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짝 CICAK

안녕하세요. 저 여기 온지도 벌써 보름이 지나가네요. 참 지루하기도 했는데, 아직까진 잘 참고 견디고 있습니다.  사실, 지루한 며칠 지나고 보니 괜찮은데요. 벌레들이랑 도마뱀이 아직 너무 무서워요. 도마뱀은 벌레 잡아먹어 주기 때문에 오히려 귀여워 해줘야 된다고 남편이 말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무서운 걸 어떻게 합니까. 밤에 자다가 깨서 우연히 벽을 봤는데, 벽에 도마뱀이 빠르게 지나가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소리 지른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처음에 여기 와서 밖에서 개구리 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서 여긴 개구리가 특이하게 우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도마뱀이 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도마뱀 울음소리 들을 때마다 괜히 두리번거리고, 식은땀 흘리는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더위도 참고 다른 건 다 참겠는데, 현재는 벌레랑 도마뱀 무서운 게 제일 견디기 힘들어요.

찌짝의 만행
인도네시아에 처음 와서 당황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온 집안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작은 도마뱀들일 것이다. 누구나 처음 오면 이 녀석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쥐 소리인지 새 소리인지 모르는 ‘짹짹’ 소리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더군다나 이 녀석들은 꼭 부엌의 전기밥솥 주위나 도마 주위에서 갑자기 튀어 나오거나, 커튼이나 창틀에 숨어 있다가 툭! 하고 떨어진다. 그중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천정에 딱 붙어서 꼼짝 하지 않고 있는 거다. 곧 불을 끄고 자야하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꼭 붙어 있다.
이 상태로는 자다가 그놈이 내 머리위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 하면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실제로 자고 있는데 얼굴 위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뿐인가, 멋들어진 인도네시아의 야외 식당에서 분위기를 잡을라치면 우아한 상들리에 주변으로 다닥다닥 불어 있다.
한두 마리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잡으면 안심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찌짝’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4성급 호텔은 물론이며 국회 건물, 태통령이 사는 집에도 유유히 거주하고 있으며 게다가 버글거리는 수준이다. 피하지 못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법. 인도네시아에서 찌짝을 몰살 시킬 수 없는 노릇이니 그들처럼 찌짝과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엄마! 찌짝이예요!
아이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나고 자리니 처음 배우는 말도 엄마, 아빠 다음으로는 ‘마깐, 까까, 수다’ 같은 인도네시아 말이다. 그러면서 ‘짝짜꿍’을 배울 나이에 우리 아이들은 이 노래를 배운다.

Cicak cicak di dinding
Diam diam merayap
Datang seekor nyamuk
Hap … lalu ditangkap

이 노래를 불러주면서 천정이나 벽에 기어 다니는 ‘찌짝’을 찾는 놀이는 특히나 우는 아이들에게 특효약이다. 욕실에서 목욕을 하면서도 머리 감을 때 이 노래를 불러주면 천정을 바라보면서 찌짝을 찾으려고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인다.

그 순간을 이용해 엄마나 유모들은 아이의 머리를 쉽게 감기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찌짝의 생김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구석도 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있는 대로 쫙 벌려서 벽에 딱 달라붙어있는 모양새를 보면, 사람을 놀라게 할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사실 녀석은 ‘쉭’ 하고 겁을 주면 후다닥 도망가기에 바쁘다. 찌짝이 무섭다고 하면 인도네시아에 오래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찌짝은 너를 더 무서워 해’

행운? 불길한 징조?
갑자기 도우미가 울면서 휴가를 보내달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오늘 아침에 찌짝이 팔위에 떨어져서 부모님께 가봐야 겠다는거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 보기에는 그 아이 얼굴이 너무 어둡고 불안해 보였다. 찌짝 중에 조금 큰 놈을 ‘또깨’ 라고 한다는데 그 녀석은 우는 소리가 ‘또깨 또깨’ 해서 그렇단다.
그런데 또깨가 8번을 울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또깨 소리가 나면 모두 숨을 죽이고 울음소리를 센다. 하나, 둘, 셋… 여덟 번이 아니면 ‘에이~’ 실망하면서도 까르르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처음 한국 뇨냐들이 찌짝이 집안에 돌아다니니 꼭 죽여야 안심을 하겠다며 경비를 부르고 기사를 부르고 한 바탕 난리들을 쳤단다. 녀석을 죽이겠다고 바이곤 한통을 다 들이 부어도 사실 찌짝은 죽지 않는다.
좀 멍청하게도 문 사이에서 덤벙대다가 경첩에 끼어 죽거나, 차 문에 끼어 납작하게 말라붙어 죽는다.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찌짝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니 그들 앞에서 찌짝을 잡아서 내 쫓기는 할 수 있지만 절대 죽여서는 안 될 말이다.

인도네시아 문화속의 찌짝
과거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말레이시아 영화 ‘찌짝맨‘은 실제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이다.
조금은 바보스럽지만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정의로운 캐릭터로서 모양새는 ’베트맨‘과 ’스파이더 맨‘을 연상시킨다. 벽을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며 괴력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찌짝‘은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문학지의 이름이기도 하며, 언제나 고객의 곁에서 일하는 경비업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찌짝‘이라는 이름을 담은 인터넷 도메인은 수도 없이 많다. ’찌짝‘을 제일 좋아하는 지역은 아마도 발리 옆의 롬복이라는 섬이 아닌가 싶다.
이곳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그 지역의 예술품들이 찌짝 문양을 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롬복의 거의 모든 호텔은 입구에 거대한 찌짝동상이 있거나 조각품, 문양들이 지천이다.’저렇게 찌짝이 좋은가?‘ 싶을 정도로.

찌짝을 없애는 법
그래도 찌짝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분들은 몇 가지 찌짝 퇴치 비법을 소개한다. 유난히 우리 집에는 찌짝이 많다고 생각된다면 가장 먼저 부엌의 위생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
찌짝은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들을 참 좋아한다. 사람들이 잠든 밤 시간이면 기어 나와 음식찌꺼기를 먹는다. 잠들기 전에 먹던 간식 찌꺼기나, 부엌 쓰레기통 등이 찌짝을 부르는 가장 큰 이유다.
자기 전에는 반드시 휴지통을 말끔히 비우고, 간식 부스러기가 집안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주의하면 찌짝은 줄어든다. 그리고 ‘쉭~’하고 겁을 주면 알아서 도망간다. 잡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쫓아 보내면 당신을 해치지 않는다. 제일 좋은 방법은 봐도 모른 척 하는 거다.
<기사협찬. 뇨냐코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