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선 은행가는 것 자체가 고통··· ‘사회적 가치’ 높이는데 주력했죠”

“고젝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인도네시아에서 삶을 영위하기는 불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젝 본사에서 만난 앤드루 리(40·사진) 고젝 인터내셔널 총괄은 고젝의 성공 배경을 ‘사회적 가치’에 뒀다. 그는 “은행 계좌 없는 인구가 절반인 인도네시아의 고통을 사업 기회로 가져왔다”며 “단순히 오토바이 승차공유 업체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슈퍼앱’ 전략을 처음부터 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젝이 인도네시아를 지배한다는 말이 조심스럽지만 전체 사회를 업그레이드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는 일정 부문 맞는 말”이라고 했다.

리 총괄의 사무실에 놓인 현지 은행 창구 사진은 현지 금융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점 수가 부족한 탓에 창구마다 대기 중인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월급날에는 줄이 더 길어진다. 공과금을 내야 하는 탓이다.

리 총괄은 “인도네시아는 성만 있고 이름 자체가 없는 사람도 많아 계좌 개설부터 문턱이 높다”며 “이런 사람들이 월급날을 기다려 공과금을 내려고 은행에 간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말했다. 월급이 지급되는 일정과 공과금 납부일이 달라 상당수가 과태료를 일상으로 내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젝은 고페이를 통해 일종의 공과금 자동결제 서비스를 시행했다.

월렛 서비스도 시작했다. 리 총괄은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저축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지만 웰렛 서비스를 통해 저축이 가능해졌고, 고페이 등의 이용 내역을 통해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은행·보험 등의 협력회사들과 제휴해 금융교육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고젝의 미래는 은행일까. 사실상 은행의 역할을 하지만 고젝은 은행업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그는 “고젝은 ‘스피드’가 중요하다”며 “은행업 라이선스를 따려면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핀테크와 금융사들에는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인도네시아 진출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규제보다 소비자”라고 잘라 말했다. 낙후한 인도네시아의 금융 환경만 보고 한국의 좋은 시스템과 상품을 이식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식의 제조업 마인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네덜란드 식민지 경험을 한 인도네시아는 민족주의가 강하다”며 “동남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아시아 우버 ‘그랩’이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전하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 총괄은 “선진금융을 선보이기 위해 진출하기보다 소비자가 생활하는데 무엇을 원하는지를 봐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고젝 역시 앞으로 소비자의 삶을 파고드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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