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네시아 ‘상호무역협정’ 체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회와 주권 줄타기” 우려사항은?

인도네시아와 미국 정부는 2026년 2월 19일 워싱턴 D.C.에서 미국-인도네시아 동맹의 새로운 황금기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상호 무역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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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보워-트럼프, 워싱턴서 ‘동맹의 황금시대’ 선언하며 ART 서명

– 인니, 반도체 등 1,819개 품목 관세 철폐 얻고 에너지·농산물 330억 불 의무 수입

– CSIS 등 전문단체, “산업 정책 공간 축소 및 외교적 자율성 훼손 우려” 경고 – 미 연방대법원, “대통령의 일방적 상호관세 부과는 위헌” 판결… 협정 이행 법적 불확실성 증폭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2026년 2월 19일(목),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인도네시아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향하여(Toward a New Golden Age for the U.S.-Indonesia Alliance)’라는 부제 하에 ‘상호무역협정(Agreement on Reciprocal Trade, 이하 ART)’을 공식 체결했다.

이번 협정은 양국 간 무역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공급망을 통합하는 포괄적 합의를 담고 있으나, 협정의 세부 조항이 인도네시아의 경제 주권과 외교적 유연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현지 경제 전문단체들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협정 체결 직전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통상 정책인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부과 권한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 1,819개 품목 관세 제로화 vs 330억 달러 의무 구매 ‘빅딜’

공개된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네시아산 섬유 및 의류(쿼터 조건부), 팜유(CPO), 반도체 등 대미 의존도가 높은 1,819개 품목에 대해 0%의 파격적인 관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상응하여 인도네시아는 거의 모든 미국산 제품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향후 5년 동안 에너지, 항공기, 농산물 등 총 330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또한 인도네시아 측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핵심 장벽이었던 자국산 부품 의무사용(TKDN) 규정 예외 적용, 할랄 라벨링 절차 간소화, 수입 허가제 개편 등 비관세 장벽을 미국 기업에 한해 전면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 미 대법원, “상호관세 부과 위헌”… 협정 근간 흔들리나

그러나 이번 협정의 축제 분위기 이면에는 심각한 법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협정 체결에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상대국의 관세율에 맞춰 관세를 인상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 및 관련 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상 조세 부과 및 통상 규제 권한은 의회에 속하며, 대통령이 ‘국가 안보’나 ‘상호주의’를 명분으로 포괄적인 관세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네시아를 압박해온 ‘상호관세 위협’의 법적 근거가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권한이 사법부에 의해 제한됨에 따라, 향후 미국 의회가 상호무역협정 ART 비준 과정에서 제동을 걸거나 협정의 이행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CSIS 등 전문단체, “공급망 통합의 기회이나 구조적 위험 커”

인도네시아 내 경제 및 전략 연구단체들은 이번 협정을 두고 ‘양날의 검’이라는 신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부의 데니 프리아완 선임 연구원은 20일 현지 매체 비즈니스(Bisni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ART는 단순한 관세 인하를 넘어 무역, 투자, 기술, 안보를 하나의 전략적 틀로 묶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상호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핵심 광물, 전기차(EV), 배터리 등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인도네시아가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깊숙이 통합될 기회가 열렸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산업 정책 공간 상실·국제수지 악화 우려”

그러나 데니 연구원은 협정이 내포한 구조적 위험성에 대해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특히 ART가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의 ‘산업 정책 공간(Policy Space)’을 현저히 축소시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라세티아 물리아 경영대학원(Prasetya Mulya Business School) 교수직을 겸하고 있는 그는 구체적인 조항을 들어 우려를 표명했다. 데니 연구원에 따르면, 상호무역협정 ART 제3.4조 1항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해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부속서 III 제2.28조는 광업, 금융, 방송, 육상 운송 등 전략적 부문에서 미국 투자자의 지분 제한을 철폐하도록 명시했다.

거시경제적 리스크 또한 제기되었다.

상호무역협정 부속서 IV에 규정된 330억 달러 의무 수입 조항은 인도네시아의 부가가치 수출 증가폭이 이를 상회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국제수지(BOP) 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 CSIS 측은 “관세가 면제된 미국산 농산물의 대량 유입은 국내 생산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루피아화 가치 하락과 외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지정학적 자율성의 훼손 우려

경제적 득실을 넘어 지정학적 자율성의 훼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ART 제5조의 ‘안보 및 수출 통제 협력’ 조항이 사실상 인도네시아의 비동맹 중립 외교 노선인 ‘자유-적극(bebas-aktif)’ 원칙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RT 제5.2조는 양국이 미 상무부 및 재무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대상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데 협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제5.1조는 미국이 제3국(예: 중국)에 대해 수입 제한을 가할 경우 인도네시아도 동등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연대 의무’를 포함하고 있다.

데니 연구원은 “이 조항들은 인도네시아에 진영 선택을 강요하는 독소 조항”이라며 “향후 미중 갈등 등 글로벌 양극화가 심화될 때 인도네시아의 외교적 운신 폭은 극도로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CSIS는 ART가 그 자체로 선악을 판단할 수 없는 도구임을 강조하며, 정부의 후속 대책을 주문했다. 데니 연구원은 “도전 과제는 협정문 자체가 아니라, 이 협정을 발판으로 어떻게 자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취약 부문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국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며 “미 대법원 판결로 인한 협정의 법적 지위 변화 가능성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협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부/ 편집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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