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적도문학상 대상에 이영미씨 수상

대상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상 수상작 ‘나는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멍석이요’로 등단.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예비심사를 거쳐 장호병 수필가, 공광규시인, 박윤배시인 등 심사단 7명, 최종 수상자 선정, 재외동포문학 발전에 큰 길 열려……

서미숙 인니지부회장 ‘한국문인협회 가치 계승하여 한국 문학발전과 보급에 기여 시상식은 4월21일 한국문화원에서 수상자와 가족 및 장호병수필가협회 회장등 초청.

2018년 제2회 적도문학상 대상에 수필 [나는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멍석이요]을 쓴 이영미씨가 선정되었다. 이영미씨(사진)는 인도네시아 버카시에 거주하는 주부한인동포로 이번 제2회 적도문학상 수필부문에 응모해 대상을 받게 되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상을 수상하면서 해외신인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제2회 적도문학상 심사위원장인 장호병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은 “대상으로 선정한 이영미씨의 수필 ‘나는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명석이요’는 일상으로 만나는 도마뱀이 벽지의 무늬나 벽에 붙은 장식품으로 보인다는 글속에서 적도의 땅 인도네시아에 동화되기 위한 시간의 축적이 느껴진다. 현지인보다 조금 더 가진 것에서 우월감을 느끼고 나와 다름을 문화충돌로 받아들이기 쉽다.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하였지만 현지인들의 삶과 가족사랑이 보인다. 한국인으로서 채화된 “빨리빨리” 와 치열한 삶이 조금씩 ‘느림과 여유’ 라는 현지문화에 길들여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수필”이라고 대상 선정 이유를 전했다.

2018년 제2회 적도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가 주관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동안 인도네시아 및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한인동포와 한국어를 공부하는 현지인들의 수많은 응모작을 접수 받았다.

서미숙 한국문협 인니지부회장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한국문인협회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여 한국문학의 발전과 보급의 일환으로 매년 적도문학상의 취지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시행된 이번 제2회 적도문학상 공모는 인도네시아 중부자바, 동부자바, 발리 덴파사르를 비롯한 많은 한인들과 한국어를 공부한 현지 인도네시아인들이 적극 참여하여 마감날에는 응모원고가 폭주해 주최측의 탄성을 자아냈다.

제2회 적도문학상 심사는 한국문인협회 위촉을 받은 장호병 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회장), 공광규 시인 등, 총 7명의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에 의해 진행되었다.

적도문학상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제2회 적도문학상 수상자 명단
제2회 적도문학상 수상자 명단

매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문인협회 인니지부가 주관하는 적도문학상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아세안지역의 한인동포와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현지인들로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이번 제2회 적도문학상 시상식은 4월 21일 오후 3시에 한국문화원 다목적 홀에서 수상자와 가족, 그리고 한국문단의 대표 문인인 장호병 수필가협회 이사장 일행과 한인단체장 및 문인협회 회원들을 초청해 열린다.

서미숙 문협 인니지부회장은 한국어를 사랑하는 많은 한인 문학인들이 참여함으로써 동남아 한국문단을 주도하는 대표 문학행사로 단단히 자리매김 하게되어 감회가 새롭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모국문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비작가들의 활발한 작품활동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는 2001년부터 김명지 시인을 초대회장으로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하다 지난 2013년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로 한국문인협회 8개 해외지부 가운데 6번째로 인준이 되었다.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는 현재 25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재외동포 문학발전과 한국문학 전파를 위해 힘쓰고 있다.

제 2회 적도문학상 심사평

성인부–수필, 소설 부문– 장 호 병 수필가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물이나 세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선입견으로 대상을 보노라면 그 존재의 진리를 지나쳐버리기 쉽다. 대상은, 나와 관련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것이어야 하는 존재로 드러날 때 우리는 그 대상의 진리를 안다고 할 것이다.

