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이야기-1) ‘80에 코칭 창업?’

애당초 일년 기약하고 코칭 프로젝트 한번 해보자고, 인도네시아 이곳에 불려오게 된 것은 20년 지기 ‘하이론’의 최 회장 덕분이고, 프로젝트 끝내고 귀국하려던 생각을 돌쳐 세운 것은 ‘코린도’의 고교동창 승 회장, 정 장로 덕분이다.

“당신들이 지은 복을 내가 누리네. 하 하.”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에게 감사한다. 그러니 늙마에 빚만 지고 가지 않으려면 나도 부지런히 복 지어 이웃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세는 나이 올에 일흔여덟, 이 나이에 인도네시아까지 와서 은퇴 이민이 아니고 제 하든 일 살려 코칭 창업을 하겠다고?

“그만큼 하셨으면 그만 쉬세요.” 실은 아이들부터 말리는 것을 껄껄 웃어 물리쳤다. 큰 놈은 이제 곧 쉰 바라다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제 앞가림은 한다는 것이겠지. 제법 아비 걱정을 하는 척 하지만, “휘유, 다행이다, 울 아버지, 어머니 뭔가 당신들 끼리 할 일 찾으셨다니. 건강하게 무언가 하시는 동안은 우리 모두 신경 끄고 자유 만만세.” 속으로는 안도의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1998년 8월 30일, 나는 망연히 워커힐 풀밭 최종현 SK 회장의 영결식장에 서 있었다. 지금의 내 나이에 훨씬 못 미치는 70 의 나이에 아깝게도 그는 갔다.

절제된 추모의 정을 나직하고 비감 가득한 목소리에 담아 사회자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고 있던 어느 순간엔가, 푸드득 잣나무 사이에서 새들의 나래 짓 소리가 들리고, 한 줄기 맑은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뒤 이어 잠시 짹짹이는 새들의 소리, 그리고 잣나무 숲은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바람은 강신(降神)의 은현(隱現)이라고 했던가? 그는 그렇게 임석(臨席)했다가 떠나간 것처럼 보였다.
부하인 우리를 경영의 동지라고 불러주던 멘토, 그를 잃었으므로 함께 잃게 될 것은 무엇일가 전전긍긍 하면서, 그의 마지막을 전송했었다.

A55아니나 다를까 젊은 회장이 주관했던 연말 정기인사. 아직 55세의 창창한 나이로, ‘내’ 회사라고 혼을 불살랐던 기업의 총괄부사장 직을, 앙앙불락하는 마음으로 접었다. 퇴직 관리 일환으로 SK 연수원의 초대 명예교수 직에 취임하였는데, 세상사(世上事)는 다 ‘새옹지마’라 했던가, 그것이 결국 은퇴 없는 직업, ‘코치’ 되는 입문의 길이었을 줄이야.

‘은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리타이어’, ‘리타이어먼트’ 등 실제로 어지간이 우리말 화(化) 되어 있다. 자동차 경주하는 영화를 보면 경주 도중 경주차의 타이어를 분초를 다투어 정비팀이 바꿔 끼우는 장면이 스릴 있게 나오는데, 사전에 따르면 이를 ‘Re-tyre’ 라고 ‘은퇴’의 Retire’ 와는 구분하여 표기하기도 한다.

코치 또는 리더십 교수로서 나를 소개하는 워크숍 첫 머리에, 타이어 갈아 끼우는 사진을 하나 올려 놓고, 나로 말하자면 두 번 타이어를 갈아 끼운 현역이라고 우스개 삼아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아무리 코칭은 ‘리타이어’ 없는 직업이라고 한다지만, 80세에 그것도 이국 땅에서, 코칭 사업을 창업 하겠다니, 욕심이 과하다는 지청구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아주 걱정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두들 염려가 많다. 버스 차장, 타자수, 전화교환수 등 많은 직업이 알게 모르게 없어져 버린 것처럼, 아마도 운전수, 교통경찰, 교수, 의사, 판사 등이 미구에 영(零) 순위로 도태될 것이라고 한다.

우스개 섞인 이유를 들어보면 운전수, 교통경찰은 심통 다스리기가 어려워서? 교수는 잘난 체 꼴 보기 싫고, 의사는 잦은 오진(誤診), 판사는 좌경화된 뼌뻔스런 판결 때문에?
그러면 어떤 직업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태평한, 걱정 없는 직업일까?
코칭, 바로 이 이야기를 앞으로 펼쳐 보려 한다. 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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