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발리가 아닐까.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9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발리를 개방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리로 가는 직항편이 없는데다 입국 후 3일간 리조트에 머물러야 하는 등 제한이 많아 실질적인 여행이 어려웠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격리기간이 10일로 연장(12월28일 기준)되며 인도네시아 여행은 또 한 번 숨을 고르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인도네시아에 대해 차분하게 공부해보면 어떨까. 자바족, 순다족 등 300여 종족이 함께 어울려 살며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고, 약 1만7,500개의 섬에서 다채로운 자연의 매력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5개 중점 관광개발지역을 주목해보자.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관광부(MoTCE)는 코로나 이전부터 비즈니스 행사, 스포츠 관광, 생태관광, 크루즈 관광과 같은 특수 목적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토바 호수(Lake Toba), 라부안 바조(Labuan Bajo), 보로부두르(Borobudur), 만달리카(Mandalika), 리쿠팡(Likupang)을 최우선으로 개발 중이다.
천국의 조각 리쿠팡(Likupang)
이따금 천국의 모습을 상상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우뚝 솟은 푸른 산, 몽글몽글 솜사탕 같은 구름이 둥둥 떠다니며 모든 걱정을 사르르 녹여버릴 것만 같은 곳. 술라웨시(Sulawesi)섬 북부에 위치한 리쿠팡은 어쩌면 천국의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한국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맑고 투명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마나도(Manado)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버스로도 이동 가능하지만 렌터카를 빌려 발길 닿는 대로 자연을 탐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흰 눈이 소복이 덮인듯한 리쿠팡 해변의 하얀 모래사장은 황홀한 감상을 자아낸다.
자연과의 공존, 바호이(Bahoi) 생태관광마을
바호이 사람들은 풍부한 바다를 먹고 산다.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어 생계를 위해서 맑고 깨끗한 바다는 필수다. 하지만 해양 자원 남획 등으로 인해 바호이 마을의 생태계가 위험에 처했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며 생물학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해양보호지역을 설정했다.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계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물려주고 있다. 낚시나 해양동물 채집이 허용되지 않기에, 오늘도 무수히 많은 물고기와 산호가 꽃이 활짝 피어나듯 아름답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맹그로브(Mangrove) 숲을 가까이서 보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아름다운 숲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걸으며 산들바람에 머리를 식히고, 해변을 따라 걸으며 고운 모래 결을 맨발로 느껴봐도 좋다. 더 오래 보고 싶으니까, 지속 가능한 여행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작은 욕심.
구석구석 완전 정복
매혹적인 자연이 가득한 리쿠팡 구석구석을 돌아보자. 먼저 강가(Gangga)섬에서는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만날 수 있고, 다채로운 다이빙 명소와 이국적인 리조트를 품은 백사장 역시 진득하니 머물고 싶은 충동을 불러온다.
팔(Paal) 해변에서는 구불구불한 해안가를 따라 거닐다 전망대에서 멍하니 수평선과 언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도 좋다. 깨끗하고 조용한 해변에서 나만의 세계에 골몰하는 일은 일상에서 벗어나 치유로 한 발짝 다가가는 일.
조금 더 여유를 부려보자면, 풀리산(Pulisan) 해변이 좋겠다. 초록초록한 사바나(savanna) 풍경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다 동굴과 바위를 탐험하고, 맑은 바닷물에 그저 풍덩 온몸을 던질 수도 있다. 청록색 바다가 반짝이는 하얀 모래밭을 감싸고 있는 리하가(Lihaga)섬, 거대한 골프장 같은 끼누낭(Kinunang) 마을의 라타타(Latata) 언덕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리하가섬과 강가섬은 다이빙 핫스폿으로도 유명하다.
리쿠팡의 맛, 맛, 맛!
생선을 즐겨먹는다면 리쿠팡 대표 메뉴 짜깔랑 뿌뿌(Cakalang fufu)를 추천한다. 술라웨시 북부에 사는 미나하산(Minahasan) 족의 언어로 짜깔랑은 가다랑어를 뜻하고, 짜깔랑 뿌뿌는 짜깔랑을 훈제 요리하거나 찐 상태를 말한다.
보통 밥과 매운 양념인 다부 다부(dabu dabu)를 곁들여 먹는데 샐러드, 볶음면 등도 토핑으로 훌륭하다. 리짜리짜(Rica Rica) 고추를 넣고 끓이면 맛있게 매운 맛이 감칠맛을 더한다.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면 띠누뚜안(Tinutuan)죽이 딱! 쌀, 호박, 고구마, 옥수수, 녹색 채소를 푹 끓여낸 걸쭉한 마나도식 죽으로, 생선과 매콤한 삼발(Sambal)을 곁들여 먹어도 좋다.
자연을 탐험하는 다양한 방법
리쿠팡이 위치한 술라웨시는 산호삼각지대(Coral Triangle)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600종이 넘는 산호와 2,000종 이상의 산호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터전이라고. 그야말로 해양 생태의 보고인 셈이다.
그 덕에 리쿠팡은 다양한 다이빙 명소와 인접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다이빙 명소 부나켄 국립 해양 공원(Bunaken National Marine Park)과 매크로 수중 사진으로 유명한 렘배 해협(Lembeh Strait)이 특히 가볼 만하다. 스노클링을 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녹색 거북이도 반가운 친구다. 탕코코(Tangkoko) 자연보호구역에서는 안경원숭이, 희귀조류인 말레오(maleo)와 커커스(cuscus) 등 또 다른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글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관광부 박재아 한국지사장(VITO Korea), 트래비(Tra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