많은 경우 나와의 관계 속에서 헤맸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공자는 덕으로 몸을 닦아야 [以德修身]한다고 했다. 덕(德)을 파자 해보면 사람이나 대상을 대할 때 열의 눈을 가지고 두 눈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살펴 한 마음에 이르게 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두 눈으로 겪은 이야기에 머문 글들이 많았다. 삶이 덕을 구하는 일이라면 글쓰기는 덕의 실천을 설득하는 일이다. 두 눈으로 본 세계는 카오스일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열의 눈으로 찾아낸 감동을 극대화하고, 해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대상을 질서화, 가치화할 수 있는 코스모스를 끌어내는 작업이다. 세심한 관찰과 통찰, 그리고 자기성찰에 이르는 사색과 치밀한 전개가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구성만이 논리를 뛰어넘는 감동을 도출해낼 수 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설득하고자 하는 명제를 독자가 수용하기에 가장 적합하게 구성한 노력이 돋보이는 글들이 많았다. 수필과 소설 등<성인부문>에서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

고민을 거듭하게 한 제 2회 적도문학상 대상작으로는 이영미의 수필 「나는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멍석이요」을 뽑는다. 일상으로 만나는 도마뱀이 벽지의 무늬나 벽에 붙은 장식품쯤으로 보인다는 글쓴이에게서 적도의 땅 인도네시아에 동화되기 위한 시간의 축적이 느껴진다. 현지인보다 조금 더 가진 것에서 우월감을 느끼고, 나와 다름을 문화충돌로 받아들이기 쉽다.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하였지만 현지인들의 삶과 가족 사랑이 보인다. 한국인으로서 채화 된 ‘빨리빨리’ 와 치열한 삶이 조금씩 느림과 여유라는 현지 문화에 길들여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장에 좀더 공을 들인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우수 상으로는 백주연의 소설 「발자국」을 뽑는다. 다소 엉뚱하기는 하나 인도네시아에 눈이 내린 공상소설이다. 나의 아들 도연이 집으로 들어가 가족들의 겨울 옷과 양말, 수건, 담요 등을 내와서 현지인들에게 나누어준다. 도연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산만한 것이 ADHD일 수도 있다는 해리 엄마와 화해를 한다. 눈이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가 무수한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편견의 발자국이리라. 우수상으로는 휴머니티에 초점을 맞춘 우병기의 소설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을 뽑는다. 현지의 일상에서 일어 수 있는 일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스토리 있게 구성하였다. 작가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가작으로는 김선숙의 수필 「소확행 김여사」와 양동철의 수필「아버지, 자카르타에서 만난 또 다른 나」을 뽑는다. 펜으로 감동을 선사한 수상자들에게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더욱 정진하시어 해외에서도 한국문학을 빛내는 작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 학생 및 청소년 – 수필, 소설부문 심사 평

‘붓 가는 대로’와 ‘누구나 쓸 수 있다’가 수필 쓰기에 대한 대중의 접근 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나, 이 때문에 수필의 시대가 앞당겨진 것은 아니다. 소설 못지않은 감동과 시에 버금가는 정서를 수필이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체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필은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공히 각광을 받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따른 금과옥조를 내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글 속에서 글쓴이의 진정 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절제된 감성으로 주제와 제재를 연결시켜 새로운 의미를 어떻게 구성하였는가, 그리고 감동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를 염두에 두었다. 인도네시아라는 이국 땅에서의 체험이 청소년들에게는 특별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수필이 사실의 전사는 아니다. 아주 드문 독특한 체험을 적었다 할지라도 코스모스의 의미 망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좋은 수필이라 할 수 없다. 소소한 일상에서도 깨달음이나 반전은 발견된다. 이 점이 글을 쓰는 동기가 되는 동시에 독자에게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문장으로 의미를 구축하여 감동을 생산하고 의미를 전달 하야야 한다.

작가가 어떤 대상 또는 세계를 쓴다 하여도 작가는 대상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통하여 ‘나 안의 나’를 만나게 된다. 문장이 서툴거나 중언부언함으로써 주제를 흐리게 한 응모작이 많았다.

