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이해한다

‘나의 한국 이야기’ 한글에세이대회 최우수상

어렸을 때부터 저는 항상 다른 세계로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아마 사람들은 은하수를 건너서 행성과 별들을 보거나 다른 차원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제가 글 읽기를 처음 배웠을 때, 이것저것 많이 공부했습니다. 재미있게 공부하라고 어머니께서 DVD를 사 주셨습니다. 간단한 알파벳으로 시작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영화도 보면서 점점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특히 백설공주와 미키 마우스가 가장 좋았습니다. 맨날 캐릭터들을 TV화면에서만 보다가 언젠가는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저는 처음 배운 외국어가 링구아프랑카인 영어였습니다. 그리고 한류로 한국에 관심이 커져 가고 한국어 공부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케이 팝을 들을 때마다 멋있는 가수들이 좋아지고, 한국 드라마를 볼

제1회 “나의 한국 이야기”
때는 감성적인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글을 처음으로 배웠던 15년 전부터 한국학과를 전공하는 지금까지 수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사는 바람에 자료를 찾는 것이 어렵고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제 안에 머물러서 떠나지 않는 것은 한국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이란 세계가 궁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 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은 드디어 왔습니다. 2017년 1월 말 한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한국의 전통과 현재 모습을 볼 예정이었습니다. 다른 연수생과 같이 한식을 먹어 보고 여행지에서 구경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설레고 기대가 컸습니다. 뜨거운 기대감을 가졌으나,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한 겨울 추위가 저를 덮쳤습니다. 그 당시 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전 일정을 못 맞췄지만, 다행히 다음 날에 몸이 좋아졌습니다. 기온이 영하 10도였는데도 밖에 나가서 서울의 유명한 장소를 보러 갔습니다.

제 마음이 차가워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서울중앙도서관에서 책을 봤고, 서울과 서울시청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광화문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시청에 들어갔더니 두 명이 마이크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수생들의 관심을 잡았던 시위는 가이드를 해 주신 한국인의 주의도 끌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생각조차도 못했던 연수생들은 시청 앞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잰 걸음으로 이끌려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순간적으로 현수막에 쓰여 있었던 ‘NO 이슬람 & 동성애자’라는 문구를 봤습니다. 대규모 시위는 아니었지만, 원치 않은 일이 일어날까 봐 빠르게 자리를 옮기는 가이드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후다닥 빠른 저의 발걸음과 함께 여러 가지 궁금증이 제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꿈꾸던 세계의 다른 한 조각이 발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위를 보고 마음을 돌려 한국을 싫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아는 것은 전부가

제1회 “나의 한국 이야기”
아닌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연수 프로그램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후에 학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선생님께서 한국에 처음 갔다 온 저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물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얻었고 추억도 쌓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서울시청 앞에서 일어났던 시위가 떠올라 이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미안해 하신 선생님은 대부분의 한국인은 다른 사람이 어떤 종교를 믿는지 어떤 신앙을 가지는 지에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별문제가 없었으니, 그 말씀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을 사귀듯이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민족이나 국적이 달라도 서로를 필요로 하고 같이 지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때로 서글픈 일도 있습니다. 그것은 외국인이 한국에 거주하는 동안 겪어야 하는 차별 때문입니다.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에 처음으로 오게 된 한국 사람들의 조상은 다른 민족과 융합하지 않았으므로 지금까지도 한국은 단일민족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화가 가속화 되어 가는 21세기에 다양성 면에서는 발달되지 못한 한국을 생각하면 아쉬웠습니다.

올 해 가나에서 온 샘 오취리가 방송에서 그가 받은 차별대우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샘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탔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자리에 앉더니 앉을 자리가 있는 데도 샘한테 앉지 말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흑인이 한국에서 뭐하냐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샘을 더욱 슬프게 만든 것은 그녀의 말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아주머니를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샘과 비슷한 차별을 당한 사람 중 대구에서 사는 나이지리안 우조 폴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람들이 그의 옆자리를 비워 두었습니다. 방을 구할 때도 집주인이 열대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더럽다는 이유로 폴을 거절했습니다.

