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IKS 11 / 하예인
대한민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도전이 끝이 났다.
결과는 최종 34위 조별리그 탈락!
이 아쉬운 결과에 책임을 지고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 사퇴를 바라보며 많은 축구팬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실망이 아니다. 익숙한 허탈감이다.
사실 이런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차범근 감독은 네덜란드전 0대5 패배 이후 대회 도중 경질됐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당시 축구협회는 감독 교체라는 강수를 선택했지만, 이후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가 갑자기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비슷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결국 경질됐다. 동남아시아 축구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와 별개로, 결과와 내부 갈등 논란 앞에서 감독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흥미로운 점은 감독은 계속 바뀌는데 문제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대표팀 성적이 나쁘면 가장 먼저 감독이 비판받는다. 물론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전술과 선수 운영의 최종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축구는 감독 혼자 만드는 스포츠가 아니다.
– 대표팀 운영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가.
– 유소년 육성은 장기적으로 준비되고 있는가.
– 협회는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보장했는가.
– 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는가.
– 행정은 전문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종종 흐려진다. 대신 가장 눈에 잘 띄는 감독 한 명이 모든 비판을 떠안는다. 감독 경질은 팬들의 분노를 잠시 달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 교체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책임 회피일 수도 있다.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중요한 국제대회가 끝날 때마다 ‘혁신’과 ‘쇄신’을 이야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 감독은 바뀌고 전술도 달라지지만, 협회의 운영 방식과 단기 성과 중심 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월드컵은 단기간 결과로 모든 평가가 결정되는 무대다. 단 한 경기 패배가 몇 년의 준비 과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강한 축구는 한 번의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독일과 일본 같은 국가들이 장기 프로젝트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팬들은 결과를 원한다. 국가대표팀 감독 역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을 한 사람에게만 돌리는 문화는 결국 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만든다.
감독은 바뀌기 쉽다. 그러나 협회의 구조와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한국과 인도네시아 축구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감독이 아니라, 책임을 감독 뒤에 숨기지 않는 축구 행정일지도 모른다.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찰이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의혹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2024년 정몽규 축구협회장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을 접수해 무려 2년째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9일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 축구협회와 관련된 8건의 고발이 접수돼 수사하고 있다’며 ‘필요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4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정 회장 등을 업무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에 홍 감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해선 후보추천 권한을 가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추천 권한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제대로 된 면접이나 이사회 의결 없이 선임이 이뤄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일부 사실로 드러나,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방조한 정 회장에 대해 중징계 요청이 이뤄졌다.
경찰은 축구협회 수사가 늦어진 데 대해 ‘관련된 행정소송 절차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축구협회가 문체부의 징계 요구에 반발하며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 재판 내용을 살펴보며 수사를 진행하려 했다는 의미다.
해당 재판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는 지난 4월 ‘문체부의 조치 요구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보이지 않았다’며 원고인 협회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경찰은 현재까지 정 회장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출석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충격적인 탈락을 겪은 뒤 홍 감독과 축구협회의 책임론도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엑스를 통해 ‘능력보다 네편내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며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행정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30년 FIFA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3개 대륙 6개국에서 공동 개최된다. 모로코, 스페인, 포르투갈이 본선 대회를 공동 개최하며,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여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각각 1경기씩 치러진다.
부디, 다음 대회부터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와 같은 잡음이 나오지 않기를, 땀 흘려 노력하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땅을 치며 아쉬워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나오지 않기를, 모쪼록 대표팀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여 선수단도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하고 응원하는 국민들도 즐겁게 경기를 지켜보는 축제의 월드컵을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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