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배려가 공존하는 한인사회 공동체로
존경하는 인도네시아 한인동포 여러분,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적도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각자의 삶의 현장을 지키시며 살아가고 계신 모든 한인동포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평안,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늘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인동포로 살아간다는 것은 다문화·다법체계 사회 속에서 책임 있는 외국인 주민으로 살아가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인으로, 자영업자로, 선교사로, 주부로, 학생으로 혹은 전문직 종사자로, 인도네시아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묵묵히 법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며, 신뢰를 쌓아 오늘의 한인사회를 일구었습니다.
법조인으로서, 오랜 세월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고 있는 원로의 시각에서 볼 때, 한인동포 사회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과 신용입니다. 단기간의 이익이나 편의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관계를 쌓아온 한인동포들은 인도네시아 사회 안에서 이미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결코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내와 절제, 그리고 공동체적 책임의식이 만들어 낸 소중한 결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냉정한 자기 성찰도 필요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법과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행정·사법 시스템 또한 점점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관행이나 예전에는 가능했다 는 생각은 더 이상 안전한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용과 형식과 절차를 존중하며, 투명하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개인과 공동체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이는 한인동포 사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1세대의 경험과 2세대의 국제적 감각이 조화롭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쉽게 분열될 수 있다고 봅니다. 1세대는 겪었던 어려움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2세대 역시 1세대의 희생과 축적된 경험 위에서 오늘의 기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인공동체 내부의 분쟁 해결 문화입니다.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공동체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감정과 소문, 진영 논리가 아니라, 대화와 절차, 합리적 판단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한인동포 사회는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이는 법률 이전에 신뢰의 문제이며, 원로 세대가 모범으로 보여주어야 할 중요한 덕목입니다.
존경하는 한인동포 여러분,
새해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 편의와 타협의 공동체가 아니라, 원칙과 배려가 공존하는 공동체, 외형적 성공보다 신뢰와 품격을 중시하는 공동체를 남기기를 소망합니다.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이름은 한인동포입니다. 이 이름이 인도네시아 사회 속에서 계속해서 존중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2026년 한 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새해에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평안이, 가정에는 화목이, 한인동포 사회에는 화합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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