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3일)
표본조사 신뢰도와 개표과정
정치적 우여곡절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온 인도네시아 대통령 & 부통령 선거는 일단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치뤄진 인도네시아 역대 선거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성숙한 선거였다는 평을 받을 만 합니다.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도 많았고, 개표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보르 락얏(Obor Rakyat)이나 꼭두각시 정치인 등의 흑색선전과 표본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문제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여느 국가와 비슷한 선거 후유증의 하나일 뿐이라 생각됩니다.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제 대선은 끝났지만 개표과정에도 논란이 많습니다. 대선을 전후하여 난립하기 시작한 여론조사 기관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표본조사 결과를 표출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표본조사를 한 조사기관의 지지도 조사 자료가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갖느냐 하는 것입니다.
유도요노 대통령도 어느 기관의 조사 결과가 공정한 출구조사를 한 것인지 가늠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선관위(KPU)의 최종 집계까지 양 측 모두 자숙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여론조사를 해왔던 기관의 표본조사는 대부분 기호 2번 조코위도도-유습칼라 후보에게 승점을 주었습니다. 표본조사 통계상 2% 정도의 오차 허용범위를 감안하더라도 약 5% 정도 조코위 후보 측이 프라보워 후보 측을 리드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상으로만 보면 조코위가 이기는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표본조사는 어디까지나 표본조사입니다. 따라서 공식 집계는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조코위는 자신이 이긴 것으로 확신하고 대선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그렇다고 프라보워 측이 물러서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이겼다고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하지만 기호 1번이 평균 1% 대를 리드하는 것으로 조사 발표한 4개 기관은 모두 TV ONE (프라보워 측을 돕고 있는 골카르당 아브리잘 바크리 총재의 개인 TV방송사)의 예하 기관이란 점에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들 조사기관의 표본조사는 편파적인 조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1% 리드는 오차범위보다 낮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프라보워 후보가 이긴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이처럼 양 후보는 서로 이겼다고 나선 것 입니다. 선거에서 지고 깨끗하게 승복을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진 것을 깨끗이 인정하는 자세도 민주주의의 묘미일 것입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대선이서 이겼다 졌다를 가늠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렇다고 맞불을 놓아선 더더욱 문제만 꼬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 후보는 맞불을 았었습니다.
이것은 조코위 후보의 대통령직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조코위가 국회 내에서 절대적 주도권을 쥐고 행사할만 한 의원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소야대 국회
국회 주도권을 갖지 못한 채 지금 이대로 조코위가 대통령 직에 안착한다면 당내는 물론 당외에서 동시에 난항을 겪을 것이 예상됩니다.
첫째는 투쟁민주당 내에서도 완벽한 지지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는 PDIP 에서 정치 홀로서기 세대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PDIP 당외보다 우선 당내 새력을 잘 휘어 잡아야 하는 숙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PDIP 당원들은 근 10년이란 세월을 선명 야당원으로 지내며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코위가 나타나 권력을 한 손에 쥐었으니 그 허탈감이 매우 클 것입니다. 따라서 그가 같은 당 사람이긴 하지만 좀처럼 그가 추진하는 새정부 개혁에 그들이 선뜻 동참하기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둘째는 투쟁민주당 밖에 있는 정치세력이 조코위 신정부의 혁신에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배려도 염두에 두고 점차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공약으로 제시한 개혁을 추진하자면 많은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외자를 도입하거나 세금을 많이 징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건 너무 자명한 일입니다. 따라서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정책은 반드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수반합니다. 그러므로 조코위 정부는 모든 정책 분야에서의 대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가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은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서민들이 대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코위를 지지하고 나섰다고 봅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SBY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쨋든 SBY 정부는 반대로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노력을 해서 이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성과론을 펴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에 큰 성과를 거둔 정부라는 것을 높이 자평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도네시아 경제 지표나 주식시장의 인덱스 등은 괄목할 만한 수치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SBY 정부가 잘못했다는 평을 하기엔 뭔가 시기상조인 듯 합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실물경제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국가적인 대형 인프라 건설이 제대로 이뤄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늘어나는 노동 인구를 흡수하지도 못해 서민들의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그래서 정부 보조금 기름 정책, 농어촌 마을 개발자금 지원문제, 식량및 소고기 수입문제, 실업율및 빈민층 증가문제 등과 같은 정책들이 이번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큰 이슈로 등장했다고 보여 집니다.
인도네시아 대선 외국인들 큰 관심
한편 인도네시아 대선은 인도네시아 국민들보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더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선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뿐만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인도네시아 대선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또 인도네시아 대선과 그들 나라가 무슨 이해관계가 있었을까? 자기 나라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남의 나라 대선인데 그렇게까지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략 아래 5가지 범주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첫째, 인도네시아는 세계 3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 4위 인구를 가진 대국이란 점에서 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는 1945년 독립한 이래 교도 민주주의를 거쳐 32년 동안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국민의회식 민주주의를 마감하고 15년이란 짧은 기간의 민주주의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그러나 1억 8천 700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유권자들은 자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계속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매년 6천 700만 명의 젊은이가 유권자로 편입되는 아주 다이나믹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따라서 향후 국제 정치및 경제 분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민주주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인도네시아는 지난 1998년 국제 경제파탄 위기상황에서 어렵지 않게 난국을 극복해 내고 당당히 G20 국가로 우뚝선 동남아 최대 경제 대국입니다. 이런 점을 국제사회가 크게 고려했을 것 으로 봅니다.
