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중앙은행 주도 고금리 예금상품 내놔…”수출업체 달러 잡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수출업체들의 달러 결제 대금을 국내에 붙잡아 두기 위해 고금리 달러 예금 상품을 만들었다. 외환보유고를 늘려 안정적인 환율 방어를 위해서다.

24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BI는 이달 초부터 20개 은행을 통해 수출업체 전용 고금리 달러 예금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이 상품은 수출 업체가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결제 대금을 1개월 이상 예치할 경우 연 4.58∼4.99%의 이자를 제공한다. 금액이 많고 예치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아지는데 1천만 달러 넘게 6개월 이상 예치하면 최고 금리인 연 4.99%를 적용받을 수 있다.

BI는 4개 주요 외국 은행의 예금 상품을 벤치마크로 삼고, 3개월마다 이를 평가해 이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신 이렇게 들어온 돈은 은행을 거쳐 BI로 들어가 외환보유고로 계산된다.

BI는 지금은 20개 은행을 통해서 상품을 운용하고 있지만 다른 은행들로 확산할 생각이다.

BI가 이처럼 고금리 상품을 내놓은 것은 외환보유고를 늘려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달까지 3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2021년 말 1천449억 달러였던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말 기준 1천403억 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수출 호황에도 외환보유고가 늘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출 기업들의 자금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쌓여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2019년부터 천연자원을 수출하는 업체는 외화로 결제 대금을 받을 때 국내 은행 계정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크게 오르자 수출업체들은 국내 계좌로 결제 대금을 받은 뒤 바로 다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해외 계좌로 자금을 옮기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런 상황 때문에 수출 업체들이 3개월 이상은 국내에 의무 예치하거나 결제 대금을 루피아로 의무 환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초에는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대신 BI 주도로 외국 은행들에 맞설 수 있는 고금리 상품을 만들어 우선 대응하고 있다.

이 전략은 시행 초기이지만 어느 정도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BI에 따르면 이 상품이 출시된 지 약 보름 만에 1억7천3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투자회사 ABM 인베스타마의 망기 하비르 위원은 “BI를 통해 일단 시장 친화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라며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한 접근이 외환보유고를 늘리면서 수출업체에 신뢰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c) 연합뉴스 전재협약 /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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