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3천600억원 규모 투자 중단…”인플레 심화로 수익성 악화”
SK하이닉스도 청주 반도체 증설투자 보류…삼성·LG, 사장단 회의 소집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 장기화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투자를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한국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3천600억원 규모의 CDU(상압증류공정)·VDU(감압증류공정) 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CDU·VDU는 원유를 끓여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5월 해당 설비에 대한 신설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투자중단 배경에 대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공사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용 상승 등으로 해당 투자 건의 수익성이 악화했고, 향후 원자재 시장 전망에 대한 합리적 예측도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투자 중단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업공개를 추진해왔지만 올해 7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상장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과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경영환경 악화로 투자를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사례는 현대오일뱅크뿐만이 아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일 1천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DNT는 가구 내장재·자동차 시트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원료다.
한화솔루션 측은 투자 철회 이유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물가 상승에 따른 투자비 급증, 원자재 수급상황 악화 등을 들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6월 4조3천억원 규모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M17) 증설 투자를 보류하기도 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대내외 복합위기에 대응해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전날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와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 사장단을 한자리에 소집해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사장단과 오찬을 하며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역시 이번 주 중 구광모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사장단 워크숍’을 개최하고,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경영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연속적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기업들이 기존 하반기 사업 계획 전반에 대해 재점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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