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들

(Tuesday, June 24, 2014)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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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는 원래부터 승부욕이 강했어요”
가끔 승부에 유난히 집착하는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보면, 아이가 태생부터 승부욕이 강했었다고 말하는 부모들을 종종 만난다. 그렇다면, 정말 ‘강한 승부욕 유전자’라도 있는 것일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어도 인체의 신비로움은 신의 영역이기에 감히 그런 유전자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경험상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건강하게 승부에 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였거나 답습 및 모방할 대상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이 아이들은 이겼을 때는 주위 시선은 아랑곳 않고 기쁜 마음에 방방 뛰고, 지기라도 하면 세상이 무너진 듯 슬퍼하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엄청난 분노를 표출한다.

함께 게임에 임한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 아이들을 또래들조차 멀리하게 되면서 결국은 또래관계 즉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아이들은 왜 다른 또래들이 자신을 멀리하려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억울한 마음에 내면에는 타인에 대한 분노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그리고 이유 없이 느껴지는 우울감이 생겨난다.

이를 부모가 바로잡아 주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와 같은 악순환이 계속 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제로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여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거나 고립되어 있는 어른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내 아이에게 건강한 승부욕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낮은 자아존중감이 아이들을 승부에 집착하게 한다

이기는 것에 집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낮은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승부에서 이기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든 지게 되면 자신의 가치가 더 낮아지는 고통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슬퍼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데 일조한 상대방과 승부 자체, 그리고 질 수 밖에 없었던 스스로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낮은 자아존중감으로 인해 승부에 집착하고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말로 아무리 “결과를 인정해” “그렇게 (인정 못하는) 행동하지마” 라고 한다고 하여 아이들의 행동이 고쳐지기는 어렵다. 물론 부모가 무섭게 훈계할 경우 일시적으로 승부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는 있으나 이내 또 다시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기고 지는 것에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어떤 교육적인 접근에 앞서 자아존중감을 높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공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데, 굳이 경쟁상황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어떤 일을 완성하거나 잘 하는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었을 때 이를 부모가 언급해주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거창한 성과나 칭찬거리가 아니어도 좋다. 자녀의 아주 작고 사소한 성공을 함께 기뻐해주고 칭찬해주는 부모의 행동을 통해 아이의 자아존중감은 높아지고 나아가 승부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이기거나 질 수 있다

인생은 경쟁의 연속이다. 시험, 게임, 시합 등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누군가와 경쟁하고 비교하고 그렇게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한 평생 이기는 경험만 하고 살아가면 좋겠지만, 누구나 한계가 있고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늘 성공하는 경험을 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경쟁에서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늘 안내해주어야 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르고, 때로는 상황에 따라 운에 따라 결과는 늘 바뀔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매우 당연한 사실처럼 보이지만, 경쟁상황에 앞서 이를 안내해주는 부모는 많이 없다.

게임이나 시합이 끝난 후 이미 감정 때문에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아이들을 잡고 이러한 안내를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평소에 혹은 경쟁상황에 임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누구나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음을, 결과에 상관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경쟁 자체에 참여하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아이들은 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경쟁에 임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경쟁상황이 한둘이 아닌 인생에서 아이들은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오히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더 나은 열매들을 맺어 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결과에 임하는 자세’를 모방한다

‘이기고 지는 결과에 임하는 자세’는 글이나 말로만 배워서는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이 모방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필요하다. 부모가 그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과 승부가 갈리는 게임 및 운동을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부모가 이긴 경우 “이 때 이 때(시합과정) 너 참 잘 했는데 아쉽다. 오늘은 아빠가 운이 좋네. 어찌되었든 이겨서 기분이 참 좋다.”

와 같이 자신의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상대방의 이기지 못해 속상한 마음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더불어 승부결과는 상황에 따라 늘 바뀔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도록 해보자. 부모가 진 경우 “아 아쉽고 속상하다.

하지만 다음 번엔 더 잘 할 수 있어. 이긴 것 축하한다”고 반응하여, 져서 속상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다음 번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 하며 나아가 상대방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여줘 보도록 하자. 부모가 경쟁에서 이기고 질 때 한결같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어느 순간 자녀가 이기거나 졌을 때 부모처럼 반응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말로써만 아이들에게 건강한 승부욕을 가르치기 보다, 좋은 모델이 되어주도록 하자. 글이나 말로 배운 지식은 언젠가 잊혀지거나 흐릿해지기 마련이지만, 경험을 통해 배운 지혜는 자녀의 일부가 되어 평생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