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이 인도네시아 한 곳에만 5개 계열사가 진출하면서 이 지역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7000만 명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고 디지털 금융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은행·보험·증권·카드·캐피탈 등 전 영역에 걸친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게 KB금융그룹의 판단이다.
KB증권은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으로부터 지배주주 변경 및 증자 승인을 받아 현지 중형 증권사인 ‘밸버리 증권’의 지분 65%를 인수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현지 법인을 출범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밸버리 증권의 자회사인 밸버리 자산운용도 손자회사로 편입되면서 KB금융은 현지 시장에서 증권과 자산운용 사업을 모두 영위하게 되는 셈이다. 증권사 진출로 KB금융은 총 5개 계열사가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하게 됐다.
이는 KB금융 입장에서도 단일 국가에 최다 계열사가 진출하는 것으로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면 은행, 손해보험, 자산운용이 진출한 중국이 최다 진출국이다.
먼저 둥지를 튼 곳은 KB손해보험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992년 한국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 확대에 따른 보험수요 급증에 힘입어 현지 사무소를 설치했고 1997년에는 Sinarmas그룹과 합작으로 통해 현지법인을 선보였다. 현재는 한국계 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기업보험과 개인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KB금융이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KB국민은행이 현지 은행인 부코핀 은행 지분 22%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 현재까지 3차례 증자에 성공하면서 현재는 지분 67%까지 확보하며 경영권을 가진 상태다.
KB캐피탈은 지난 2019년 2월 자동차 소매기업인 순모터그룹으로부터 ‘순인도 파이낸스’ 지분 85%를 인수했고 KB국민카드는 2020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동차·오토바이·내구재 할부금융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지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 지분 80% 인수를 완료했다.
◆ 코로나19 악영향에도 은행 제외하면 실적 선방… 부코핀 은행 체질 개선 중
KB금융의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서의 실적은 무난한 편이다. 손해보험을 제외하고는 최근 2~3년 새 진출했고 특히 코로나19 여파를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카드 인도네시아 법인의 누적 순이익은 42억7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KB손해보험 역시 8억6600만 원 흑자를 달성했다. KB캐피탈은 4억8700만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KB국민은행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부코핀 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1180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룹과 은행 모두 인수 당시부터 예견된 적자이고 체질개선 작업 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법적 리스크가 해결됐고 인도네시아 시장 잠재성을 감안해 지속 투자에 나서 빠른 시일 내 흑자전환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유상증자가 끝났고 이를 통해 정상적이고 적극적인 영업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 턴어라운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인 KB금융은 올해 신규 M&A보다는 기존 인수기업의 안정화에 방점을 둘 계획이다. 부코핀은행 외에도 캄보디아 프라삭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국내에서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IR에서도 이창권 KB금융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당분간 추가 인수보다는 인수한 기업의 조직안정과 KB금융그룹과의 시너지 창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다만 M&A를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도움될 기회가 있다면 검토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금융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인근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 GDP 대비 여신 비율이 낮아 향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KB의 축적된 디지털 역량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현지에 이전해 인도네시아에서 해외진출 성공 신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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