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경제적 인지부조화

글. 김용욱/PT.SSI 이사.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그 대가를 회피만 한다면 결과는 인지부조화의 함정 –

지난 10일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뱅크런 사태가 발생 후 단 36시간만에 결정이 난 SVB 파산선고를 포함하여 바로 이틀 뒤 25만불 예금보호 상한선을 무시한 미국 정부의 예금전액보호 정책 모두 ‘신속하고 파격적인’ 결정이다.

SVB 파산은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때 사라진 미국최대의 저축은행인 위싱턴뮤추얼 파산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파산이다. 수많은 기사와 뉴스를 통해 SVB의 파산 원인이 충분히 보도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일반인들에게는 이해도 납득도 힘든 이슈 투성이의 파산이다.

우선 첫 번째로 SVB 은행의 기본적 자산운영에 대한 의문점이다. SVB는 일반 은행과 달리 벤처기업들이 주요고객이긴 하나 예금과 대출의 예대마진으로 운영되는 은행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대출처가 부족하고 예금이 많을 시 보유예금(자산)을 적절히 투자활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해야 함이 맞다.

이번 파산을 통해 SVB 총자산 중 미국국채와 에이전시채권(MBS) 등 장기보유증권에 46.5%로 몰빵한(?) 투자비중이 밝혀졌다. 작년부터 시작된 미연준 FED의 금리폭등으로 국채금리 상승과 국채가격의 하락은 ‘당연한’ 결과임에도 국채보유 비중을 줄이고 다른 대출처를 찾거나 자산운영 포트폴리오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점은 은행으로서 본질을 저버린 이해불가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벤처기업들과 스타트업 기업들로 성장과 비즈니스를 영위해온 특화된 SVB로서 시장과 경제에 대한 무지함의 부분이다. 설립 40년 역사의 SVB는 개인고객은 전무한 벤처기업들이 주요 고객들이다.

2019년말 SVB 예금 규모는 618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2021년말 3배가 넘는1892억 달러로 급속도로 증가한다.

이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고자 미연준 FED의 양적완화, 미정부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무수한 벤처기업들과 벤처캐피탈에 잉여자금이 쌓이자 SVB로 예탁금이 몰려 들어간 결과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 후 미연준 FED의 금리급등 시 벤처기업 투자 위축과 벤처기업들의 운영자금 인출요구 증가는 필연적 예상이 되기에 지불준비금 부족은 경제적 무지의 결과다.

이번 SVB 파산 사태에 마지막 세 번째 이슈는 아무런 비판도 없이 진행된 정부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대응이다. 미 재무부 옐런장관과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존 25만 달러인 예금 보호 상한선을 무시하고 전액보상을 결정하며, ‘은행 기간 자금지원 프로그램 (Bank Term Founding Program)’을 새로 도입하여 정부기금에서 최대 250억 달러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는 ‘도적적 헤이’를 미국 정부 스스로 자처한 것으로 과거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리먼브러더스는 파산되고,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른 AIG는 구제금융으로 살렸던 역사의 반복을 또다시 자초했다.

물론 미 재무부의 해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잘못된 SVB 은행자산 운영에 대한 책임으로 ‘신속한’ 파산은 불가피했고, 테크기업과 헬스케어기업이 81% 고객인 SVB 사태를 방치했다간 벤처와 디지털경제의 핵심기지인 실리콘밸리 자금난 발생시 경제전체에 대한 침체 파급이 예상되기에 ‘파격적’ 예금 전액보상 결정을 해야만 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특혜임은 분명하다.

인간이 만든 교육은 우리가 잘못하거나 불합리한 것들에 벌을 받거나 당장이라도 수정해야 한다고 배운다. 이유는 우리 모두 이런 약속과 신뢰가 사회를 지속가능 (Sustainable) 하게 해주는 원동력임을 인식해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경제는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더라도 오히려 이를 합리화하며 지속한다. 심리적으로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돈을 헛된 것으로 만드는 ‘매몰비용 오류’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그 대가를 계속 회피만 한다면 그 결과는 ‘인지부조화’의 함정이다.

모든 위기마다 무한정(?) 돈을 푸는 건 분명 마약임을 인지하면서도 한편에선 합리화가 자리잡은 세상이다. ‘마약은 역시 고통을 줄여줘’, ‘마약이 이제는 상비약인 시대야’ 라는 인지부조화로 인해 금단현상과 매몰비용은 지금도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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