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兆’ 커지는 인니 이커머스 시장··· 국내 VC들도 뭉칫돈

국내 스타트업 투자사들이 최근 인도네시아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큰 시장 규모와 MZ세대가 중심이 되는 인구 구조로 성장 동력이 풍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산업이 급증하면서 뭉칫돈이 몰리는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사들이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 인도네시아, 인구·면적 동남아 1위···MZ세대 비중 높아

구글이 테마섹, 베인과 함께 올해 공동 발간한 ‘e-Conomy SEA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동남아시아 국가 1위다. 올해 인도네시아가 770억달러(한화 100조원)로 가장 컸고, 그 뒤로는 태국(350억달러), 베트남(230억달러), 말레이시아(210억달러), 필리핀(200억달러), 싱가포르(180억달러) 순이었다.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오는 2025년에는 1240억달러(한화 162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대부분 이커머스 산업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동남아 주요 국가 중 이커머스 시장 규모도 인도네시아가 가장 큰 590억달러(한화 77조원)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950억달러(한화 125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지리적·인구적 특성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 면적이 가장 넓은 데다, 인구도 올해 기준 2억7550만명으로 동남아 최대 규모이고, 세계에선 네 번째로 크다. 여기에 MZ세대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 온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차량공유 서비스 ‘고젝’, 여행 서비스 ‘트래블로카’, 오픈마켓 서비스 ‘부칼라팍’, 온라인 전자상거래 서비스 ‘토코피디아’ 등 동남아 대표 유니콘 기업 상당수도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인도네시아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4500달러로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높은 축에 속해 이커머스 시장이 형성되기 좋은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AC·VC도 인니 이커머스에 뭉칫돈

국내 AC·VC들도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알토스벤처스는 올해 마지막 투자로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플랫폼 ‘플루고’를 택했다. 본엔젤스파트너스, 액세스벤처스, 마하누사 캐피탈, 프로디지 인베스트먼트, 펄어비스캐피탈과 함께 900만달러(한화 12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진행했다.

플루고는 지난 10월 방경민 대표가 싱가포르에 창업한 소비자 직거래(D2C) 전자상거래 서비스 오픈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직접 사이트를 오픈해 판매, 배송 등 전반적인 서비스 운영을 돕는다.

방 대표는 2016년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솔루션 서비스 ‘토코톡’을 운영하는 코드브릭을 창업한 연쇄 창업가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의 수요는 높지만, 자생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지역 소규모 사업자를 돕기 위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이나 컬리는 물류센터를 통해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라면, 플루고는 한국의 대한통운 격인 J&T, 시차팟 등 현지 배송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업자들이 플루고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인도네시아 결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결제 업체 ‘나이스페이’와도 페이먼츠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오문석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플루고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탁월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플루고가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KB인베스트먼트도 2020년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통신사 텔콤그룹 산하 VC인 MDI벤처스와 45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했다. 동남아 지역 유망 이커머스 및 핀테크 스타트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했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코알라’, 뱅킹 서비스 기업 ‘세르마티’ 등에 투자한 바 있다.

국내 대표 AC 퓨처플레이도 지난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니 퀵서비스 스타트업 ‘퀵스’ 투자에 이어 현지 명문인 반둥공과대학교와 함께 초기 창업팀 발굴에도 나섰다.
일찍이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첫 대형 펀드 회수를 앞두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이 태동하던 시기에 이커머스 플랫폼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토코피디아’로,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차량공유업체 ‘고젝(Gojek)’에 인수합병돼 ‘고투(GoTo)’로 사명을 바꿨다. 올 4월엔 인도네시아 증시에도 입성했다.

해당 펀드는 7년 전 결성한 1000억원대 대형 펀드로, 토코피디아 외에도 국내 유니콘 당근마켓, 트릿지 등 포트폴리오가 포함돼 있다. 내년 3월 만기를 앞두고 있어 업계에선 높은 회수율을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도 성장동력인 전자상거래 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앞서 2019년 네이버는 인도네시아 온라인 쇼핑 스타트업 ‘부칼라팍’과 식료품 배달 기업 ‘해피프레시’에 투자했다. 지난달 손자회사인 크림(KREAM)을 통해 현지 최대 리셀 플랫폼 ‘PT 카루니아’에 투자하기도 했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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