단락 간에도 긴밀성을 유지하고 모든 진술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향하여 달려야 한다. 앞서의 기준을 감안하여 김성영의 수필 「이리안자야에서 만난 거북이」을 우수상으로 뽑는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필자가 목재 생산 현장인 이리안자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조우한 거북이를 통하여 문명 비판적 생각을 펼친다. 인간은 지상에서 무소불위의 존재인가. 개발의 미명으로 몇 백 년을 견뎌온 숲이 사라져가고, 그 많던 거북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기형이 되고 있다. ‘이리안자야’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이에 따른 환경파괴는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당면문제이다.

생소한 종교 이슬람과 손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문화가 편견이나 차별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두 친구나 이웃이 된다는 신예령의 「자카르타의 새벽에」를 두 번째 우수상으로 뽑는다.

특별상으로는 외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자카르타에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모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김형준의 「나의 국가 정체성」을 뽑는다. 김도아의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박주영의 소설 「잘 살 수 있을까」를 장려상으로 뽑는다.

그리고 최우수상으로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전공한 햐신타 루이사의 소설<난생처음>를 뽑는다. 한국사람 이상으로 한글 어휘력은 물론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여 최우수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외국인대상으로 우리의 한글 문학작품을 창출해내는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의 크나큰 수확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한 번 수상한 분들께 축하를 전하며 선외의 분들께는 다음을 기약하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수필, 소설부문: 최종 심사: 장호병(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 예비 심사 : 한국문협 인니지부

시 부문 <성인부 심사 평>  – 공광규 시인 –

적도에서 보내온 정성 어린 많은 분들의 시를 읽었습니다. 고국을 떠나 먼 이국에서 생업을 하시며 사시는 분들, 또는 그곳에서 한국어를 하시는 분들의 생활과 감정을 시로 경험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큰 인생 공부를 하였습니다. 시들을 여러 번 읽어가면서 고민을 한 결과 이희재 님의 <밀대질> <바람소리>를 최우수 작으로, 김명희 님의 <갱년기1>을 첫 번째 우수작으로, 문인기 님의 <눈물 어린봉숭아>를 2번째 우수작으로 뽑습니다. 헤를린다 님의 <오래된 연인>을 특별 작으로 가작으로는 전진출 님의 <아버지와 버스>를 뽑았습니다.

최우수상인 이희재님은 시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아시는 분입니다. 시 형식을 알고 있습니다. 이희재님의 5편의 시가 모두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는 <밀대 질>이 제일 좋고 <바람소리>가 다음이라는 생각입니다.

<밀대 질>은 화자가 청소를 하는 현재 한국의 청소기를 생각하고, 현재 쓰레기를 버리면서 한국의 분리수거를 떠올립니다. 또 밀대에 물을 발라 밀대 질을 하면서 걸레로 방을 청소하던 고향의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이렇게 현재와 과거라는 시간적 공간을 오가고, 인도네시아와 한국이라는 지리적 공간이 오고 가면서 시를 입체화시킵니다. 시의 비밀을 아는 분입니다. <바람소리>는 바람을 의인화합니다. 이 의인화된 바람과 숨었다 드러났다 같이 노는 모습을 활달하게 표현하였습니다. 다른 시들은 좀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마 투고된 전체 원고 중에서 단 한 편만 뽑으라면 김명희님의 <갱년기1>일겁니다. 뜨거운 내면과 시의 가슴을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강렬한 내면에서 분출되어 나오는 서정적 충동을 잘 받아 적을 줄 아는 분입니다. 김명희님을 아껴서 다음에 더 좋은 시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시편들에서 필요 없는 구두점이나 부호가 보이고 띄어쓰기도 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공부기간이 짧아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과 공을 들여 공부하시면 좋은 시를 쓰실 것 같습니다.

