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엄마, 형이 나한테 바보라고 놀렸어요!” “엄마, 친구가 손톱으로 내 얼굴을 할퀴었어요” “엄마, 쟤가 내 연필을 부러뜨렸어요”

(2014년 9월 2일)

장세라의
아동심리치료 이야기 (26);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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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형제간 혹은 또래간의 다툼으로 인해 어른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

형제자매간 어느 한 명의 편을 들어주자니 다른 하나가 상처를 받을 것 같고, 또래간에 다툴 수도 있지 싶다가도 막상 주눅이 들어 엄마에게 자신의 편이 되어달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무언가 부모로서 액션을 취해 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다툼에 부모는 얼마만큼 개입해주는 것이 좋을까?

판검사 엄마·아빠가 되려 하지 말 것

아이들이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부모에게 달려오면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누가 잘못을 제공했고 누가 억울한지를 가려내게 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까지는 아주 이상적이다. 아이들은 서로 억울한 마음에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들어주고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들어주는 선까지가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시시비비를 가려줄 경우, 잘못을 제공한 아이와 억울한 아이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다 준다. 잘못을 제공한 아이는 본인이 잘 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제나 또래 친구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지적 받음으로 인해 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부모가 다른 형제나 친구를 더 편애하고 자신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게다가 보통 잘못을 제공하는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잘못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가 시시비비를 가려줄 경우 본의치 않게 계속 한 아이만 잘못을 꾸짖게 되므로 아이의 나쁜 행동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른 형제나 친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아이 조차도 부모가 시시비비를 가려주게 되면 자신이 스스로 관계를 정립해가기보다 부모에게 계속해서 심판을 부탁하는 의존적인 아이로 성장하기 쉽다.

부모에게 고자질을 하기 좋아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부모에게 해결을 부탁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뒤에는 항상 해결사 부모들이 있다. 판검사 엄마아빠가 되려 하기 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각자의 억울한 마음을 공감해준 후 “너희 둘 모두 억울한 마음은 잘 알겠지만, 이건 너희 둘의 문제이기 때문에 엄마가 해결해줄 수는 없어. 너희들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라고 아이들에게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은 차츰 스스로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외상황과 주의할 점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들이 서로 다투는 상황이 아닌 한 아이가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드시 제한하여야 하며, 교육적으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알려줌과 동시에 아이가 왜 이러한 언행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분명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으므로, 아이가 어떠한 이유에서 이러한 말과 행동을 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학교나 또래상황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비난을 받거나 소외를 당하게 되기도 한다.

만약 내 아이가 또래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는 대상이라면, 아이에게 상대 아이와 똑같이 말해주라고 교육하기 보다는 “나를 때리면 안돼!” “그렇게 말하면 기분 나빠” 등 나의 기분을 소리쳐 표현하는 말과 상대의 공격적인 행동을 제한하는 말을 연습시켜 주어야 한다.

어른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아이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하면 아이는 상대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나무라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고로 잘못된 행동을 답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고 잘못한 아이에게 똑같이 공격하라고 교육한다면 아이는 상대 아이에게는 물론 그와 상관없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공격하고 미움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또래 누군가에게 모독적인 말과 행동을 당했다면 마음속에 분노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놀이나 활동을 부모가 유도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 다른 예외상황이 있는데, 아이가 단순한 또래 간의 다툼이 아닌 왕따, 학교폭력 혹은 단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을 때이다. 이 때는 부모가 들어주는 것만으로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소수를 대상으로 단체가 괴롭힘을 자행한다는 사실을 아이가 부모에게 털어놓거나 우연히 이와 같은 사실을 부모가 확인하게 되면 부모는 적극적으로 자녀를 위해 학교와 학교폭력예방기관 및 상담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학교폭력문제를 두고 자녀와 함께 싸워주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아이는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을 경험하고 어느 곳 하나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느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가장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사회, 단체 혹은 또래와의 갈등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게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