비록 인도네시아가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고 국가 인프라 개발이 많이 정체한 국가인긴 하지만 자체 경제적 기반은 매우 튼튼한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맘모스 경제개발을 일궈 낼 수 있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SBY 정부는 이미 터어키, 마르코, 나이제리아 등과 함께 유럽과 아프리카의 관문을 기 위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아세안 국가 경제권과 중동의 이슬람 국가 경제권을 동시 끌어들이면 명실공히 인도네시아는 세계 경제권의 리더로도 급부상할 수 있는 나라의 하나입니다.
셋째,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한국 국민처럼 빨리빨리는 잘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능과 능력이 탁월하고 인내심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른 세계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지도 모릅니다.
인도네시아는 독립 후 오랜기간 중앙집권 통치를 해 왔지만 기본은 지방 분권식 정부 조직을 그대로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수하르토 정부가 무너진 후부터는 독립적인 지방정부 체제로 민주주의 경제체제를 발전시켜오고 있습니다.
물론 직접선거로 인한 관권선거, 돈으로 표심 잡기, 중앙및 지방정부 예산 떼먹기 등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긴 했지만 국민들은 여당 대표나 헌재소장을 구속할 정도로 막강한 사법권을 부정부패척결위원회(KPK)에 맡겨놓고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인도네시아의 저력을 개발해 내고 있습니다.
넷째,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가진 나라라는 점에서 세계 인구의 1/5인 무슬림 형제 국가들이 더욱더 주의깊게 인도네시아 대선을 지켜 봤을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재 2억 4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인국 대국입니다. 그 중에서도 90%가 무슬림 인구이기 때문에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마침 이들은 무슬림 중에서도 온건파에 속하는 수니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민주주의와 무슬림이 공존하는 국가로 계속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하는 것입니다. 전체 중동 무슬림 인구보다도 더 많은 무슬림 나라인 인도네시아가 중동 이슬람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민주주의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섯째,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전통, 종교 등을 하나로 통일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일찌기 수카르노 초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비네까 퉁갈 이까(Bhineka Tunggal Ika)라는 국가 이념을 정립한 바 있습니다. 이어 빤짜실라(Pancasila) 정신을 선포하고 수하르토 정부 32년까지 이를 중심으로 다양성 속의 일치를 계속 유지해 왔습니다.
무려 1만 7천개가 넘는 섬나라 인도네시아는 1945년 바하사 인도네시아(Bahasa Indonesia)라고 하는 하나의 통일된 언어를 국어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약각색의 다양성을 하나로 통합한 인도네시아의 힘은 실로 엄청난 재산이 되고 있습니다.
조코위 문민정부의 외교노선
이처럼 국제 사회는 인도네시아 대선에 시선을 고정시켰습니다. 뿐만아니라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한국 교민들도 차기 대선에 큰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러므로 대선이 끝나고 온건한 이미지를 가진 조코위가 출구조사에서 이긴 것으로 나오자마자 루피아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주식시장 인덱스가 껑충뛰는 효과까지 반짝한 것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나 교민들도 조금은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조코위의 온건한 개혁 이미지와 유습칼라의 지속적 개발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새정부도 개혁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교민들도 이전의 구시대적 틀에서 좀 벗어나는 변화가 요구됩니다. 먼저 정치적 외교 관계의 틀을 바꿀 필요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조코위가 실권을 잡은 대통령이라 하여도 사실은 투쟁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것입니다. 따라서 제3세계 지도자적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자 노력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은 인도네시아를 유엔의 한 축내지는 G20국가로서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3세계로의 복귀는 친북한 외교 정책으로도 다시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꾸준히 인도네시아의 탈북한 외교정책을 지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지금은 친한적 정부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는 것입니다. 이런 한국 정부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전환기 외교를 강화해야 할 때를 맞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특히 SBY 정부에서 반대하는 TPP 협약을 정권 교체기를 통해 긍정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 들어설 조코위 정권이 친북한 외교노선이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북한을 좀더 잘 다룰 수 있는 기회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거기다 동북아 정세까지 간접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인맥의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과도기적으로 각종 제도와 법을 정비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모든 행정은 공약에서도 명시한 바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e-Procedure 방안이 채택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좀 미비한 허가서서나 좀 부족하여도 그냥 뇌물 조금주고 지나쳤던 모든 관행은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모든 행정 서류에 유효한 자료가 빠짐없이 기재되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모든 부정행위는 점차 근절되어 갈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관행에 젖은 일부 오래된 한인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좀더 새로운 컴퓨터 세대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정치적 과도기에는 무조건 관망하는 자세가 안전하다고 봤으나 그건 지나친 수동적인 태도라고 봅니다. 그것은 이 때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를 지원하는 단체나 부처, 각 부처에서 나온 대외협력센터, 그리고 대사관까지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민들이 정말 무엇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 새로운 각도에서 주의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런 자료를 정리하고 분류하여 널리 이런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의 개발이 절실해 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인 정보 공유 네트워크의 개발이나 정부 해외기관의 통합 체계 구성은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좋을 결과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에 나가 일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애프터 서비스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실은 그들이 향후엔 인도네시아 개발의 진정한 메신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한국에서의 생활을 잘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귀국하면 어떻게든 하나의 네트워트로 묶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 한인 동포들의 내트워크도 하나의 협동조합으로 묶어 생필품을 공동 공급하기도 하고 상호 신용대출도 하며 상호 비즈니스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게 상호 협력하는 한인 공동체를 개발하는 가운데 한국 상품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탄력을 받게되고 인도네시아 시장 저변으로의 확대가 가능해 질 것으로 봅니다.
지금이 바로 구태의연한 생활방식에서 과감히 털고 일어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시대적 요구에 따라 우리도 인도네시아의 대변화 대열에 적극 동참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린두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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