문인기 님의 <눈물 어린 봉숭아>는 위안부로 희생당한 할머니들의 삶을 봉숭아에 빗대어 형상화한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도 그런 희생의 장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데, 이런 역사를 환기시키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헤를린다(Herlinda)님은 반복과 음악성이라는 시의 원리를 알고 있습니다. 그의 호흡이 긴 <오래된 인연>을 특별 작으로 뽑습니다. 긴 문장을 쓰는 능력이 보이고, 나와 추상적인 그를 내면적 대화방식으로 엮어갈 줄을 아는 분입니다. 그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처리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드러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가작인 전진출 님의 시도 감동적이고 호흡이 좋았습니다. 더욱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시 부문 <학생부 심사 평>

학생들의 시를 읽어가면서 청춘에 대한 절대적 고민과 학업에 대한 괴로움, 그 가운데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은 한국이나 인도네시아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응모된 시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있는 교육과 이민사회, 자연에 대한 시선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응모된 학생들의 시 가운데 김주은님의 <고3><회색 일상 속 작은 무지개>를 첫 번째 우수상으로 두 번 째는 김신영 님의 <나의 나라>를 뽑습니다. 이윤영 님의 <밤하늘><꽃 한 송이>를 장려상으로 뽑았습니다.

김주은님의 <고3>은 화자가 처한 현실을 자연과 조화시키면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학교 운동장을 일부러 걸어보고 “초록빛 잔디밭과/ 담 넘어 보이는 바나나 나뭇잎/ 프랑지파니 꽃 길을 걸으면서 등, 학교 길을 추억합니다. 화자의 시선이 잔디밭에서 담 넘어 꽃 길로, 과거 등굣길로, 등굣길의 붉은 노을과 번지는 불빛으로, 그리고 별빛으로 이동하고 확장됩니다.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시간이 이동됩니다.

웃고 행복했던 지나간 과거와 먹구름이 해를 가리듯 빗방울이 떨어지듯 어둡고 쓸쓸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화자입니다. 화자는 이런 웃음과 꽃 향기로 가득했던 날들이 추억으로만 남지 않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절망과 퇴행이 아니라 삶에 대한 긍정의 시입니다. 자연물인 잔디밭과 바나나나 나뭇잎, 프랑지파니 꽃, 노을, 별빛, 먹구름, 빗방울, 햇빛, 맑은 공기, 꽃 향기 등이 동원하여 시를 풍요롭게 합니다.

<회색일상 속 작은 무지게>는 차 좌석과 한 몸이 되어 학교에 가는 갑갑한 학교생활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학업의 고통이 시 속에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화자는 이런 씁쓸한 기분이면서도 동시에 반복될 내일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이고 강한 자아를 가졌습니다. 그러니 화자에게 내리는 빗방울도 선물이고, 갑갑했던 마음에도 작은 무지개가 희망으로 뜹니다.

김신영 님의 <나의 나라>는 화자가 유학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처음에는 비와 구걸하던 아이들과 차량과 길거리의 냄새들과 사원의 기도소리 등 모든 게 어색했지만 지금은 정이 들어 자신의 나라라는 것입니다. 향수병에 걸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던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되어 마음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좋은 시들입니다.

이윤영 님의 <밤하늘>은 밤하늘에서 자신의 외로운 마음을 치유 받고 있으며 <꽃 한 송이>를 통해 ‘누가 감히 그 꽃 위에 내려앉을 수 있겠는가’하고 아름다운 것의 위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상대열에 오르지 못한 많은 시들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 시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시 부문 : 최종심사-공광규 시인, 박윤배시인 / 예비심사 –한국문협 인니지부

 

2회 적도문학상(수필부문) 대상 수상작

나는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멍석이요

최우수상 이미영씨

이영미 / 주부 (버카시 거주)

“훠이 훠이”

아침부터 경을 친다. 마흔이 넘어 붙어버린 게으름 탓에 간밤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부엌의 싱크대에 남아있던 유리 컵 위에 해바라기 하듯 붙어 있는 도마뱀 한 마리, 어미 품을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연한 회색 몸뚱이는 사람과 섞여 산 지 얼마 안 돼 눈치도 없다.

