험 지역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7월25일 남부 칼리만탄주에서 산불 방지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국가재난방지청(BNPB) 제공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7월25일 남부 칼리만탄주에서 산불 방지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국가재난방지청(BNPB) 제공

인도네시아 기상청은 올해 인도네시아가 2019년 이후 가장 혹독한 건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열대 우림은 식물 잔해가 퇴적된 이탄지(泥炭地·peatland)에 주로 있다는 점이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늪지대로, 일반 산림에 비해 10배 이상 탄소를 저장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불이 나면 저장돼 있던 탄소들이 밖으로 배출된다.

2019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에도 주로 이탄지에서 화재가 발생, 유기물이 타면서 몇 달씩 연기를 뿜어냈다. 이 영향으로 인도네시아는 물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도 호흡기 질환자가 속출하고 휴교령과 항공기 운항 중단 조치가 내려지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9년 인도네시아 산불 피해 면적은 94만2천㏊(9천420㎢)로 서울 면적(605㎢)의 15.5배였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최소 52억 달러(약 6조7천억원)로 추산됐다.

BNPB는 2019년 대형 산불 때도 엘니뇨에 따른 폭염이 계속되면서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며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에 인공 강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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