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현장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50대 모친에게 태풍 ‘힌남노’가 빼앗아간 15살 아들의 잔상은 아직 또렷하다.
8일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김군의 유가족은 “사랑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해요. 아들이…”라며 “엄마는 그냥 듣고, 방법이 없잖아, 너무 힘드니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모친 김모(52) 씨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고, 애석하게도 이것이 이 모자의 마지막 대화였다고 한다.
김군의 유가족 중 자신을 매형이라고 밝힌 남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김군은 자신보다 먼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간 어머니를 뒤따라 나섰다.
자동차에 타지 않았던 김군은 급격히 불어난 빗물에 차 문을 열지 못하고 차 안에 갇힌 어머니를 발견하고는 운전석 문을 열어 어머니의 탈출을 도왔다.
그 사이 지하 주차장의 수위는 가슴까지 차올랐고, 체력이 떨어져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설득해 밖으로 내보냈다고 한다.
아들이 출구 쪽으로 사라진 뒤 홀로 사투를 벌인 김씨는 지하 주차장에 갇힌 지 14시간 만인 7일 오후 9시 41분께 소방 수색 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김씨는 구조 당시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긴 했지만, 의식이 명료한 상태였다.
김씨가 극적으로 구조되자 가족들은 크게 환호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애석하게도 김군이 불과 3시간여 뒤인 8일 오전 0시 35분께 지하 주차장 뒤편 계단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구조 약 12시간 뒤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지며 점차 몸을 회복하고 있는 중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신의 곁에 아들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포항시청의 한 공무원은 “모친 김씨가 지금도 ‘내가 왜 여기에 있냐, 내 아들은 어딨느냐’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