저를 해할 가능성이 있는 무리 중 가장 조심해야 할 인간을 알아보지 못 한다. 기어이 행주에 한 대 맞고야 벽 타기를 시도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작은 생물을 잡을 생각은 없다. 서투른 몸짓의 도마뱀과 아직 곤히 자고 있는 네 살 된 둘째와 오버랩 되는 아이러니함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이 땅에 나보다 아니, 이 적도의 땅에 제일 먼저 발을 디뎠을, 한국인보다 먼저 터를 잡고 살아왔을, 도마뱀을 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벽에 붙어 있는 장식품이나 벽지의 무늬로 취급하니 제법 멋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적응 초기에는 저 네 발 달린 생명체에게 제발 집밖으로 거처를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약자의 마음일까? 요지경인 이 나라에 동화되지 않겠다는 약하디 약한 몸부림일까?

매번 빗자루를 들고 쫓아다니며 법석을 떨었다. 복날이 되면 바가지에 소금을 담아 집 밖을 한 바퀴 돌면서 “훠이 훠이” 외치며 소금을 뿌리던 기억 속의 어머니 모습이 이러했을까?

해외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 가면 유달리 검은 피부와 큰 눈망울 때문에 외국에서 몇 년 동안 산 한국인들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거주민 분위기를 풍기는 사춘기 초입의 큰딸에게 나도 내 어머니 같은 모습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첫아이와 7년 터울로 태어난 둘째는 나를 닮아 뽀얀 피부를 자랑한다. 둘째가 배시시 웃을 때면 외 꺼풀 눈인데도 첫째보다 고와 보이는 건 맑은 피부색 때문이리라.

첫아이가 네 살 때 한국에 있는 치과에 간 적이 있었다. 접수를 마치고 기다리는데 이국 땅에 사는 손녀와 한시라도 함께 하고픈 마음에 동행했던 시어머니의 톤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이 제 손녀예요. 엄마, 아빠 다 한국사람이고 다문화 가정 아이 아니예요!”

이야기를 들어본 즉, 치과 한 켠에 마련해 둔 놀이방에서 역시나 데리고 온 손주를 돌보던 아주머니 둘이서 첫째를 보고 다문화 가정 아이처럼 얼굴이 거무스레하다고 얘기하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마음이 상하셨단다.

“어머니, 전 괜찮아요. 햇볕 좋은 나라에서 매일 수영하고 놀아서 그렇다고 자랑하시지 그랬어요?”

웃어넘기는 며느리를 흘겨보시며 하시는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

대학교 졸업 후부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태국으로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 이국 땅에 첫발을 내딘게 벌써 14년 전이다.

10년을 방콕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가나 했더니 이번에는 적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로 가서 살자고 한다. 회사를 그만둘 때 이미 남편의 직장생활을 지원할 목적으로 떠나왔기에 말없이 따라온 인도네시아!

관광의 도시답게 눈 파란 서양인들과 일본, 중국 사람이 많아 ‘나만 외국에 혼자 떨어져 지내는 외톨이’ 라는 느낌에 울적해 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과 겪는 어색한 분위기를 힘들어 하지도 않는 활달한 성격인지라 내 외국 생활은 수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4년 전에 인도네시아로 와서 느끼는 그 말 못 할 이질감이란……

마음이 들뜬 여고생처럼 쉬지 않고 말하는 파출부들, 카페에서 전화를 받을 때도, 주변의 제 할 일을 하며 분주히 보내야 할 대낮에도 윗옷을 벗고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연신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 정성 들여 화장을 하고 아이를 품에 안은 어린 엄마들,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인도네시아의 남자들과 여자들,

자카르타 도심을 벗어나면 띄엄띄엄 서 있는 가로등 불빛을 제외하고는 질흙 같은 암흑만 보이는 인도네시아의 적막한 밤,

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사십 평생을 모나지도 튀지도 않게 살아온 나의 가치관과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개인 기사와 파출부들이 이곳 생활을 자극하는 스트레스의 주역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토바이가 고장 나 출근시간에 늦고, 기름 값이 없어 출근하기 힘드니 기름 값을 빌려달라거나 아이들의 수업료가 부족하니 지원을 해 달라는 그네들을 종종 보고 듣고 경험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그들을 대할 때면 미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다.

