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로는 처음으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9대)에 취임한 한우성 이사장이 지난 10월 23일로 임기 3년 중 1년을 일했다. ‘2018 세계한인회장대회’(10월 3일~5일, 서울 잠실), ‘제17차 세계한상대회’(10월 23일~25일, 인천 송도) 등 재단의 대표적인 두 가지 큰 행사를 마치고, 새해 사업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한 이사장을 만나 지난 1년간의 소회와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에 재단이 구상 중인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재외동포신문>
Q. 먼저 취임 1년 축하드립니다. 첫 재외동포 출신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신 뒤 바로 다음날 창원에서 열린 제16차 세계한상대회 개막식에서 취임인사 겸 환영인사를 하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릅니다.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한우성 이사장(이하 한) : 첫 재외동포출신 이사장이라는 점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겁습니다. 또 제가 취임한 시기가 재단의 제주 이전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시기였거든요. 설립 21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시기에 이사장을 맡게 돼서 여러 가지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지난 10월 한인회장대회와 한상대회 등 두 번의 큰 행사를 치르셨는데요.
한 : 전 세계 한인회장 500명이 서울을 찾아 각 지역 한인사회 현안에 대해 논의한 ‘2018 세계한인회장대회’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5,000명의 한상들이 송도에 모인 ‘제17차 세계한상대회’ 모두 역대 대회 중에 가장 잘 준비된 대회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잘 치러졌습니다. 일단 대회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행사를 잘 준비한 재단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물론 개선할 점도 많고 새롭게 추진해야 할 프로그램도 많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다시 1년 동안 잘 준비해서 내년 대회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두 대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는데요. 현직 대통령이 두 대회를 모두 직접 찾은 건 올해가 처음이지요?
한 : 예 그렇습니다. 두 대회 모두 대통령께서 직접 현장을 찾아 축하해주시고, 또 해외 순방 때마다 그곳 동포들과 간담회도 자주 개최하시는 등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는 데 대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Q. 임기 3년 중 1년을 보내셨는데, 남은 기간 역점을 두고 추진하실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한 : 크게 세 가지인데요. 개헌이 이뤄질 경우에 새 헌법에 ‘재외동포’가 어떠한 형태로든 언급되게 하는 것, 초-중-고 교과서에 재외동포 관련 내용이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가칭 대한민국 재외동포기념관을 세우는 것입니다.
Q.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개헌이 이뤄질 경우 새 헌법에 ‘재외동포’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한 : 해방 이후 지금까지 9번의 개헌이 이뤄지는 동안 한 번도 헌법에 ‘재외동포’가 언급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헌법 제2조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지닌다’라는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743만 명으로 추산되는 재외동포 가운데 재외국민 즉 한국 국적을 갖고 외국에서 살고 계신 분은 3분의 1정도입니다. 나머지 3분의 2, 약 500만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헌법이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Q. 언급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 : 재외동포에게 헌법적 지위가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권충돌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재외동포에 대한 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것보다 좀 더 낮은 수준으로 ‘재외동포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그들과의 교류를 꾸준히 늘려나간다’ 정도 내용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권에서 ‘재외동포’라는 표현을 넣기 위한 개헌만을 추진할 리는 없지만(웃음) 개헌 논의 추이를 살펴보고 개헌이 이뤄질 경우 말씀드린 내용이 꼭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다음으로는 교과서에 재외동포 관련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 예. 지금 초중고를 막론하고 한국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재외동포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743만 명의 동포가 세계 각지에서 살고 있는데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감사하게도 교육부에서 교과서를 재외동포에 관한 내용을 반영하는 쪽으로 수정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저희와 협력관계가 시작됐습니다. 물론 앞으로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동포들의 역량을 더욱 살리고 평화통일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가칭 대한민국 재외동포기념관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 : 해방 후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재외동포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들의 희생과 기여를 기억하고 미래에 우리 내국인과 재외동포들의 단합된 에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상징적인 곳, 그러니까 기념관이라든가 박물관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아직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가칭 대한민국 재외동포기념관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재외동포들의 ‘허브(Hub)’같은 곳을 뜻합니다. 이곳에서 관련 학술 연구도 진행되고 교육도 진행돼 계속해서 재외동포 관련 이슈들을 만들어 내는 기능까지 하면 좋겠고요.
뿐만 아니라 재외동포재단의 제주도 이전으로 불가피하게 동포들과의 접촉과 교류가 줄어들었는데, 동포들과의 교류 공간 기능도 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어떤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부터 첫 삽을 뜨기까지 극복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고 자연히 시간도 적지 않게 소요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대한민국 재외동포기념관 건립 문제를 비롯해서 앞서 말씀드린 개헌 시 ‘재외동포’ 문구 삽입문제, 교과서에 재외동포 내용이 들어가게 하는 것 모두를 급하게 꼭 제 임기 중으로 실현시키겠다는 마음보다는 2년 동안 착실히 여건을 조성하고 준비해서 제 임기 후라도 꼭 실현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Q. 재단이 제주도로 이전한 지 4개월 정도가 흘렀습니다.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 아시는 대로 저희 재단이 지난여름 제주도 서귀포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서울에는 ‘서울사무소’라는 이름으로 소수 인력이 남아 있고요. 그러다보니 제주도 새 공간에 적응하는 일과 제주와 서울로 조직이 분산된 새로운 조건 하에서 최대한 업무 공백 없이 역량을 집중해야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이사장으로서 많이 신경 쓰고 있는 일입니다.
21년 전 처음 재외동포재단이 문을 열었을 때 소속 직원이 서른 네 명이었는데요. 지금은 예순 일곱 명입니다. 두 배가 된 것이지요. 저는 글로벌 시대 더 중요시되는 재외동포들을 위한 외교부 산하 재단이라는 점에서 규모가 현 상태로 커진 것이 빠른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문제가 나오게 돼 있고 그것을 해결할 인재들이 끊임없이 조직에 충원돼야 필요한 일들을 해낼 수 있고 계속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년에 인력 충원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Q. 끝으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한 : 내년 2019년은 만인의 평등, 비폭력을 선언하며 역사의 전환점을 만든 3.1운동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재외동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있을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최근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는데요. 물론 통일의 주체는 한민족이지만 먼저 국제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만큼 재외동포사회가 힘 모아 통일한국을 완성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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