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국 텔레그래프지, 1,000여 개 국영기업 통폐합 이끄는 ‘다난타라’ 집중 조명
– 과거 韓·日의 ‘국가 주도형 발전 모델’ 연상… 강력한 리더십 기반 구조조정 평가
– ‘권력 집중·거버넌스 리스크’ 우려도 병존… 지속 가능한 개혁의 시험대 올라
[자카르타=한인포스트]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 개혁 노선, 이른바 ‘프라보노믹스(Prabowonomics)’가 글로벌 무대에서 연일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 다운스트림(가공·고부가가치화) 산업화와 국가 자산의 중앙 집중적 재배치, 그리고 방만하게 운영되던 국영기업(BUMN)에 대한 전면적인 메스를 들이대면서 국제 언론과 유수 싱크탱크들의 평가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영국 유력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인도네시아 투자관리청 ‘다난타라(Danantara Indonesia)’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파격적인 국영기업 구조조정에 주목한 심층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분석을 기고한 웹스터 대학교(Webster University) 국제관계학과의 로브샨 이브라힘로프(Rovshan Ibrahimov) 교수는 국가 자산 관리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다난타라의 역할을 상세히 짚으며, 이번 개혁을 “수십 년간 고착화된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려는 강력한 드라이브”로 규정했다.
■ 1,074개에 달하던 방대한 국영 조직 통폐합… ‘단호한 결단력’ 평가
이브라힘로프 교수는 기고를 통해 “수십 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국영기업의 카르텔과 방만한 구조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결단력이 필수적”이라며 “깊이 뿌리내린 관료주의적 폐단을 걷어내려면 충분히 단호한 손(a decisive hand)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프라보워 정부의 행보를 정치적 합의 지연과 대중적 반발에 부딪혀 관료제 개혁을 수년간 망설이는 서방 국가들의 정치 풍토와 대조했다. 실제로 구조조정의 규모는 당초 정부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프라보워 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국영기업 산하 조직이 약 300~400여 개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으나, 다난타라를 통해 면밀한 자산 실사를 진행한 결과 그 실체는 무려 1,074개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다난타라는 출범 이후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 2026년 8월 기준 합병·청산·매각 등의 조치를 통해 총 290개에 달하는 부실 및 중복 조직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는 정부 주도의 국가 자산 다이어트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가시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단순한 국부펀드(SWF) 넘어서… 과거 한국의 ‘국가 주도형 성장 모델’ 차용
외신들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다난타라’라는 조직의 특수성이다. 다난타라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 막강한 경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권력 집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브라힘로프 교수는 이를 전통적인 의미의 국부펀드(SWF)와는 궤를 달리하는 독창적 기제로 해석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이나 중동의 오일머니 펀드처럼 배당 수익이나 포트폴리오 투자 등 단순 재무적 수익만을 추구하는 전통적 펀드와 달리, 다난타라는 광물 자원의 가공 산업화, 인프라 확충,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개발 과제를 직접 견인하는 정책적 ‘야전사령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브라힘로프 교수는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국가 부(富)가 국민의 실질적 번영을 위해 보다 체계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며, 바로 이 지점에 프라보노믹스의 핵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법을 고도성장기 동아시아 국가들이 취했던 개발 모델과 결부시켰다. 20세기 후반 일본과 대만, 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기 한국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국가 자본과 정책 금융을 집중 투입, 향후 글로벌 재벌 기업으로 성장한 핵심 산업군을 육성했던 전략과 다난타라의 메커니즘이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 상존하는 리스크… ‘프라보노믹스의 역설’과 투명성 확보 과제
그러나 프라보노믹스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개혁의 규모와 속도만큼이나 파생되는 위험 요인에 대한 경고음도 만만치 않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최근 ‘프라보노믹스의 역설(The Paradox of Prabowonomic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경제의 구조적 그늘을 조명했다. 인도네시아가 5% 안팎의 견조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물가로 인한 실질 생활비 상승과 루피아화 가치 변동성, 이로 인한 도시 중산층의 소비 여력 위축 등 체감 경기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다난타라로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에 대한 감시 체계 미흡, 경제 거버넌스의 불확실성에 대한 일부 해외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결국 국제 언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수십 년간 묵은 국영기업의 비효율을 털어내고 국가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프라보노믹스의 방향성은 개발도상국 경제 개혁의 흥미로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으나, 그 성공 여부는 단순한 ‘통폐합 숫자의 실적’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다난타라 모델의 성패는 대통령 1인의 결단력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얼마나 고도화된 투명성과 책무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재편된 국가 자산이 실제 민간 투자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가주의적 결단’과 ‘시장 친화적 신뢰’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프라보노믹스의 향후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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