열악한 인도네시아의 도로 사정 상 외국인, 그것도 여자가 운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직접 범죄나 교통사고를 가장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개인 운전기사가 없어서는 안 될 상황임을 알고 그러는 행동이기에 마음속으로 화가 나도 참아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근엄한 미소를 짓는 ‘Chauffeur’라 불리는 영국 왕실의 마부나 나비넥타이를 반듯이 매고 하얀 장갑을 낀 예의 바른 영화 속 운전기사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상식이 통하길 바라지 말고 현지 문화에 젖어 소리 없이 살다 가라는 진심 어린 주변의 충고가 야속해지는 적응기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멍석처럼 유들유들해진 아줌마가 있더라.

아시아계의 보통 골격과 생김새를 지닌 비슷한 듯 다른 인도네시아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싶다는 허황된 생각은 감히 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고 외국인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무를 강요하는 듯한 이곳의 문화에 쉽게 정이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큰아이 방학을 이용해 2년에 한 번은 나가는 한국.

자카르타에서 4,449km, 11,320리 떨어져 있는 나의 모국인 한국이 문득문득 그립다. 십 년을 아니 이십 년을 더 살아도 그럴 것이다.

이런 나의 삐딱한 시선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생겼다.

부모의 욕심으로 좋은 학교 보낸다고 첫아이를 한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학교에 보내다 아예 학교 옆으로 이사를 왔다.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남편은 주말부부가 되는 것을 덤덤히 받아들인다.

“고마워! 애들은 걱정하지 말고 회사 기숙사에서 밥 잘 챙겨먹고 주말에 훈훈한 가족 상봉 하자?”

십여 년을 같이 산 아내의 때늦은 응석에 머리만 쓰다듬으며 이사를 찬성해 준 남편은 풋풋한 대학시절 처음 만났던 같은 과 선배오빠의 미소를 지은 채 월요일 아침이면 새벽같이 출근길에 오른다.

인도네시아에서 첫 거주지였던 곳을 벗어나 시작된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세 딸의 아빠라 책임이 막중하다며 결근과 지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처음의 약속을 고맙게도 지켜주는 운전기사 아저씨, 깡마른 몸에 간혹 밥값을 주더라도 집에서 기다릴 아이들의 간식을 살 요량으로 주머니에 넣으며 고맙다고 순박하게 웃는 모습에 불신으로 가득 찼던 나의 마음이 어느새 치유되었다고 하면 섣부른 판단이 될까?

그러나 이제 나는 깨달았다.

또 다시 그들에게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들이 인도네시아인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녹록하지 않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름’ 때문이라는 것을.

운전기사와 고용주라는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나의 어리석음에 애써 자제하던 웃음도 마음껏 지을 것이며, 매번 차 문을 열어주는 기사 아저씨의 호의를 오해하지도 않을 것이며, 매사에 지나치게 의심하는 꼬장꼬장한 내 성격을 고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악명 높은 인도네시아의 교통정체는 자가용을 가진 외국인들과 하이 소사이어티 내국인들에게만 해당된다.

응당 30분이면 도착했을 길을 3시간 째 달리고 있는, 아니 교통정체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서 있는 차량들 사이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들의 얼굴에는 유독 그늘이 없다.

밤에는 외출할 일이 없건만 엊그제는 남편 회사에서 가족 회식을 한다고 해서 자카르타를 향하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줄어든 강수량으로 우기 같지 않은 우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출발하고부터 소나기가 떨어진다.

‘후드득 후드득’ 부지런한 운전기사 아저씨가 잘 닦아놓은 차 유리를 뚫고 들어오기라도 하려는 듯이, 제때 내리지 못해 불만이었다는 듯이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와이퍼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빗방울은 어느새 빗줄기가 되어 앞을 가린다. 목적지를 향해 잘 달리고 있던 자동차의 속도가 점점 줄어든다. 잠깐 사이 도로는 물바다가 되었다.