두 사람의 경험 외에도 현재까지 다른 민족,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현상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늘 볼 수 있습니다. 인종 차별주의를 소재로 만든 콘텐츠들도 있습니다. 그런 동영상, 코미디 프로그램, 드라마를 볼 때마다 저는 어떤 점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 했습니다.

한국사를 돌이켜 보면, 한민족들은 외세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자주성을 잃었고 많은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오래 고통을 감수하는 동안에 민중들의 마음에 한(恨)이라는 감정의 응어리가 맺혔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힘든 상황 때문에 고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은 억울한 환경 때문에 슬프고 원망스러운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한국인만 잘 알며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한국 문화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려움과 아픔이 가슴에 꽂혀 있는 한국 민중들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아주 오래 전부터 방어적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은 한국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 벽을 쌓는 단점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예전처럼 상처를 받을까 봐 외국 영향에 완전히 개방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외국인들이 받은 차별은 한의 탓입니까?

제 생각에 恨이라는 문제는 해결 방법도 없고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믿습니다. 두려움, 괴로움, 그리움, 그리고 한을 느끼는 것이 잘못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어떻게 그러한 감정을 지녔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 가야 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 방법을 찾는 데는 한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인간심리에 대한 지식이 필수입니다.

한국에서 경험한 한 겨울 서울 시청 앞의 항의 데모, 외국인들이 받은 차별, 그리고 한은 저로 하여금 세계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여태까지 다른 세계라는 것이 제가 간단하게 다른 나라의 언어와 생활에 한정하여 붙였지만,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더 큰 세계를 놓쳤습니다. 그 세계는 추상적인 정신세계입니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 유형과 무형이 함께 존재하는 불가분한 것이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신세계로부터 시작해야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한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한이 더 좋은 방향으로 한국을 이끌어 줄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3학년 지리 과목에 나오는 지도에 펼쳐져 있는 나라들을 처음으로 대하게 되었습니다. 수업 때 선생님께서는 한국은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한국의 별칭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저희가 아는 한국은 50년 전의 한국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개발 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비약하는 것이 흔치 않은 발전입니다. 그 이유로 사람들이 한국의 고도 성장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한이 그 기적의 일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저는 ‘존재 이유(The Point of Being)’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 류세미 작가가 쓴 한에 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한이 잠재와 현실 사이에 생기며 역설적 상태를 묘사한다고 했습니다. 한쪽에는 미완성인 채로 극도의 슬픔과 비탄이 있고, 반대쪽에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어려움 속에 끝없는 희망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한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으로서 인간은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열망이 생깁니다. 그러한 생각이 드는 순간, 아무리 슬프더라도 강한 의지가 탄생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속에서 자란 한국인들의 의지가 현재 한국의 모습과 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한은 ‘다문화 사회 한국’을 이루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더 발전해 나가는 한국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만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에서 시작해서 외국어를 배우고 정신세계의 중요성을 발견할 때까지, 세계라는 것에 대해 더 알게 해 준 한국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다른 세계를 건너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이 지구에서 인간으로서 아무런 장벽 없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한마음이 되고 싶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서로 이해하고 싶고 서로 보완하고 싶습니다. 이 소망은 모든 사람의 잠재의식에 살아 있는 갈망일 것입니다.
따라서, 한 겨울 속에서 봄이 다가오는 것처럼 누구보다 슬픔을 더 알고 제1회 “나의 한국 이야기” 한을 가지면서 행복을 바라는 한국 민중들은 머지않아 따뜻한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제1회 인도네시아 전국 대학생 한글에세이 대회 “나의 한국 이야기” 는 인도네시아 국제한국학회 (INAKOS) 인도네시아 전국대학한국학과 연합회 (APSKI)가 공동기획했다. 참가대학 국립인도네시아대학 UI (자카르타) 우나스대학 UNAS (자카르타) 인도네시아교육대학 UPI (반둥) 가자마다대학 UGM (족자카르타) -심사위원 1차 심사: 김귀순 문학평론가, 수레이 교수 (서울) 2차 심사: 강조웅 박사 (족자) 황용균 박사 (반둥) 사공경 시인 (자카르타) 최종심사: 묵타사르 교수 (한국학회 회장) 후원 주인도네시아한국대사관 현지법인 삼성전자 한인회한*인니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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