집중 호우가 내리는 우기철에는 도로 배수시설이 낙후된 자카르타 곳곳의 도로가 일시적으로 범람하여 교통이 마비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사이 비가 그쳤다.

‘그냥 집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게으른 마음이 고개를 드는 찰나에 온 가족을 태운 오토바이 한 대가 옆에 섰다. 어딘가에서 소나기를 피해 있었나 보다. 아빠는 대여섯 돼 보이는 어린 딸을 앞에 앉히고 운전을 하며, 등 뒤에 바싹 매달려 있는 그보다 더 어린 아들과 아들의 등을 꼭 끌어 앉고 방패막이를 하는 어린 아내를 잘도 챙긴다.

시끄러운 경적이 울려대는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 버린 가진 자의 물질이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을 비웃고 싶을 것도 같은데, 그네들의 표정은 가족의 안위를 살피는 것으로 끝난다.

마치 자신들과 그 외의 존재를 섞을 필요가 없다는 듯 무심한 행복을 즐긴다. 그 여유를 온몸에 받아들이며 현지에 동화되는 순진함은 내게 남아있지 않지만, 그 순간 나도 함께 웃는다.

대인관계가 단출해지는 해외생활에서 갑작스레 취미생활 찾기도 힘들다는 말이 있건만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나는 엄마의 손길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는 어린 딸들에게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이런 평화로운 웃음과 행복이 습관처럼 스며들기를 바라고 있다.

무뎌진 지성의 잣대와 이국 문화의 ‘느림과 여유’에 길들여져 반들반들해진 지푸라기 멍석, 나는 이미 그네들의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멍석이다.

수상소감 / 이 영 미

” 해외생활 14년 차,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열정적으로 달려온 20대를 등지고 택한 곳인 방콕은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나를 잡아 끌던 후덥지근함이었습니다. 이제는 태국이 한국보다 편해졌다 싶었을 때 다시 남편을 따라 또 한 번 인도네시아 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가을 날씨를 닮은 인도네시아가 낯설지 않다고 생각되니 아마도 저는 타향살이에 길들여졌나 봅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에 피곤함도 잊고 이제 다섯 살이 된, 종알종알 책 읽기 좋아하는 둘째와 동화책을 읽고 있는데 걸려온 수상축하 전화에 놀라 가슴이 쿵 하고, ‘잘 나온’ 사진과 수상소감을 보내달라는 말에 걱정으로 또 한 번 쿵!

강산도 변화시킨다던 그 십여 년 세월 끝에 서 있는 중년의 여성이 저는 아직도 낯섭니다. 그래서 목욕탕에 거울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딸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이 훌쩍 커버릴까 아까워서, 렌즈에 담긴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두려워서 언제부터인가 제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고른 몇 안 되는 사진들이 몇 년 간 인도네시아에서 살아온 제 모습을 대변한다니 허탈한 웃음도 나지만 이제부터라도 제 사진을 가끔 찍어야겠습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급한 호흡으로 써 내려간 글을 다시 읽는 것 또한 곤욕입니다. 왜 이리 모자라게 뭉텅뭉텅 비워 놨을까라는 부끄러운 감상과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신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다음에는 제대로 쓰리라’ ‘다음에는 살아온 세월만큼의 고뇌와 깊음을 보여주리라.’ 수십 년 넘게 반복되어 온 결심이 이 기회에 굳어져 머릿속을 가득 메운 잡념이 어려운 시간을 버티는 저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걷는 이들에게는 꿈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탄탄한 글쟁이가 될 때까지 감성이 무뎌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아침마다 마주보고 웃을 수 있게 거울 하나를 사렵니다. 이렇게 기쁘고 고마운 기회를 주신 적도문학상 심사위원님들께 감사 드리며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기사제공.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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